영화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캐리비안의 해적’ ‘스타워즈’ ‘피터팬’ ‘앤트맨과 와스프’…. 이 제목들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영화”를 외친 당신과 “놀이기구”를 말한 당신, 모두 정답이다. 마블·픽사·루커스필름 등을 인수한 글로벌 미디어 공룡 기업 디즈니는, 관객들이 영화관과 놀이공원(디즈니랜드)에서 디즈니의 스토리텔링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애써왔다. 동화·애니메이션·영화가 원작인 놀이기구가 있는가 하면, <캐리비안의 해적>처럼 놀이기구에서 비롯한 영화도 있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정글 크루즈>(감독 자우메 코예트세라)는 1955년 최초의 디즈니랜드 탄생 때부터 존재한 같은 이름의 놀이기구가 ‘원작’이다. 놀이기구는 이용자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정글 속에서 스키퍼(선장)가 이끄는 배에 올라타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실제 아마존을 탐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영화 <정글 크루즈>는 코로나19로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기 어려운 시절, 누구나 영화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아마존 체험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촬영은 미국 애틀랜타 야외 세트장과 하와이의 카우아이섬에서 이뤄졌는데, 제작진은 1900년대 초반 아마존 밀림·도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려고 100명 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영화는 1916년 영국 런던을 무대로 시작하는데, 상영 20여분 뒤 아마존이 등장하면서부터 흥미진진해진다.
영화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적 상상력은 고대 아마존의 전설인 ‘달의 눈물’과 스페인 정복자 등을 향한 정글의 ‘저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의학 혁명을 일으킬 치유의 나무 ‘달의 눈물’을 찾으려는 식물학자 릴리(에밀리 블런트)와, 아마존을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증기선 가이드를 해온 선장 프랭크(드웨인 존슨)가 모험의 여정을 함께하는 게 줄거리다. 믿고 보는 ‘액션 장인’ 배우들이 선보이는 액션 연기는 물론, 곳곳에 등장하는 ‘몸 개그’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에밀리 블런트는 지난 22일 진행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런저런 실수를 연발하면서 나오는 액션인 걸 감안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성·인종·문화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디즈니의 노력을 <정글 크루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성은 학회에 참여할 수 없고 치마가 아닌 바지만 입어도 놀림받는 시대적 배경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도, 이 같은 시대적 한계를 개의치 않고 모험과 인류애를 추구하는 릴리의 열정을 강조한다. 프랭크와 영화 속 원시 부족 연기자들은 실제 아마존에서 쓰였던 고대 투피어를 바탕으로 만든 언어를 사용한다. 디즈니는 최근 놀이기구 ‘정글 크루즈’에 대해서도,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받아온 원주민 묘사 일부를 수정하기도 했다. 영화는 ‘디즈니가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아마존 원주민을 타자화한다’는 비판을 의식이라도 한 듯, 원주민을 비록 주변부에 둘지언정 생활 세계에 가까운 친근한 모습으로 그리려고 애쓴다.
영화 <정글 크루즈>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는 애초 202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개봉을 미뤄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 감상만으로도 나들이를 다녀온 기분이 들지만, “직접 가 보는 게 최고”라는 릴리의 말처럼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행 욕구를 자극받을 수 있다. 디즈니는 영화 개봉 뒤 놀이기구에도 영화를 반영한 묘사를 추가할 예정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