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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배가 산으로 가면 안 되나 ‘제주 카약 체험’

등록 2018-09-17 10:28수정 2018-09-17 10:52

[제주&] 비체올린에서 카약 타기

숲 터널 같은 한경면 도로변에 위치
강풍이 불거나 눈이 내려도 체험 가능
야외 수영장·미로공원·감귤 밭길 함께 이용
힐링카약파크 ‘비체올린’의 수로에서 관광객들이 카약 체험을 즐기고 있다.
힐링카약파크 ‘비체올린’의 수로에서 관광객들이 카약 체험을 즐기고 있다.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도로 중 하나인 1131로(5·16 도로)에는 ‘숲 터널’이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2차선 도로 양옆 나무들의 가지 끝이 마치 터널처럼 아치형으로 맞붙어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드라이브 명소다. 해발 약 600m 고지에서 숲 터널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차 속도를 줄이고 느긋한 마음으로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제주 토박이 강정훈(50)씨는 숲 터널을 지나다 문득 이상한 생각을 했다. 배가 산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나? 안 될 건 또 뭔가? 숲 터널 같은 곳에서 카약을 타면 재미있지 않을까?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힐링카약파크 ‘비체올린’은 그런 엉뚱한 상상으로 탄생했다.

힐링카약파크 ‘비체올린’의 수로에서 관광객들이 카약 체험을 즐기고 있다.
힐링카약파크 ‘비체올린’의 수로에서 관광객들이 카약 체험을 즐기고 있다.
건설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강씨는 ‘뭔가에 홀린 듯’ 하루 만에 직접 설계도를 그렸다. 소나무가 빽빽한 곶자왈 지형으로 이뤄진 1만여 평(3만㎡)의 터에 2015년 문을 열었다. 기존 나무들을 최대한 지키고 나무들 간격을 계산해 그 사이로 수로를 조성했다. ‘비체올린’이라는 이름은 빛 위에 올렸다는, 다시 말해 자연 위에 지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나무재선충병이 돌면서 수백 년 이상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베야 했다. 대신 수로 주변에는 야자수를, 소나무들을 벤 자리에는 새로 나무를 심었다.

8월28일 비체올린 매표소를 지나자 대표이사 강정훈씨가 관광객들에게 직접 사전 교육을 하고 있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물에 빠지면 어떡하느냐? 물이 허리 깊이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일어서서 밖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가족 손님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간단한 교육 후 카약에 몸을 실었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려면 오른쪽 노를 저으라 한다. 어색한 노 젓기도 곧 익숙해졌다. 이리저리 뒤뚱거리던 카약이 안정적으로 수로를 따라 미끄러졌다. 중간중간 물이 떨어지는 인공 폭포의 물 폭탄을 피해가며 젊은 연인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실제 숲 터널과 비슷한 1㎞ 길이의 수로를 통과하는 데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토끼나 돼지, 닭에게 과자로 먹이를 주는 체험 코스는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토끼나 돼지, 닭에게 과자로 먹이를 주는 체험 코스는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이곳의 카약 체험은 날씨에 관계없이 언제든 가능하다. 1년 365일 내내 안전하고 쉽게 카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비체올린의 가장 큰 강점이다. 수로 한 바퀴에 아쉬움을 느낀다면 계속 타도 된다. 남편과 8살 딸을 데리고 카약을 탄 전수연(42)씨는 “노를 잡은 남편도 처음에는 비뚤비뚤 나아갔는데 곧 능숙하게 카약을 몰았다. 딸이 좋아해 세 바퀴나 돌았는데, 좀 더 시원한 가을이나 초겨울에 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카약 체험이 처음이라는 전씨 가족은 바다 카약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 중이라는 김세현(34)씨는 “중간중간 떨어지는 물 폭탄을 피하느라 더욱 재미있다”고 말했다.

바다가 아닌 ‘숲 속 카약 체험’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입소문을 탄 비체올린의 연간 방문객 수는 수만 명 이상이다. 카약 체험 외에도 추가 비용 없이 야외 수영장과 곶자왈 산책로, 상록수인 아왜나무로 조성된 미로공원, 감귤 밭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야외 수영장은 한여름 시즌에만 운영하며, 캠핑장과 방갈로도 있다. 토끼와 미니 돼지, 새처럼 날아다니는 토종닭 무리에 모이를 먹이는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카약 체험 비용은 성인 기준 1만5000원이다. 문의는 누리집(www.vicheollin.com)으로 하면 된다.

글·사진 송호균 제주도민이 된 육아 아빠·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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