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푸드포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푸드트럭.
‘하이디라오’는 중국의 유명한 훠궈 전문점이다. 바다 건너 미국까지 진출했으니 그 명성을 알 만하다. 성공 요인으로 손님 접대가 꼽힌다.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마작을 준비해두거나 풍선을 불어 아이들에게 건넨다. 맛만 있으면 장사가 된다는 과거 중국 외식업계에는 파격이었다. 한국에도 여러 지점이 있는 하이디라오는 각 나라마다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돼지 뇌’와 같은 재료는 중국 상하이 지점에는 있지만 한국 명동 지점에는 없다.
지난해 상하이 지점을 찾았다가 ‘돼지 뇌’를 메뉴판에서 발견하고 호기심에 먹어봤다. 일행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 말랑말랑하고 깊은 단백질 맛을 잊지 못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특별한 먹거리는 평생 가기도 한다. 제주에는 그런 먹거리가 넘친다. 특별한 먹거리만 모아 열린 큰 파티가 지난달 19~20일 제주에서 열렸다.
‘팔삭’. 이름만 들어서는 제주 사람조차 무엇인지 알기 어려운 이름이다. 팔삭은 ‘제주 자몽’이란 별명의 감귤이다. 제주가 고향인 중장년층만 “아, 그것!”이라고 무릎을 칠 정도로 아는 이가 적은 식재료다.
팔삭은 지난달 19일 제주시 탐라문화광장에서 열린 ‘제주푸드코트페스티벌’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날 여행객들은 6대의 푸드트럭 앞에서 오랫동안 줄을 섰다.
이 페스티벌은 제주 특산물로 개발한 6가지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였다. ‘팔삭 커리산도’ 등 이날 푸드트럭에서 판 음식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센터)가 3월 26일부터 열흘간 공개 모집해 선정한 푸드트럭 사업자, 제주 청년 20여 명, 제주의 농축산물 생산자들 손에서 탄생했다. 이들은 6개 팀으로 나뉘어 레시피 개발업체 ‘레시피 팩토리’의 도움을 받아 조리법을 만들었다.
이들 6개 팀은 팔삭, 말고기, 보릿가루, 메추리 알, 청정 제주 달걀 등을 각각 선택해 20일 동안 4번의 워크숍을 거치면서 독특한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른바 ‘제주형 공공 레시피’. 이들이 개발한 음식 이름은 ‘팔삭 커리산도’, ‘에그콜리 구름 샌드위치’, ‘벌크업 머핀’, ‘몰몰함박스테이크’, ‘찰보리 콩도넛’, ‘메리 명랑마요 주먹밥’ 등이다.
이들 중 단연 돋보이는 건 ‘팔삭 커리산도’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마치 우리네 인생 같다. 팔삭이 향신료 커리와 돼지고기를 만나 맛의 꽃을 피웠다. 탱탱한 핫도그 빵 사이에 커리를 묻혀 익힌 돼지고기와 샛노란 팔삭이 자리잡은 ‘팔삭 커리산도’는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팔삭이 없다면 그 맛이 제대로 나긴 어렵다. 행사 진행자 측에서는 팔삭을 구매해 가정에서 만들어보길 권한다.
그런가 하면 ‘에그콜리 구름 샌드위치’는 제주 웰빙 영농조합법인 ‘애월아빠들’과 푸드트럭 사업자 강호영씨, 제주대학교 학생 김도은씨가 합심해서 만들었다. 아삭한 제주 브로콜리의 맛을 제대로 살린 점이 특징이다. 이름처럼 ‘구름 위의 맛’이라는 평이다.
‘벌크업 머핀’은 몸을 키우는 보디빌더들의 운동 용어인 ‘벌크업’을 붙인 음식으로, 제주 말고기를 활용한 먹거리다. 얇게 자른 말고기가 머핀 사이에 들어간다. 제주 말고기는 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노화 방지에 도움된다. ‘몰몰함박스테이크’도 말고기를 활용한 음식이다. 보릿가루를 넣은 ‘찰보리 콩 도넛’은 밀가루로 만든 도넛과는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또한 삶은 메추리 알과 명란젓, 마요네즈를 섞은 양념이 밥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메리 명란마요 주먹밥’은 20대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다.
이들 음식은 조리법이 매우 간단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센터 누리집(www.jejuregen.org)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이들 레시피를 공개했다. 센터 이재근 사무국장은 “여행객이라면 돌아가는 길에 팔삭, 말고기 등을 사 가정에서 이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이라 한다.
센터는 탐라문화광장 일대 원도심을 활성화할 방안을 고심하다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하반기부터는 탐라문화광장 부근 산지천 갤러리 옆에 이러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글 박미향 기자, 사진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