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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에서 장첸으로…아이돌 가수 꼬리표 이제는 없다

등록 2017-10-25 15:52수정 2017-10-25 16:10

[제주&] 영화 <범죄도시> 장첸 역 윤계상
“악의 기운을 다 써보고 싶다”
유명 아이돌 그룹 god 출신
이미지 변신 안간힘 끝에 성공
윤계상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윤계상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가 <남한산성>(감독 황동혁)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추석 극장가에서 활짝 웃을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감독의 유명세, 출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 배급사 규모, 스크린 숫자, 상영 등급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남한산성>이 흥행에 유리했던 게 사실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까운 조건이었음에도 <범죄도시>가 선전할 수 있었던 여러 비결 중 하나는 윤계상이다.

2004년 <발레교습소>(감독 변영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역할은 단순하고 밝은 삶과 거리가 멀었지만, 대놓고 악역이었던 적은 <범죄도시>에서 연기한 재중 동포 장첸이 처음이다. 중국어와 연변 사투리를 번갈아 구사하고, 수염을 기른 데다가 체중을 5kg 증량하며, 머리카락을 붙여 장발이 된 모습은 폭력 조직 보스 장첸의 징글징글한 면모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전작 <소수의견>(2015, 감독 김성제)이 개봉했을 때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윤계상은 “내 안에 악의 기운이 ‘쪼금’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한번 꺼내서 제대로 써보고 싶다(웃음)”고 말한 적 있다. 어쩌면 그 악의 기운을 모두 끌어모아 만들어낸 캐릭터가 바로 장첸인지도 모른다.

배우 윤계상의 지난 13년 연기 생활은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끈질김과 집착의 연속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중국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 그룹 god 출신이다. 연기가 하고 싶어 가수를 그만두고 배우에 도전했던 작품이 <발레교습소>였다. 제주대와 탐라목석원(40여 년에 걸쳐 제주의 기기묘묘한 나무와 돌을 전시해놓은 곳으로, 제주도기념물 제25호로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전시물 모두 제주돌문화공원에 기증하고 문을 닫았다-편집자)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적 있는 이 영화에서 그는 희망이 엇나간 청춘을 연기했다. 이 영화를 찍었을 때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지만 그는 군대를 택했다. “군대 때문에 이 일을 중단해야 한다 싶으니 아쉽고 속상한 마음도 컸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느님이 계신다면 날 좀 훈련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그때 칭찬받고 연기했다면 스타는 돼 있을지 모르지만, 배우는 되어 있지 않을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온 뒤 그가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영화든 드라마든 매체를 가리지 않고 얼굴을 내밀었던 건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었다. 영화 <6년째 연애 중>(2007, 감독 박현진)에서 오랜 연애의 구질함을 들추어냈고, 영화 <비스티 보이즈>(2008, 감독 윤빈종)에서는 바닥까지 한심한 호스트 인생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영화 <풍산개>(2011, 감독 전재홍)에서는 쉴 새 없이 휴전선을 뛰어넘으며 남과 북을 오가는 역할 때문에 불평 하나 없이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6kg을 감량하고, 타르 30mg의 독한 담배를 연방 피워댔다. “한 꺼풀 한 꺼풀 벗기다 보니 내 바닥이 보이더라. 연기로 관객에게 울림을 주려면 자기를 깨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척 추상적인 이야기인데 자꾸 하다 보니 느껴지더라. 인정받겠다느니 하는 잡생각도 다 떨쳐야 한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안간힘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던 그의 연기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은 <소수의견>(2013)이었다. 권해효, 김의성, 유해진, 이경영 등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 선수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주눅이 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됐다. “이경영, 유해진 선배가 그러시더라. ‘배우는 저마다의 계기로 훌륭한 연기를 펼칠 때가 있다. 각자가 가는 속도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너는 왜 그리 빨리만 가려고 하느냐.’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 내가 느리게 가고는 있지만 후퇴하고 있지는 않구나’라는 걸 정확히 알겠더라.” 이 작품이 끝난 뒤로 그에게 배우로서 여유가 생겼고, 그것은 그가 맡는 캐릭터에 깊이를 불어넣었다. 어느 순간 그의 이름 뒤에는 그를 따라다니던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글 김성훈 <씨네21> 기자 ·사진 사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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