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남쪽, 서귀포시와 표선 사이에는 남원읍이 있다. 남원읍은 마을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조명받기보다는 서귀포와 표선을 이어주는 마을, 또는 올레길 4코스의 종착점이자 5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마을로 더욱 유명하다.
남원읍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위치 때문이다. 제주의 관문인 제주공항과는 반대 방향에 있고 그 사이에는 거대한 한라산이 자리 잡고 있기에 남원읍에서 제주공항이 있는 제주시를 오가려면 한라산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교통편이 좋았던 서귀포나 표선을 거쳐 갈 때도 있었다. 지리적인 단점은 생활의 불편함을 만들었지만, 남원읍만의 멋스러움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고 지금은 남원읍만을 여행하기 위해 찾아오는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남원읍에는 제주를 상징하는 명소가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제주다운 소박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남원읍을 대표하는 명소는 단연,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로 꼽히는 ‘큰엉’ 경승지다. ‘엉’은 바닷가나 절벽 등에 뚫린 바위 그늘이나 ‘굴’을 의미하는 제주어로, 큰엉은 바위로 이루어진 큰 절벽, 또는 언덕을 말한다. 높이가 20~30m에 이르는 기암절벽 위에 1.5㎞에 이르는 산책로가 있다.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푸른 파도와 기암절벽이 만나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이다.
남원읍은 제주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다. 그래서 이곳의 귤은 제주에서도 맛좋기로 유명하다. 제주도 감귤 총 생산량 중 무려 24%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귤이 익어가는 가을 풍경인 ‘귤림추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돌담과 지붕이 낮은 가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분위기와 함께 소담스럽게 매달린 귤의 모습은 고즈넉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귤과 함께 남원읍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이 동백꽃이다. 남원읍 신흥리는 마을 자체가 ‘동백마을’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300년 이상 된 동백나무가 고즈넉한 마을 풍경과 어우러져 형언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위미리에도 다른 나무 없이 오직 동백나무 150그루로만 숲을 이룬 ‘동백 군락지’가 있어 겨울에는 장관을 연출한다. 계절마다 표정이 다른 남원읍을 걷다 보면 이곳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마을 곳곳에 게스트하우스, 독채 펜션 등 다양한 숙소가 있다. 게스트하우스 ‘풍경’ 독채 펜션 ‘소담 JJ’는 남원을 느끼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숙소다.
풍경 게스트하우스 내부 풍경 게스트하우스 제공
풍경 게스트하우스는 남원읍을 많이 닮은 숙소다.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날마다 파티가 열리는 곳은 아니지만, 소박한 돌담길 모퉁이에 조용히 앉아, 이름 그대로 남원 풍경에 녹아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숙소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커피 향이다. 주인장 이형욱씨는 커피 애호가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갈아 손님들에게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려준다. 케냐, 과테말라, 브라질 등 다양한 원두가 있어 기호에 맞게 골라 마실 수도 있으니 주인장에게 부탁해보자. 커피 향과 주인장 인심이 게스트하우스에 꽉 차 있다. 오래된 제주 주택을 리모델링한 숙소 안에도 주인장이 손수 만든 가구와 소품 들로 꽉 차 있어 정겹다. 창문 너머 보이는 돌담 풍경을 바라보며 주인장의 손맛이 담긴 커피 향을 즐기다 보면 슬며시 느려지는 시간을 느낄 수 있다. 도미토리 룸 외에 더블룸이 있어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맞춤형 숙소다.
소담JJ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 소담jj 제공
요즘 가족여행객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숙소는 ‘독채 펜션’이다. 방이 아닌 건물 자체를 빌리는 것으로 가족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소담 JJ는 독채 펜션으로 남원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중산간에 있다. 깔끔하고 현대적으로 건축된 이층집은 방 세개와 거실, 부엌 등으로 이루어졌다. 2층은 독립되어 있어 고급 별장을 연상케 한다. 모던하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여성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다. 창문 밖으로 귤 과수원이 펼쳐져 있고 멀리 한라산도 조망할 수 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이 있어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기 그만이고, 바비큐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건물 밖은 아침에 일어나 새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산책을 즐겨보기 좋은 숙소다.
풍경 게스트하우스
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510번길 79-24 전화: 070-8900-0114
소담 JJ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서의로 42-8 전화: 010-8660-2925
·문신기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