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제주에는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해안도로가 많다. 그중에 애월읍-하귀읍, 종달리- 세화리, 사계 해안도로가 대표 격이다. 모든 해안도로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사계 해안도로는 제주의 특징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독특한 해안도로다. 푸른 바다와 해변, 섬, 오름 그리고 한라산까지 광활한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사계 해안도로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와 대정읍 상모리를 연결하는 도로로, 길이는 4.4㎞이다. 시작과 끝에는 안덕읍을 대표하는 산방산과 대정읍을 대표하는 송악산이 앉아 있다. 인위적으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이 아름다운 산방산을 뒤로하고 사계 해안도로로 접어들면 시원하게 탁 트인 사계 해변이 나타난다. 해변을 옆에 끼고 천천히 달리다 보면 두 개의 섬이 형제처럼 마주하고 있는 형제섬이 손에 닿을 듯 바다 위에 떠 있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는 도시에서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해안도로 끝과 시작에 있는 송악산에 도착해 사계 해안으로 시선으로 옮기면 한라산과 산방산, 형제섬 사계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번에 담기 힘든 파노라마 풍경에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온다. 한라산과 산방산 그리고 푸른 태평양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조망 명소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진한 커피 향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사계 해변을 조망하며 커피 향을 느낄 수 있는 카페 몇 곳이 있다. 커피 맛이 일품인 ‘스테이 위드 커피’, 옥상 테라스가 유명한 ‘헤이 브라더’, 인도풍 카페 ‘짜이다방’이 대표적이다.

스테이 위드 커피는 제주도에서 최고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커피 맛도 좋고 종류도 다양하다. 안으로 들어가면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말총머리 아저씨가 손님을 반긴다. 커피에 미쳐 돌연 아이티(IT) 기업에 사표를 내고 제주로 내려온 주인장 박상국씨다. 넓은 잔디밭과 멋진 파라솔이 있어서 바다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책과 소품으로 꾸민 인테리어도 멋지고, 커피머신 대신 핸드 드립을 고집하는 점도 매력이다. 커피머신이 ‘빠름’을 담는다면 여기서는 ‘느림과 여유’를 담는다. 3만원이면 세계의 커피를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1만원이면 개성이 뚜렷한 산지의 커피를 시음하며 자신에게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다. 커피로 만든 양갱도 별미다.

헤이 브라더는 주위의 카페와 비교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공간 활용이 아주 잘되어 있다. 겉에서 보면 사각의 건물로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과 연결된 컨테이너가 있고 데크가 깔린 작은 마당도 있다. 이 마당을 지나면 건물 옥상으로 갈 수 있다. 헤이 브라더의 정수는 단연 옥상이다. 옥상에는 평상과 함께 테이블이 몇 개 있는데, 어디에 앉아도 형제섬이 떠 있는 사계 해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옥상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카페다.

짜이다방은 인도식 카페다. 산방산에서 사계 해안도로로 가는 길에 있다. 짜이는 영국의 홍차와 우유 그리고 인도 전통 향신료가 들어간 인도식 홍차다. 제주식 농가를 개조해 만든 카페지만 실내는 인도, 네팔 혹은 티베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간판, 의자, 화장실 수도꼭지까지 인도 이미지가 강하다. 이곳의 매력은 이국적인 동시에 편안한 분위기에 있다. 테이블은 두 개다. 마루 위 좌식 테이블과 등을 기대고 반쯤 누울 수 있는 의자가 몇 개 더 있다. 의자에 반쯤 누워 몽환적인 인도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히피가 된 듯하다. 추천 음료는 오리지널 짜이다. 인스턴트가 아니라 인도 방식 그대로, 끓는 우유에 홍차 잎과 향신료를 넣어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 인도 옷과 소품도 살 수 있다.

사계 해안도로의 카페들은 도시의 카페처럼 세련되거나 모던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사계 해변 풍경과 어우러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계 해안도로에서 제주 여행에 진한 향의 추억을 더해보자.

글·사진 문신기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