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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천천히 음미하자, 제주바다를 담은 한 잔의 커피

등록 2017-04-12 16:34수정 2017-04-12 16:39

[제주&] 제주 카페 기행3-대평리 카페들

소박한 돌담, 고즈넉한 풍경 입소문
장선우 감독의 ‘물고기 카페’
핸드드립 전문점 ‘레드 브라운’
바다와 맞닿은 카페 겸 공방 ‘쓰담뜨담’
레드브라운
레드브라운
대평마을은 중문관광단지 서쪽에 있는 작은 동네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 사람도 잘 모르는 오지 중의 오지 마을이었다. 북쪽으로 군산이 가로막고 있고, 남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진데다 서쪽으로는 인위적으로 깎아낸 듯한 절벽 박수기정-바가지로 마실 샘물(박수)이 솟는 절벽(기정)이라는 뜻-이 마을을 완전히 고립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대평마을은 제주도에서도 보기 드물게 중산간 마을과 어촌 풍경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곳이다. 군산 아래로 펼쳐진 낸드 모르(넓은 벌판)는 중산간 마을의 특징을 보여주고, 반대로 태평양은 어업이 중심인 어촌마을을 일구게 해주었다. 이런 환경은 대평마을만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소박한 돌담과 굴곡이 심한 팽나무, 키 낮은 제주 전통 가옥, 작은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 10년 전부터 이런 독특하고 아늑한 환경이 입소문을 타더니 지금은 이주민 수가 원주민을 넘어설 만큼 유명해졌다. 게스트하우스, 분위기 좋은 카페, 맛집이 생겨나면서 대평마을은 또 하나의 표정을 얻었다.

물고기 카페
물고기 카페
대평리의 카페들은 독특한 건축물이나 세련된 인테리어로 유명하지 않지만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에 잘 스며들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물고기 카페’는 명실상부한 대평의 대표카페다. 제주에 카페문화를 정착시킨 곳 중 한 곳으로 유명하다. 주인장이 2000년대 후반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제주 전통 가옥을 사 카페로 꾸몄다.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 제주 토박이 사이에서도 아주 큰 사건이어서 다른 지역에서도 일부러 차를 타고 찾아올 정도였다. 지금이야 오래된 농가를 개조해서 카페로 만드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파격이었다. 엄청난 일을 저지른 사람 바로 장선우 영화감독이다. 물고기 카페는 제주도에서 외진 곳이었던 대평리를 전국에 알리게 되었고, 올레 8코스의 명소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마늘밭과 듬성듬성 서 있는 소나무 너머로 태양이 식어가며 만드는 노을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바다와 불타는 석양을 보며 마시는 커피와 와인 맛은 단연 최고이다.

물고기 카페에서 대평 포구 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아름다운 절벽, 박수기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카페 ‘레드 브라운’은 박수기정을 한눈에 담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곳 또한 대평리의 터줏대감 같은 카페로 물고기 카페와 같은 해에 문을 열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깊은 커피 향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커피를 주문하면 주인장 김종대씨가 진지하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커피를 내린다. 이곳은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으로 10여개국에서 커피를 들여와 직접 로스팅을 한다. 창밖의 대평포구와 박수기정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다. 홍차 또한 맛이 좋다.

쓰담뜨담
쓰담뜨담
물고기 카페와 레드브라운이 대평리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라면 카페 대평리 해안가에 있는 ‘쓰담뜨담’은 대평리의 새내기 카페이다. 이주민 두 처자가 운영하는 곳은 카페 겸 공방이다. 각자 컬리그래피와 뜨개질을 한다. 그래서 카페 이름이 ‘쓰담뜨담’이다. 카페 안은 이들이 정성스럽게 쓰고 만든 아기자기한 작품과 소품들로 꾸며져 있다.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카페 안에서 대평 앞바다, 박수기정, 군산, 한라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명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이유는 카페가 해녀의 집 건물 2층에 있기 때문이다. 해녀들이 바다로 나가기 전 건물 2층에서 준비하기 때문에 건물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카페에 앉아 창밖 바다를 바라보면 마치 사진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바다가 가깝고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보물 같은 대평마을. 지금은 이주민이 많아지고 여행객이 찾아오면서 대평의 얼굴과 표정은 바뀌었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고즈넉한 마을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작지만 대평마을은 제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따뜻한 봄날 대평리에서 산책과 함께 커피의 깊은 향을 느껴보자.

■물고기 카페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난드르로 25-7 영업시간 12:00~21:00 월요일 휴무

■레드브라운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844-19 영업시간 11:00~21:00

■쓰담뜨담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난드르로 49-50 영업시간_10:00~18:00 수요일 휴무

글·사진 문신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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