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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예능, 영화, 드라마로 달리고 또 달리는 ‘멍지’

등록 2016-12-28 14:22수정 2016-12-28 14:27

[제주&] 배우 송지효
‘런닝맨’ 6년 개근 몸사리지 않고 활약
친근 당돌 소박 이웃집 누나 이미지
중국서도 인기 끌며 영화 두편 촬영
한류 영화 ‘쌍화점’서 고난도 연기
연기재능 더 보고픈 아름다운 배우
배우 송지효.
배우 송지효.
배우는 예능 출연에 몸을 사린다(체질상 잘 맞는 배우도 있다). 매주 규칙적으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고정 출연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여배우는 특히 그렇다. 이유가 몇 있다. 일정상 영화(나 드라마)와 병행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몸도 고되다. 무엇보다 예능에 고정 출연하면 이미지가 소비돼 신선함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아주 아주 가끔 배우들이 예능에 얼굴을 내비치는 이유는 하나다. 출연 영화를 알리기 위해서. ‘멍지’(<런닝맨>에서 송지효의 별명) 송지효가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처음 출연할 때만 해도 얼마 못 가서 하차 선언하겠지 싶었다. 아뿔싸, 예상은 틀렸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6년 동안 개근했다(최근 SBS로부터 김종국과 함께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았으나 다시 합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편집자). <런닝맨>에서 송지효는 친근하고, 당돌하며, 소박한 이웃집 누나(혹은 여동생)이다. 우아하고, 고상하며, 도도한 여느 여배우들과 사뭇 달랐다.

멤버 6명이 매주 달리고 또 달리는 <런닝맨>은 인기가 대륙에서도 최고다. 완다, 알리바바픽쳐스 등에서 일하는 내가 아는 중국 영화인들도 <런닝맨>을 즐겨 본다. 지난해 <런닝맨>이 <달려라 형제>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TV판 <달려라 형제>는 2년 전 한국 <런닝맨> 멤버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촬영한 바 있다). <런닝맨> 인기가 상승하면서 송지효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초급쾌체>와 <송지효의 심천연가> 중국영화 두 편을 찍었다. <초급쾌체>는 택배 기사가 물건을 배송하다가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런닝맨>에서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 송지효는 파리에서, 상하이에서 쉴 새 없이 뛴다. 한국에서 IPTV로 개봉한 <송지효의 심천연가>에서 송지효는 재벌 2세(오극군)와 함께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커리어우먼을 맡았다. 중국영화에 출연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는 작품이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화면 속 송지효는 성실했다.

그녀의 인기를 높인 건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그녀의 이름 석자를 알린 건 스크린이다. 송지효는 <여고괴담3:여우계단>에서 배우 데뷔한 뒤 <썸>(2004), <색즉시공 시즌2>(2007), <쌍화점>(2008),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신세계>(2012), <자칼이 온다>(2012)에 연달아 출연했다. 당시 영화인들 사이에서 송지효는 악바리 근성으로 꽤 유명했다. <여고괴담3: 여우계단> 오디션을 통과한 뒤, 그는 극중 역할 때문에 발레를 배웠다. 발레를 배운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점프까지 했다. 그때 착지 실수 때문에 발목에서 ‘뚝’ 소리가 났다. 모두가 몰려들어 ‘붓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자’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송지효는 아파서 울면서도 ‘쪽팔리다’고 병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쌍화점>에서 맡았던 왕후는 연기 난이도가 높은 캐릭터였다. 홍림(조인성)과 왕(주진모) 사이를 오가며 홍림과 왕의 욕망과 이성을 흔들어야 했다. 당시 송지효는 <씨네21>과의 인터뷰(송지효 “촬영하는 매 순간 참기 어려웠다”)에서 “매 순간 참기 어려워”서 “촬영하다가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다. 그러다가 촬영 때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걸 인정해야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 했다. 왕후는 매 순간 절박한 심정으로 부딪혀 보여준 연기였다.

<런닝맨>에서 개리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하는 송지효는 예쁘다. 제주도 맛집을 찾아다니며 제주도 음식을 먹는 모습도, 한라봉(제주도 특산귤)을 쥔 채 ‘셀카’ 찍는 모습도 예쁘다. 하지만 그가 아름다운 순간은 예능 속 멍지가 아닌 연기를 할 때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에서 송지효의 연기는 반가웠다. 그는 남편(이선균) 몰래 바람 피우는 아내 정수연을 연기했다. 일과 육아 그리고 가사 삼중고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 없는 삶을 살다가 다른 남자와 한순간 사랑에 빠진 것이다. 가사와 육아에 관심 없는 남편 이선균에게 일침을 가하고, 남편을 서서히 변하게 하는 송지효의 모습은 꽤 현실적이었다. 많은 여성이 공감했다(내 아내도). 배우는 배우다 싶었다. 예능도 좋지만 앞으로는 송지효의 연기 재능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김성훈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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