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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느릿느릿, 제주 서부 버스여행

등록 2016-10-05 15:56수정 2016-10-18 16:38

제주앤(&)
제주 서부 버스여행 약도.※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840년 제주로 유배를 온 추사 김정희는 서부 중산간을 통해 대정읍성으로 갔다. 170년 후 그 길은 제주시와 대정읍을 이어주는 평화로 1135번 도로가 되었다. 이 도로를 달리는 750-1, 750-2번 버스는 제주 중산간 오름과 곶자왈을 지나 해안지역을 느리게 왕복한다. 천천히 달리는 버스를 타면 제주의 서쪽 내륙이 품은 낭만을 만날 수 있다.

“어뜽행 시외버스에 저축 소람들이 고득차시?”(웬일로 시외버스에 저렇게 사람이 가득하니?)

몇 해 전부터 사람이 가득한 시외버스를 볼 때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오래전 시외버스는 제주 곳곳을 촘촘히 이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후 자가용과 렌터카가 늘어나면서 시외버스 이용객은 급격히 줄었다. 그런데 최근 뚜벅이 여행자 사이에 버스여행이 로망처럼 여겨지며 시외버스를 타는 사람이 다시 많아졌다. 요즘 세상에 버스여행은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버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여행법이 또 있을까 싶다. 느린 속도만큼 제주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까닭이다.

제주의 버스는 시외, 시내, 읍면 순환버스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여행자가 주로 이용하는 버스편은 동서남북, 중산간, 한라산 중턱까지 제주 전역을 이어주는 시외버스다. 제주시에서 서귀포를 동쪽으로 잇는 ‘동일주 노선’과 서쪽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는 ‘서일주 노선’까지 모두 17개 시외버스 노선이 있다. 이 노선만 잘 활용해도 제주의 웬만한 여행지는 다 찾아갈 수 있다.

17개 노선 중에서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아울러 품을 수 있는 재미나는 노선이 있다. 평화로(1135번 도로)를 달리는 750-1(화순, 사계 경유), 750-2번(덕수, 보성 경유) 버스 노선이다. 두 시외버스는 오름과 곶자왈이 펼쳐지는 중산간을 지나다, 750-1번 버스는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으로, 750-2번 버스는 김정희 유배의 흔적이 있는 안성리를 지나 대정읍에 닿는다. 운행 간격은 15~20분이다.

평화로 노선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야 한다. 제주 교통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육지로 치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같은 곳이다. 공항에서 시내버스 100번을 타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버스에 올라 제주시를 빠져나오면 사위는 푸른 초원이다. 하늘 반 땅 반이다. 시야를 가릴 것이 없다. 날것의 바람이 여행자의 뺨을 스친다. 조금 달리면 곡선의 피라미드 같은 새별오름이 초원 위에 우뚝 앉아 있고, 멀리 서쪽 바다에는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닮은 비양도가 떠 있다.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제주로 유배 와 바로 이 길, 서부 중산간을 통해 대정읍성으로 갔다. 허름한 차림의 유배객이 터덜터덜 길고 긴 길을 걸어 궁벽한 대정으로 갔으리라 상상해 보면 기분이 요상해진다. 구불구불한 산길이거나 오솔길이었을 것이다. 산중 오솔길에 시간을 더하니 도로가 됐다. 나의 어린 시절 이 길의 이름은 서부산업도로였다. 근대화로 모든 것이 합리화되던 시절에 지어진 이름이다. 버스는 그렇게 1135번 평화로를 따라 풍경 속을, 시간 속을 달린다. 푸른 하늘과 짙은 안개, 숲과 바다를 교차하며 달리는 중 마음에 드는 풍경을 쫓아 내리면 그만이다. 새별오름에 오르고, 깊고 깊은 화순 곶자왈을 걷고, 추사 유배지에서 그가 1000개의 벼루를 닳도록 쓰고 또 써 완성한 추사체의 탄생 과정을 만나고 또는 억겁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용머리 해안을 산책하거나 모슬포 항구에서 속 시원한 생선국이나 보말 칼국수를 훌훌 들이켜거나 하면 된다.

들러볼 만한 곳

새별오름
새별오름
새별오름

평화로를 달리다 몽골 초원 같은 풍경에 젖어들 즈음, 홀로 우뚝 서 있는 오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새별오름이다. 새별오름은 공룡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거대한 성곽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별오름은 서부를 대표하는, 높이 519m에 이르는 중형 오름이다. 정상에 말굽형 분화구가 있고 봉우리는 5개다. 밤하늘의 샛별과 같이 드넓은 들판에 외롭게 서서 빛난다 하여, 혹은 봉우리 5개가 별 모양을 이룬다 하여 새별오름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매년 초봄 제주도 대표 축제 중 하나인 들불문화제가 열린다. 입구에서 약 2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서부의 초원 위에 오름들이 배처럼 둥둥 떠다닌다. 동쪽으로 한라산이, 서쪽으로는 이달봉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저 멀리 서쪽 바다엔 비양도가 장난감 배처럼 귀엽게 떠 있다.

주소_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 59-8

가는 길_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50-1, 750-3번 승차, 회전마을 하차, 도보 20분

화순곶자왈

곶자왈은 제주어로 ‘숲’을 뜻하는 ‘곳’과 ‘덤불’을 의미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이다. 약 180만 년 전부터 화산이 폭발 때 용암이 쌓이고 쌓이면서 섬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지형이 생겼다. 이 지형은 빗물을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한다. 특이한 것은 돌 틈으로 물만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지열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습하면서 동시에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대식물과 난대식물이 더불어 공존하는 독특한 원시림이다. 화순 곶자왈은 중산간 지대인 병악오름(492m)에서 시작하여 산방산 근처 해안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약 9㎞, 너비는 1.5㎞ 내외다. 숲길이 제법 잘 갖추어져 있어 누구나 신비의 숲을 산책할 수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서로 의지하고 또 때로는 배척하며 살아간다. 삶과 삶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결국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희한하게도 인간 세상을 닮았다.

주소_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2045

가는 길_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50-1(사계방향) 승차, 화순리 생태탐방로 정류장 하차

추사 적거지와 기념관

제주도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최악의 유배지였다. 제주도 유배는 사형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19세기의 학자, 문인, 서화가로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추사 김정희도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에서 8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추사 적거지는 추사가 유배생활을 하던 곳으로 당시 머물던 초가를 복원했다. 그의 대표작 <세한도>가 이곳을 배경으로 그려졌다. 적거지 옆에는 세한도에 나오는 초가를 재해석한 현대 건축물이 하나 서 있다. ‘비움의 건축가’ 승효상이 디자인한 ‘추사기념관’이다. 추사의 고독한 삶을 건축으로 풀어 놓았다. 승효상은 “부질없는 욕망을 절제하고 위대한 예술가 추사에 대한 외경심을 드러낼 수 있다면 감자 창고라 불려도 자랑스럽겠다”고 말했다.

주소_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44

전화_(064)760-3406

가는 길_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50-2번 승차, 추사적거지, 안성리 정류장 하차

용머리해안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아래에 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모습을 닮아 용머리해안이라 이름 붙었다. 약 180만년 전 화산이 수중에서 폭발하면서 바닷속에서 올라온 바위가 바람과 파도에 깎이면서 층층암벽으로 변했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거친 돌이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마치 커다란 돌의 해일이 머리 위로 덮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암벽의 높이는 20m이며 길이는 무려 600m에 이른다. 제주에서는 ‘누룩둘’이라고 한다. 누룩돌은 제주 말로 풍화작용으로 푸석푸석해진 돌을 일컫는다. 날씨가 안 좋거나 바닷물이 만조일 때는 출입이 통제되므로 관리사무소에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입장료를 내면 산방산, 용머리해안, 하멜기념관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주소_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16

전화_(064)794-2940

개방시간 08:00~18:00

입장료_ 청소년·어린이 1500원, 성인 2500원

가는 길_제주시외버스터미널 750-1번 승차, 산방산 정류장 하차

옥돔식당

보말칼국수로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보말은 해초를 먹고 자라는 바다 고둥이다. 보말칼국수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초록빛을 띤 걸쭉한 국물과 굵은 면발이 보이고 그 위에 잘게 썬 유부와 김가루가 올라앉아 있다. 모락모락 김처럼 피어오르는 바다의 향은 제주 바다가 주는 덤이다. 진하고 걸쭉한 국물을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보말 향이 한동안 입안에서 감돈다. 깊은 바다의 맛을 담은 이 집 국물의 비밀은 보말 내장이다. 보말 내장을 터뜨려 육수를 낸다. 맛과 향뿐만 아니라 양도 풍성하다. 모슬포의 털털하고 후덕한 인심을 맛볼 수 있다. 재료가 떨어지는 오후 4시쯤 문을 닫는다.

주소_서귀포시 대정읍 신영로 36길 62

전화_(064)794-8833

영업시간 11:00~16:00(수요일 휴무)

블루웨이브

서귀포시 안덕읍 사계해변은 제주 서부에서 서핑으로 유명한 곳이다. 파도가 높지 않아 초보자와 중급자에게 인기가 좋다. 사계해변에 여러 서핑 숍이 있지만 인기가 좋은 곳은 단연 블루웨이브다. 주인장 김민승씨는 국제대회 롱보드 3연승, 부산 해운대 서핑대회 준우승, 쇠소깍 서핑대회 롱보드 우승, 이호서핑대회 롱보드 우승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서핑을 잘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서핑 교육도 하고, 보드와 슈트 등 서핑 용품을 대여하고 판매한다. 서핑과 숙박, 바비큐를 묶은 패키지 상품도 있다.

주소_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북로 95

전화_010-4890-1987

강습료_7만원부터

문신기/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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