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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닉값’ ‘운빨러’ ‘딥빡’…방송 자막에 써도 된다? 안된다?

등록 2020-11-02 18:53수정 2020-11-03 02:36

방심위, 6개 예능 법정제재 움직임
“정체불명 신조어 한글 저해 행위”
피디연합 “실제 생황에 쓰는 말들
가벼운 말장난에 엄격한 잣대” 반발
전문가 “과도한 표기 오류 자제해야”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A)>의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자막. 방송 화면 갈무리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A)>의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자막. 방송 화면 갈무리

‘한글 파괴’인가, ‘현실 반영’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정체불명의 신조어와 외국어 혼용 표현 등을 남발했다’는 이유를 들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케이블티브이채널 등 7곳의 일부 예능프로그램을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이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해선 안 된다’는 견해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을 제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지난달 21일 열린 회의에서 <옥탑방의 문제아들>(한국방송2), <놀면 뭐하니?>(문화방송), <박장데소>(에스비에스),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채널에이), <장르만 코미디>(제이티비시), <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티브이엔, 엑스티브이엔) 등 방송사 7곳의 6개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이들 프로그램이 방송심의 규정의 ‘방송언어’ 조항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오는 9일 열릴 예정인 전체회의에서 최종 법정제재를 받게 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마다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방송평가 결과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 일정 비율 반영된다.

&lt;문화방송&gt;(MBC) 예능프로그램 &lt;놀면 뭐하니?&gt;의 자막. 방송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자막. 방송 화면 갈무리

방송소위가 ‘한글 파괴’ 사례로 든 대표적인 자막은 ‘가리지널’(가짜) ‘Aㅏ’(아)(<옥탑방의 문제아들>), ‘노우 The 뼈’(아니, 뼈) ‘아이 크은랩벋아돈노더ㄹㄹㄹ랩’(랩을 할 줄 아나, 그 랩은 몰라)(<놀면 뭐하니?>), ‘Pa스Ta’(파스타) ‘ma싯겠어’(맛있겠어)(<박장데소>), ‘운빨러’(운이 좋은 사람) ‘GA-5’(가오) ‘닉값’(이름값)(<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RGRG’(알지알지) ‘딥빡’(매우 화가 난다)(<장르만 코미디>), ‘짜치니까’(수준이 모자라거나 성에 차지 않으니까) ‘sh읏 알아’(시옷 알아)(<놀라운 토요일―도레미 마켓>) 등이다. 방송소위 관계자는 “방송에서 흥미만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표기를 하거나 표현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주의’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피디들은 반발하고 있다. 피디들의 모임인 한국피디연합회는 같은 달 26일 성명을 내어 “문제가 된 자막들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들”이라며 “현실에서 사용하는 말을 배제한 채 어떻게 예능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욕설, 비속어, 혐오 표현이 아닌 자막에 법정 제재를 가하려는 방심위의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주장했다. 한 예능 피디는 “예능에서 자막은 순간적인 감정 표현이나 상황 묘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유발하는 중요한 장치”라며 “혐오나 차별적인 표현은 강하게 제재해야 하지만, 웃음을 주기 위한 신조어나 합성어, 가벼운 말장난에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예능에서 정형화된 언어만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뜻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표기 오류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나 뉴스와 달리 예능은 재미를 위해 신조어 등을 쓸 수밖에 없지만, 한글을 파괴하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는 말을 무분별하게 알파벳을 섞어 변형하거나 정체불명의 합성어를 만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능은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장르이기 때문에 심각한 한글파괴는 세대 간 의사소통의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제작진은 방송의 공적 책임성과 영향력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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