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을 앞둔 오미야 야키(시다 미라이)는 우연히 트위터에서 흥미로운 글을 보게 된다. ‘그저 단 한명의 사람이 필요한 상황’에 동행해주는 독특한 렌탈 서비스에 관한 글이었다. 그중 ‘지극히 간단한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소개 문구가 야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의뢰 사례도 크림소다 함께 마셔주기, 게임 인원수 채워주기, 꽃놀이 자리 맡아주기와 같은 소소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야키는 용기를 내 ‘렌탈씨’에게 도쿄타워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다.
일본 도쿄 티브이에서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실제 트위터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낸 사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실화의 주인공은 30대 청년 모리모토 쇼지. 편집자로 일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2018년 6월부터 트위터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독특한 렌탈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미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 노동력 제공 서비스가 많은 일본에서 의연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그의 서비스는 서서히 입소문을 타면서 2년 만에 26만명의 팔로어를 끌어모은다. 이 화제의 사연은 곧 단행본 에세이와 만화로 재탄생했고, 올해에는 티브이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드라마는 모리모토 쇼지에서 모티브를 얻은 주인공 모리야마 쇼타(마스다 다카히사)가 매회 다양한 의뢰인을 만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첫 회에 등장한 의뢰인 야키는 4년 동안의 도쿄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여성이었다. “혼자는 외롭고 친구랑 가면 이별이 아쉬울 것 같아서” 그를 찾은 야키는 쇼타와 동행하는 동안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도쿄의 대형 출판사 계약사원으로 일하면서 정직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그녀를 기다린 것은 냉정한 계약 해지 통보였다. 멋진 편집자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상경한 첫날 방문했던 그 도쿄타워를 다시 찾은 야키는 상처와 좌절감을 담담히 고백한다. 그동안 쇼타는 그저 야키와 함께 걸으며 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줄 뿐이었다. 정말이지 별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놀랍게도 그 단 한 사람의 온기가 야키에게는 넉넉한 위로가 된다.
드라마의 첫 에피소드는 성과 중심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서비스가 인기를 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보여준다.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과로사회의 현대인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조차 버겁다. 역설적이게도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강렬한 욕망이 된 시대의 서글픈 초상이다.
티브이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