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난달 막내린 <황금빛 내인생>(한국방송2)이 과도한 간접광고로 심의 규정을 위반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 수위인 경고’를 받았다. 방송사가 법정제재를 받으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방심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프로그램에 대해 ‘경고’를 의결했다. 프로그램은 음식점의 매장과 메뉴, 식재료 등을 자주 보여주거나 언급하며 지나치게 간접광고를 한 바 있어서 케이블방송 등 유료방송보다 공영방송이 시청권을 침해하며 공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5명으로 구성된 방송소위에선 ‘경고’ 의견이 4명, ‘관계자 징계’ 안이 1명이었다. 방송소위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전광삼 심의위원은 방송사의 개선 의지가 있는지를 중요 잣대로 봤다. 전 위원은 “소위에서 담당 피디와 시피가 와서 의견진술을 했다. 내가 볼 때 이들의 개선의지가 전혀 없었다. 제작비가 부족한 현실을 심의 규정이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뉘앙스였다”며 “시청자의 사랑을 많이 받아 연말에 상을 받을 작품이니 선처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광삼 위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간접광고는 케이비에스에서 건수가 가장 많다. 간접광고에 대한 케이비에스 의식에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에 어렵지 않은 기업이 어디 있느냐. 불법을 알면서도 불법을 하는 것에 대해선 그에 맞는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로 위원도 관계자 징계를 지지했다. 그는 “케이비에스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하는 방송사인 만큼 모범을 보이고 민염방송과는 달리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야 피디가 ‘절대 못해’라고 거절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비와 작품의 완성도 사이에서 갈등하며 간접광고에 시달린 피디들이 처한 현실에 주목한 것이다.

다른 위원들도 문제점에 대해선 공감했지만 방송소위 다수 의견을 존중해 제재 수위는 ‘경고’로 의결되었다. 강상현 위원장은 소수 의견을 반영해 “방송사에 전달할 때 심의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엄정하게 논의되었다는 점을 고지해 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방심위는 방송중 진행자가 욕설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계속 사용한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프로그램 <정봉주의 정치쇼>와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근거없이 결과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발언을 한 <교통방송>(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서도 모두 '경고' 조처를 내렸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