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영화 <사의 찬미>로 데뷔
티브이 드라마, 영화 등 50여 편 작품서 활동
성추행 논란으로 말 아끼면서도 “힘 빠진다” 망연자실
오시엔 제공
9일 오후 배우 조민기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문화계 동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선후배로 가까이 지냈던 한 중견 배우는 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힘이 빠진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다. 조씨와 함께 작업했던 드라마 피디와 작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마음이 많이 불편하고 복잡하다”고 전했다. 고인이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던 상황이라 관계자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 그러나 한편으론 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짐을 안긴 무책임한 선택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조씨는 1982년부터 극단 '신협' 단원으로 연극무대에 주로 서다가 1991년 영화 <사의 찬미>로 대중문화계에 데뷔했다. 1993년에는 문화방송 22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주로 티브이 드라마를 무대로 활동했다. 2006년 화제가 됐던 드라마 <사랑과 야망>, <황금 무지개>를 비롯해 오십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냉철한 인물을 주로 맡으며 중량감 있는 연기자로 자리잡았다. 2004년 청주대학교 겸임교수를 시작해 2010년 공연영상학부 조교수로 부임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교수 시절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지난달 20일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폭로 초기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가 추가 폭로자들이 나오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소환 조사에 응할 예정이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