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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나이먹는 게 좋아…다르게 볼 수 있으니”

등록 2005-11-25 14:32수정 2005-11-25 17:57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날씬해진 이금희씨.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날씬해진 이금희씨.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인터뷰] 이금희 아나운서 “매력 있어요?…평범과 노력이 있을뿐”
이금희 아나운서가 친절해졌다. 그리고 날씬해졌다. 맏며느리 같고 언니 같은 푸근함과 다정다감함이 매력인 아나운서 이금희(40)씨가 ‘가냘픈’ 여인으로 변신했다. 달라진 외모의 이금희 아나운서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 ‘파워인터뷰’의 진행자로 대중 앞에 섰다. 어떤 이들은 그 이면에 ‘시련의 상처’가 있다고 하고, 다른 이는 ‘이미지 변신’ 차원이라고 추측한다.

그동안 <한국방송> ‘아침마당’과 지난 KBS FM ‘이금희의 가요산책’, ‘인간극장’이나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감동 메신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씨가 친절해진 이유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분이 지난해 이맘 때 40대로 세상을 떠나 충격을 받았는데, 새삼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1966년생이니, 꽉 찬 ‘40’이다. 많은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이때 더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는 스스로 ‘행운아’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23일 ‘파워인터뷰’ 녹화가 끝난 뒤 늦은 밤 귀가하면서도 담당 피디에게 안부전화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제 나이에 사랑받으며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행복해요. 더구나 제가 하고 싶은 방송일을 하며 돈도 받고, 사람들을 만나며 인생을 배우고 있잖아요. 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졌어요.”

그가 아나운서의 꿈을 키운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친구를 따라 어린이 노래자랑 프로그램인 ‘누가 누가 잘 하나’ 녹화장에 갔다가 아나운서 언니의 멋진 모습에 반해 중·고·대학교 때까지 방송반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워나갔다.

1989년 KBS 공채 16기 아나운서에 입문한 뒤에는 ‘전국 어린이 동요대회(누가 누가 잘하나)’, ‘6시 내고향’, ‘사랑의 리퀘스트’, ‘TV는 사랑을 싣고’, ‘아침마당’ 등의 프로그램을 맡았다. 이씨는 30대까지만 해도 승승장구 이면에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4~5년 전부터는 ‘운’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는 “노력하지 않는 아나운서는 없다”고 잘라말했다.


파워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금희는 방송계에서 몇안되는 우먼파워 소유자라 할 만하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파워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금희는 방송계에서 몇안되는 우먼파워 소유자라 할 만하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새벽 5시 일어나 저녁 12시 취침…별보기 운동”

그의 하루는 보통 아침 일찍 시작된다. 5~6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탓에 귀가시간도 늦은 밤일 때가 많다. 이 날 인터뷰도 <한국방송> 수원세트장에서 ‘파워인터뷰’ 야구선수 이승엽 편 녹화가 끝난 뒤 밤 11시가 다 되어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이뤄졌다.

대체로 그는 새벽 5시쯤 방송국에 나와 ‘인간극장’ 더빙을 한 뒤 ‘아침마당’ 방송 준비를 한다. 오후에는 라디오 ‘이금희의 가요산책’ 생방송을 마친 다음에는 운동을 하거나 지인들을 만난다. 종종 영화나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을 보러 다니기도 한다. 대신 틈틈히 신문과 잡지, 책을 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그는 모교인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에서 겸임교수를 맡아 후학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그가 미혼인 이유다. 일을 좋아하는 탓에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다. 연애를 꿈꾸기 어려운 환경이다. 요즘도 수업이 있는 날은 새벽 4시쯤 일어나 수업준비를 한다.

“장르의 구분없이 일주일에 1권 이상의 책은 꼭 읽으려고 해요. 최근에는 <괴짜경제학>,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 <랄랄라 하우스>, <지구밖으로 행군하라> 등을 읽었어요. 영화나 연극, 뮤지컬, 콘서트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저녁때 우유 한잔으로 석달 “굶고 살 빼지 마세요”

대신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오랜 기간 아침프로그램을 맡은 탓도 있지만, 술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마셔봐야 맥주 한 잔 정도. 지난 5월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요즘에는 ‘운동’의 재미에 푹 빠져 있다. “5월부터 석달가량 저녁으로 우유 한 잔을 먹고 버텼더니 10kg 이상 체중이 줄더라고요. 몸이 힘들어져서 9월부터는 밥을 꼬박 챙겨먹는 대신 매일 30분~1시간 가량 러닝머신 위에서 빨리 걷는 운동을 하는데, 몸이 한결 좋아졌어요. 굶고 빼는 다이어트는 금물이에요. 밥은 잘 먹되, 운동을 하세요.”

“한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파워인터뷰’”

녹화준비를 하는 사이 초대 손님 이승엽과 담소를 나누는 이금희.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녹화준비를 하는 사이 초대 손님 이승엽과 담소를 나누는 이금희.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그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매주 토요일밤 11시에 방송되는 ‘파워인터뷰’를 통해서다. 지금까지 천정배 법무부장관, 탤런트 최진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다녀간 이 프로그램은 진보논객 진중권 교수, 배우 오지혜, 정신과 의사 채정호 교수 등이 패널로 나와 그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끈다.

“5년 만에 부활하는 ‘파워인터뷰’는 한마디로 업그레이드 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패널의 전문성을 강화해 시사상식과 재미 둘 다 잡겠다는 거죠. ‘사는 이야기’만큼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없잖아요.”

‘파워인터뷰’ 뒤 더욱 바빠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사람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중책을 맡은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이란다. 충실한 모니터와 꼼꼼한 준비는 필수적이다.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신문외에 매주 영화잡지 2권과 시사잡지 5권을 읽는다.

“지금까지 했던 일이 100%라면, 이 프로그램을 맡은 뒤 200%가 됐어요. 출연자가 결정되면 자료검색을 시작으로 질문을 직접 뽑아요. 그렇다고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되겠다거나 하는 욕심은 없어요. 맡은 일을 즐겁게, 최선을 다할 뿐이죠. 오히려 저를 기억해주면 고마울 따름이죠.”

“나이들어가는 게 좋아요…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

그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의외다. 이유는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생각이 넓어지기 때문이란다. “스물아홉살 때만 해도 힘들었는데, 39살 때는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 50살, 60살이 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때 되면 체력은 운동으로 지키되, 부족한 체력만큼 욕심을 줄일 거예요.”

30대까지만 해도 ‘일 중독자’일 정도로 방송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욕심이 없다고 한다. “잘 되는 프로도 맡아봤고, 잘 안된는 프로도 했는데, 프로그램도 사람처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만났다 헤어지고~ 노력이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10년~20년 뒤 이금희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 때에도 여전히 방송을 하고 있을 것이고, 방송을 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란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처럼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을 워낙 좋아해 ‘뮤지컬배우’가 되지 않을까도 싶지만 워낙 노래나 춤 방면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때도 그는 미혼일까? 그는 “30대까지는 일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 이성을 만날 시간과 기회가 없었고, 일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며 “독신주의자는 절대 아니며, 결혼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있었다”고 했다. 이상형은 그냥 평범하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면 족하다. 이상형을 만난다면? 워낙 소심한 탓에 얼굴만 벌개질 뿐 말 한마디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을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이제는 용기를 내야겠죠?”

그는 주말에 가끔 가족들이 한 차를 탄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을 즐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채우는 시간, 나를 돌아보는 시간 같아서인지 혼자 있다 보면 충만해지는 느낌이에요. 방송일이 바빠 그나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도 않지만요.”


26일 방영예정인 이승엽 파워 인터뷰를 수원 드라마 스튜디오에서 녹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26일 방영예정인 이승엽 파워 인터뷰를 수원 드라마 스튜디오에서 녹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제가 매력이 있어요?…‘평범’과 ‘노력’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

많은 사람이 그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는 친근함일 게다. ‘밝고, 겸손하고…’ 하지만 그는 매력이나 장점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거울을 잘 들여다보지 않으니, 매력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다섯자매 가운데 넷째로 학창시절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모범생이었던 모습이 현재까지 유효하고, 대학시절에도 공부(방송사 입사 준비)를 꾸준히 했다.

“‘평범’과 ‘열심’이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 같아요. 입사한 뒤로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채워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것이고, 다행히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파워인터뷰’의 ‘우문현답’ 코너처럼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
=“로또를 사지 않기 때문에 그럴 일 없을 것이다. 복권도 사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보물찾기(학창시절) 한 번 안되는 사람이 바로 나다. 땀 흘리지 않은 곳에서 횡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첨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길에서 10만원을 줍는다면?’
=“양심적이라기보다는 워낙 내가 소심한 편이라… 그래도 파출소에 맡길 것 같다. 1998년쯤에도 지갑을 주운 적이 있는데, 지갑 안에 든 명함을 보고 돌려준 적이 있다.”

<한겨레 >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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