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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단아한 백조에서 팔색조 배우로…“연기 지적 받는 것도 즐거워요”

등록 2017-10-11 16:59수정 2017-10-11 20:26

연극 도전하는 발레리나 김주원

프랑스 영화 원작 ‘라빠르트망’서
리자역 맡아 연극무대 도전

“춤극 제안했다가 ‘운명처럼’ 발탁
말로 다양한 감정 표현하는 데 매력
원래 작고 낮은 목소리였지만
발성연습 위해 책 거꾸로 읽기도”
연극 <라빠르트망>의 주인공 리자역을 맡은 발레리나 김주원. 엘지아트센터 제공
연극 <라빠르트망>의 주인공 리자역을 맡은 발레리나 김주원. 엘지아트센터 제공
단아한 발레리나가 팔색조의 배우가 될 수 있을까? 10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김주원(40)을 만난 순간 의문이 풀렸다. 긴 생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발레복을 벗은 김주원의 얼굴은 많은 얘기를 담고 있었다. 자그마한 이목구비가 단아해 보이지만 강단 있었고, 머리를 쓸어넘기거나 무표정하게 상대를 응시할 때는 관능미까지 느껴졌다. 고선웅 연출가가 “운명처럼 김주원이 떠올랐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발레리나 김주원이 ‘모니카 벨루치’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1997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을 연극으로 만들어 18일(11월5일까지 엘지아트센터) 개막하는 <라빠르트망>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맡았던 리자를 연기한다. <라빠르망>은 리자와 막스의 아름답지만 지독하게 엇갈리는 사랑을 그린 미스터리와 멜로가 버무려진 영화로, 고 연출가는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접 원작자 겸 감독인 질 미무니를 만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제목은 프랑스 쪽의 요구로 영화 개봉에서는 빠졌던 ‘트’가 들어갔다.

김주원은 20대 때 이 영화를 봤단다. 영화는 설렘부터 갑작스럽게 이별 뒤 몰려오는 슬픔과 후회 등 사랑을 하며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 호평받았다. 그러나 클로즈업 등 편집의 묘미를 부릴 수 없는 연극에서 그 섬세함은 오롯이 배우들이 해내야 하는 몫이다. 그런 점에서 연기 경험이 없는 김주원의 발탁은 의외다. 고 연출가는 “연극은 클로즈업이 아니라 풀샷이다. 사랑의 느낌이 얼굴에 대한 기억보다 전체에서 풍겨나와야 한다. 몸짓, 눈빛, 어깨선, 심지어 돌아볼 때의 턱선까지 모든 움직임이 중요한데, 그래서 (발레로 몸과 얼굴의 선이 살아 있는) 김주원은 제격이다”라고 말했다. 김주원도 걸음걸이와 손짓 등 몸의 움직임을 강조해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자의 느낌을 담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발성 등 대사 처리는 만만찮았다. 김주원은 2010년과 2017년 뮤지컬 <컨택트>, 2015년과 2016년 <팬텀>에 이어 2016년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지만,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간 적은 없다.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항상 궁금했다”지만 “내 목소리를 변화시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건 힘들었다”고 한다. “원래 작고 낮은 목소리여서 처음엔 고생했어요. (소리내어) 책을 40분씩 읽고, 글을 거꾸로 읽으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30분씩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날 상대 배우의 말이 들리고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상대가 대사할 때 어떤 표정으로 어떤 위치에 있어줘야 하는지 등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디 가서 누구한테 지적받을 위치는 아닌데 연극을 하면서 연출한테 매일 지적받는다”면서도 “함께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김주원은 발레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2006) 등 모든 영광을 오롯이 노력으로 빚었다. 지금도 매일 연습하는 등 발레리나로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하고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도 춤을 알리고 싶은 이유다. 그 바람이 연극까지 이어졌다. “‘최승희’(무용수)의 삶을 그린 춤극을 제안드리려고 친분도 없는 상태에서 고 연출님한테 연락했더니 이후 연극을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춤에 도움이 될 거라는) 지인들의 권유에 고민 없이 결정했어요.”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계획하지 않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다양한 기회가 왔다”는 그가 만난 리자는 어떤 모습일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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