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피디들은 말한다. 이번 추석은 징검다리 연휴까지 합하면 무려 10일 동안 쉴 수 있다. 가족이 둘러앉든, 혼자서 지내든 즐거운 연휴를 도울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해왔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특집프로그램이 적다. 바로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의 파업 때문이다.
명절 한달여를 앞두고 파업이 시작되면서, 피디들이 준비하던 추석 특집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중단됐다. 문화방송은 대표적인 명절 프로그램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촬영 중단을 시작으로 모든 프로그램을 접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이번 추석 특집프로그램은 영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등 교양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들은 기존에 나갔던 것을 다시 내보내는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한다. 한국방송은 파업 전에 준비했던 것과 파업 중에도 일부 피디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새로 선보이는 특집프로그램은 7개 정도다.
명절의 재미가 덜해져 시청자들도 아쉽지만, 피디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명절은 피디들한테도 중요한 시기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명절이 정규프로그램의 시험대가 된다. ‘외국인 장기자랑’처럼 단발성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규프로그램이 됐을 때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맛보기’(한회로 만들어 내보낸 뒤 반응을 보는 프로그램)로 선보인다. 화제를 모았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 <미래일기>(이상 문화방송) 등도 모두 명절에 내보내 반응이 좋아 정규 편성됐다. 지상파 방송 출신의 한 케이블 예능피디는 이렇게 토로했다. “그래서 명절은 전쟁터다. 피디들 모두 자신의 프로그램을 내보내려고 기획안을 서너개씩 제출하기도 한다. 명절에 맛보기 프로그램을 선보여야 정규 편성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니, 특히 문화방송의 경우 하반기 예능 전략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다.”
예능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면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좋아졌다. 여느 때보다 영화 라인업이 좋다. 특히 문화방송이 그렇다. 화제작이었던 <라라랜드>와 <부산행>이 처음으로 티브이에서 방영된다. 새 프로그램 대신 영화로 긴 연휴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변호인>도 티브이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를 모은다. <제이티비시>(JTBC)와 케이블채널 <스크린>에서 방영한다. 다큐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갈 자리에 과거 화제를 모았던 다큐멘터리를 편성한 것도 가뭄 끝의 단비일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명절의 특권인 새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만 할까. 제작진도 시청자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을 즐겁게 보는 재미를 하루빨리 누릴 수 있기를.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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