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하루하루가 순례의 길’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그리는 4부작 다큐멘터리 <순례>가 7일부터 매주 목·금 방송한다. 사진은 각 편의 주인공들. 한국방송 제공
웅장한 대자연이 시선을 압도하는 전형적인 대작 다큐멘터리다. 우리와 다른 삶을 들여다보며 나를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도 익숙하다. 그러나 ‘욜로 라이프’ 등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 요즘, 한번쯤 빠져들어 생각을 정리하게 하는 힘이 강하다.
<한국방송1>(KBS1)이 7일부터 목·금 밤 10시에 내보내는 4부작 다큐멘터리 <순례>는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삶과 가치관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1부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7일)는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루크파의 수행 ‘파드 야트라’(발의 여정)를 순례하는 16살 비구니 왕모를 쫓는다. 승려 300여명과 함께 영하 30도, 해발 5200㎞ 잘룽카포 산을 넘는다. 2부 ‘신의 눈물’(8일)은 안데스 산맥, 해발 4500㎞ 만년설에 뒤덮인 시나카라 계곡으로 향하는 기나긴 순례길을 조명한다. 3부 ‘집으로 가는 길’(14일)은 아프리카 세네갈 장미 호수에서 소금을 채취하며 사는 가장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담고, 4부 ‘4300㎞, 한 걸음 나에게로’(15일)는 멕시코 국경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미 서부를 종단하는 4285㎞에 달하는 야생의 순례길을 따른다. 1편과 3편을 만든 김한석 피디는 “우리의 삶 또한 순례라는 생각에 종교와 인생이 담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2편과 4편을 만든 윤찬규 피디가 10년 전 <차마고도>를 만들면서 티베트 불교에 관심을 가졌고, 이를 2014년께부터 확장해 구체화했다.
4부작 다큐멘터리 <순례>는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장기 관찰하며 변화되는 개인의 삶과 가치관을 들여다본다. 한국방송 제공
촬영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약 2년 동안 인도 라다크, 페루, 세네갈, 미국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등 4대륙을 담았다. 해상도 높은 4K 카메라로 담은 매끄러운 화질이 함께 걷는 것 같은 현장감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각 편의 출연자들과 최대 450일간 동행하며 그들의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깊게 관찰했다. 그래서 여느 다큐멘터리보다 인물 한 명의 삶을 깊이 있게 투영하는 점이 눈에 띈다. 출연자를 찾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리는 등 섭외부터 만만치 않았다. 김 피디는 “종교적 출가는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탓에 왕모라는 소녀를 간신히 찾았다”며 “파드 야트라의 여정을 소개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홍성준 촬영 감독은 “눈보라가 치는 히말라야 안데스 고산에서 촬영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영화적 기법을 활용해 보는 재미를 더한 것도 눈에 띈다. 대자연이나 인물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순례를 떠나는 중간중간 패션에 관심이 많은 등 또래 10대와 다름없던 왕모의 지난 시절을 교차 편집하는 식으로(1부) 몰입도를 높인다. 김 피디는 “기존 설명 위주의 다큐멘터리보다는 보편적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1부 초반 암전 상태에서 소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고, 눈길을 걷는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나오는 식의 영화 같은 연출 방식도 흥미롭다. <순례>에 나오는 이들은 공통으로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요.” 김 피디는 “시청자도 순례를 떠나는 마음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