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드라마’가 뭐예요?”
어느날 등장한 이 낯선 단어가 티브이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예능드라마는 흔히 드라마보다는 가볍고, 회별로 에피소드가 끊기는 시트콤보다는 연결성 있게 이어진다. 2015년 <프로듀사>(한국방송2·KBS2)때 처음 등장해, 이후 <최고의 한방>(한국방송2), <초인가족 2017>(에스비에스·SBS) 등으로 이어져왔다.
곧 새 예능드라마 두 편도 찾아온다. <문화방송>(MBC)은 <보그맘>을 9월 중 선보이고, <한국방송2>는 <고백부부>를 10월13일 밤 11시에 시작한다. <보그맘>은 인공지능 로봇 개발자 최고봉(양동근)이 7년 전 아들을 낳자마자 죽은 아내를 모티브로 휴머노이드 로봇 보그맘(박한별)을 개발한다. 아들이 강남 유명 유치원에 들어가고, 보그맘이 엄마들의 사조직인 ‘엘레강스’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백부부>는 결혼을 후회하는 권태기 부부가 과거로 돌아가서 일으키는 좌충우돌을 담았다. 손호준과 장나라가 부부로 나온다. <보그맘> 제작진은 “치맛바람, 사교육 열풍 등 사회적인 메시지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방송하는 <한국방송2>의 예능드라마 <고백부부>의 주인공 장나라. <한겨레> 자료사진
예능드라마는 시트콤에서 파생했다. 예능드라마를 제작했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 시트콤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시트콤과 예능드라마를 구분지어서 말한다”고 했다. 이야기의 연결성이 있었지만 시트콤이라고 했던 <소울메이트>(2006년·문화방송)도 이제는 예능드라마로 바꿔 부른다. 등장은 단순하다. 처음 예능드라마라는 표현을 썼던 <프로듀사> 제작진은 “본래는 예능국에서 만드는 드라마라는 뜻으로 불렀다”고 했다. 시트콤은 전통적으로 예능국에서 만들지만, 드라마 제작은 이례적이었다. <프로듀사>는 표민수 드라마 피디가 연출했는데, 기획과 제작을 당시 서수민 책임피디를 주축으로 예능국에서 진두지휘했다. <최고의 한방>도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을 맡았던 유호진 피디가 연출했고, 방영을 앞둔 <고백부부>를 만드는 하병훈 피디와 <보그맘> 선혜윤 피디도 모두 예능 피디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예능드라마는 침체된 시트콤 시장을 살리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능드라마를 시트콤과 분리하면서 간접광고(피피엘) 등 여러 방면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예능드라마를 만들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시트콤은 시간도 짧고 매회 주제가 바뀌는 등 단발성이 강해서 협찬품을 길게 활용할 수가 없는 탓에 광고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야기의 연속성을 지닌 ‘드라마’를 강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트콤은 초저녁 같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짧게 내보내왔지만 드라마 성격을 강조하면서 밤 11시 드라마 시간대 등 상대적으로 좋은 시간에 편성받을 수 있게 돼 광고 유치에서도 나아졌다. <프로듀사>는 방영 당시 광고가 완판됐고, 그 수익만 40억원에 이른다. <최고의 한방> 차태현, <프로듀사> 김수현 등 스타들의 출연도 줄을 이었다.
예능드라마 시작 알린 <프로듀사>. 한국방송 제공
<문화방송>이 예능드라마를 선보이는 것은 <소울메이트> 이후 11년 만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한편도 없던 지상파의 예능드라마는 올해만 네 편이나 제작됐다. 예능드라마의 잇단 등장은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도 맥을 같이한다. <내조의 여왕> 등 드라마가 시트콤 못지않게 웃음을 주면서 시트콤은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스낵컬처’ 등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짧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시트콤을 비롯한 예능드라마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난 1월 방영한 <마음의 소리>는 예능드라마로 불리지는 않지만, 시트콤으로는 이례적으로 넷플릭스와 중국 소후닷컴 등에 판매되는 등 2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예능 관계자들은 <마음의 소리>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예능드라마도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예능드라마는 드라마적 연속성과 톡톡 튀는 시트콤의 단발성 재미를 모두 가져가야 해서 제작진의 머리는 더 아프다. <프로듀사>가 화제를 모은 건 스타 제작진과 배우들이 출연한 덕도 컸다. 이후의 작품들이 시트콤과 드라마의 장점을 골고루 뽑아내지 못한 것은 여전히 과제다. <최고의 한방> 등 후속 예능드라마는 연속성에 신경쓰면서 재미에서 아쉬움을 줬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예능드라마 관계자는 “예능드라마가 장기적으로 독립된 분야로 자리잡으려면 스타를 내세워 수익부터 고려하기에 앞서, 드라마와 시트콤의 조화를 이루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두 장르를 결합한 만큼 기존 시트콤과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창의적인 형식 시도의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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