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채널 고정, 드라마 속 드라마가 남았으니까요

등록 2017-06-23 07:31수정 2017-06-23 13:10

본편만큼 재미있는 에필로그
‘쌈, 마이웨이’ ‘수상한 파트너’ 등서
1분 남짓 짧은 보너스 영상 눈길
캐릭터 이해 높이고 스토리 풍성해져

‘별에서 온 그대’부터 본격 시도
스낵컬처 유행 따라 짧은 영상 인기
에필로그만 따로 모은 서비스도

<수상한 파트너>의 에필로그 한 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수상한 파트너>의 에필로그 한 장면. 프로그램 갈무리
2006년 고동만(박서준)이 출전한 전국체전 경기장. 최애라(김지원)가 동만한테 고백받은 장보람(진지희)을 응원봉으로 치고 지나간다. 둘은 싸움이 붙고 동만은 필사적으로 말린다. 그러다 애라의 얼굴에 손톱자국이 나자 동만이 보람한테 “손톱을 쓰면 어떡하냐”고 화를 낸다. 자신이 고백한 건 보람인데, 애라 편을 들다니. 애라는 짧은 머리를 찰랑대며 의기양양하게 보람 옆을 지나간다.

<쌈, 마이웨이>(한국방송2) 1회에 나온 장면이다. 친구인 동만과 애라의 돈독한 관계를 드러내는 에피소드다. 그러나 드라마 끝났다고 바로 채널 돌린 시청자들은 볼 수 없었을 장면이기도 하다. 본편이 끝나고 이어진 ‘에필로그’이기 때문이다.

요즘 드라마에서 에필로그가 ‘드라마 속 드라마’로 화제를 모은다. 30초에서 1분 남짓으로 본편이 끝나고 등장하는 짧은 보너스 영상인데, 매회 관련 이야기를 엮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쌈, 마이웨이>뿐 아니라 <수상한 파트너>(에스비에스), <최고의 한방>(한국방송2)과 5월30일 끝난 <애타는 로맨스>(오시엔)에도 에필로그가 등장한다.

큰 줄거리와는 상관없지만 소소하고 재치있는 에피소드들을 담아 화제가 됐던 2012년작 <샐러리맨 초한지>(에스비에스) 등 드라마에서 ‘에필로그’를 활용한 지는 꽤 됐다. 그러나 과거에는 주로 웃음을 유발하려고 재미있는 장면을 덧붙여 보여주는 식이었다면, 최근에는 내용에 살을 붙여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장치로 발전하는 양상이다. 청춘들의 이야기인 <쌈, 마이웨이>에서는 동만과 애라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에필로그로 담아내, 두 사람이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하는 복선을 깔고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도왔다. 변호사가 주인공인 <수상한 파트너>도 은봉희(남지현)와 노지욱(지창욱)이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함을 드러내거나, 태권소녀였던 봉희가 변호사가 된 사연 등 본편에서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가 주로 공개됐다. <쌈, 마이웨이> 기획단계에 참여한 이건준 책임피디는 “극중에 풀면 흐름을 깰 수 있는 부분들을 에필로그에서 보충설명해주면서 인물의 깊이감과 반전의 재미를 주는 등 드라마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며 “특히 남녀 주인공의 심리를 잘 드러낼 수 있어, 시청자들이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쌈, 마이웨이> 에필로그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쌈, 마이웨이> 에필로그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방송가에서는 2013년작 <별에서 온 그대>(에스비에스)부터 에필로그가 별도의 테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본다. 한 지상파 드라마 피디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에필로그가 본편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고 그 자체로 화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후 시도가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새 짧은 영상 위주의 ‘스낵컬처’가 인기를 끄는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에필로그 바람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마음의 소리>(한국방송2), 올봄 <김과장>(한국방송2) 등 에필로그가 화제가 된 드라마도 계속 이어졌다. 요즘에는 아예 에필로그만 따로 모아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수상한 파트너>는 에필로그를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제외했다가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누리집과 포털에 이를 따로 모아 내보낸다. 봉희가 지욱을 생각하면서 동전 던지기를 했던 에필로그는 다시보기 재생 수가 20만건이 넘는다.

<최고의 한방> 에필로그. 한국방송 제공
<최고의 한방> 에필로그. 한국방송 제공
짧지만 임팩트가 강하다보니, 제작진도 에필로그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흔히 편집된 장면을 에필로그에 녹인다고 생각하지만, 별개의 드라마처럼 고민한다. 이건준 책임피디는 “기획단계부터 에필로그를 어떻게 담을지 고민한다. 매회 본편에서 강조하는 포인트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만든다”고 말했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센스 있는 에필로그를 생각하느라 본편 대본보다 더 골머리를 앓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유행처럼 번지면서 본편에 다 담지 못하는 간접광고(PPL)를 쏟아붓는 등 부작용도 나온다. 외주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피피엘을 넣으려고 관련 에필로그를 생각하기도 한다”며 “에필로그는 본편이 재미있을 때 의미가 있고 꼭 필요할 때 차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