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캐릭터를 이용한 본격적인 정치풍자 프로그램 <에스비에스플러스>의 ‘캐리돌 뉴스’가 일베 이미지 사용으로 방송 잠정 중단이 결정됐다. <에스비에스 플러스> 제공
<에스비에스>(SBS) 피디를 만날 때면 “내부에 일베 있냐”고 묻곤 했습니다. 최근 4년 동안 자회사 포함해 무려 10건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 혹은 세월호 등을 비하하려고 만든 이미지를 유독 <에스비에스>에서만 자주 내보냅니다.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왜 신중하게 들여다보지 않을까요? 박정훈 <에스비에스> 대표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중 경고한 건 백번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건 좀 안타깝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된 <캐리돌 뉴스>(에스비에스 플러스)의 방영이 지난달 24일부터 잠정 중단됐습니다. 잘못은 했지만 <캐리돌 뉴스>는 그냥 사라지기엔 아까운 프로그램입니다. 모처럼 등장한 정치풍자 프로그램인 <캐리돌 뉴스>는 정치·사회의 주요 인물을 본뜬 인형을 등장시켜 촌철살인의 속시원한 풍자와 해학적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국정농단 주역들이 스피드 퀴즈를 풀면서 스스로 잘못을 고백합니다. “청기와집 들어갈 때부터 내가 키운 것은?”(지에이치·박근혜) “극우집회!”(이 부회장·이재용) “우병우”(차 감독·차은택) “국정원!”(순시리·최순실)
정치풍자 프로그램은 만드는 이들의 의지가 강해야 가능합니다. 괜히 했다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생각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캐리돌 뉴스> 제작진도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피디 4명과 작가 6명이 달라붙어 일주일 동안 쉼 없이 일하는 건, 뭐 모든 프로그램이 마찬가지겠죠.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할 때는 인형을 데리고 현장 취재까지 갔습니다. 사회부인지 정치부인지 예능국인지 모를 정도로 팩트를 체크하고 재미를 챙기고 의미도 담아야 했죠. 프로그램 성격상 일베와의 전쟁을 늘 치렀고, 일베 이미지를 피하려고 피디가 직접 편집도 하는 등 조심해왔다고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겠습니다. 어쨌든 한번의 실수로 공든 탑은 무너지니까요. 그러나 정치풍자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즘, 정치풍자 하는 사람들이 모처럼 자유로워진 이때에, 이날을 고대하며 분투해왔던 제작진의 풍자가 멈춰버렸다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채찍질은 달게 받고, 이를 계기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나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요. 더 신중해지고 더 예리해진 <캐리돌 뉴스> ‘컴백’을 기다려봅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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