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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두근두근 연애 예능, 환상에서 현실로

등록 2017-05-02 18:37수정 2017-05-02 19:54

원조 프로그램 ‘우결’ 잠정폐지
‘이상적 연애’ 환상 채웠지만
“어차피 쇼” 진정선 논란 한계

최근엔 진짜 부부 출연한 프로그램 인기
‘엿보기 예능’ 심화 우려 목소리도
<우리 결혼했어요>. 문화방송 제공
<우리 결혼했어요>. 문화방송 제공
<우리 결혼했어요>가 13일 시즌4를 끝으로 폐지된다. <문화방송>(MBC) 쪽은 “잠정 폐지”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종영으로 해석된다. 2008년 시작한 <우리 결혼했어요>는 9년간 장수하며 ‘가상연애 예능’이라는 새 장르의 시대를 열었다. <님과 함께-최고의 사랑>(제이티비시) 등 아류작을 쏟아내며 가상연애 예능 붐을 일으켰다. <우리 결혼했어요> 폐지는 이런 연애 예능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보여준다.

■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가상연애 예능은 2000년대 이후 ‘리얼 예능’ 흐름을 타고 등장했다. 연예인들끼리 연애하는 설정은 획기적 발상으로 평가받았다. 가상이더라도 신혼집을 꾸미고, “여보”라고 부르며 한집에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은 설렘과 부러움, 질투 등 갖가지 감정을 끄집어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이후 실제 부부의 ‘스와핑’을 시도한 <아내가 결혼했다>(2008년, 티브이엔), 아이돌 가수가 비연예인 팬과 1주일간 연인으로 지내는 <엠넷 스캔들>(2009년, 엠넷) 등 ‘금기’를 깬 가상연애 예능이 속속 등장했다.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은 드러낼 필요가 없는, 예쁘고 달달한 연애의 환상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우리 결혼했어요>. 문화방송 제공
<우리 결혼했어요>. 문화방송 제공
그러나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프로그램의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상연애 예능에 출연한 연예인이 다른 사람과 열애설에 휩싸이거나, 대본대로 연기를 한다는 의심을 사면서 시청자들의 환상이 깨지고 감정이입도 흐트러졌다. 최근에도 <내 귀에 캔디>(티브이엔)에서 박민영한테 설렘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던 이준기가 전혜빈과 연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프로그램과 등장인물의 ‘진심’에 비난이 쏟아졌다. 한 케이블 방송사 예능 피디는 “‘어차피 쇼일 뿐’이라는 생각은 가상연애 예능의 존재 이유를 사라지게 한다”며 “가상연애 예능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말했다. 허술하거나 창피한 모습이라도 가식을 벗어던진 ‘진짜’를 응원하는 시대가 된 것도 가상연애에 더는 심장이 뛰지 않게 했다.

■ 현실에 환호하는 시대로 또다른 케이블 예능 피디는 “이제 연애 예능도 사실적인 게 통한다. 점점 현실의 연애로 시청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구혜선·안재현 부부가 나온 <신혼일기>(티브이엔, 3월 종영)처럼 진짜 부부의 일상을 담은 연애 예능이 쏟아진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직접 민박집을 운영하며 손님을 맞는 <효리네 민박>(제이티비시)도 6월 중에 방송한다. <발칙한 동거>(문화방송)처럼 남녀의 새로운 관계를 제시하는 동거 예능도 등장했다.

<신혼일기>. 티브이엔 제공
<신혼일기>. 티브이엔 제공
실제 부부를 담으며 내용도 현실적이 됐다. 이 피디는 “가상연애 예능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했다면, 요즘 연애 예능은 현실적인 삶을 보여주고, 다양한 관계를 존중해주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혼일기>에서 구혜선의 생리 현상까지 방송에 등장한다. 가상연애 예능처럼 소꿉장난 같은 일상이 아닌, “밥은 내가 했으니 네가 설거지를 해” 같은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설정이 아닌 부부싸움도 한다.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가 민박집에 온 시청자들을 위해 직접 밥을 짓고, 청소하고, 그들과 둘러앉아 살아가는 얘기도 격의 없이 나눌 예정이라고 한다. 가상 부부가 아닌 실제 부부의 현실적인 삶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진솔함을 느끼게 하며, 그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더 적합하다.

<효리네 민박>. 제이티비시 제공
<효리네 민박>. 제이티비시 제공
그러나 연애 예능이 더 사실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솔함과 공감대를 빌미로, 실제 부부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행위는 더 깊은 자극을 원하는 ‘엿보기 예능’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파고드는 것 또한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신혼일기>는 그나마 거리를 두고 관찰하던 것에서 <효리네 민박>은 그 집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엿보는 식으로 선을 하나 더 넘었다. 진짜 관계가 아니면 사람들이 자극을 못 받게 되면서 연예인의 더 깊은 사생활을 원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제작진 스스로 그들의 삶에 거리를 두고 과한 편집, 자막 등으로 자극적인 내용을 끄집어내려는 시도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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