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 사랑> 3부 <두 엄마 이야기>. 문화방송 제공
“평생 갈 수 있는 친구가 없어진 것 같아 용서가 안 돼요. 그래서 내 딸 꼭 찾아야 해요….”
그럴 줄 알았다. “무조건 엄마 편”이라던 딸이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어느덧 3년. 세월호는 인양됐지만, 아이는 아직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한 단원고 2학년 조은화양 엄마와 허다윤양 엄마는 통한의 바다를 마주한 채 세 번째 봄을 맞았다. “나도 보고 싶지만, 우리 딸도 엄마 보고 싶어 할 것”이라던 다윤 엄마의 눈에 또 그렇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그 3년의 기다림을 <휴먼다큐 사랑>(문화방송)이 22일 밤 11시10분에 전한다. 가족의 사랑을 담는 다큐멘터리로, 8일부터 4주 동안 매주 월요일 방송한다. 2006년부터 12년째 5월마다 찾아오는 ‘사랑’이다.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 등 해마다 주제를 잡아 지금까지 40여 가족을 소개했다. 올해는 억울한 사연에 가슴 아파하는 이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보니 세월호 미수습, 가습기 피해 등 사회적 현안이 절절한 사랑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미국에서 40년 살았지만 추방 위기에 처한 입양인 <나의 이름은 신성혁>(2부작. 8일·15일), 세월호 미수습자 <두 엄마 이야기>(2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성준이와 산소통>(29일)을 차례로 내보낸다. 이지은 피디는 27일 서울 상암동 문화방송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의 희로애락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파양,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등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가족간의 사랑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휴먼다큐 사랑> 1·2부 <나의 이름은 신성혁>. 문화방송 제공
<휴먼다큐 사랑>은 암으로 투병 중이던 아내의 삶과 죽음을 보여주는 등 제작진도 시청자도 늘 힘겨운 순간과 마주해왔다. 견디기 힘든 슬픔으로 촬영을 중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는 주인공들의 답답한 사연에 특히 더 힘들었다고 한다. 이지은 피디는 “인터뷰할 때 어머니들보다 더 많이 울어서 질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어머니들이 들려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참고 일하는 것들이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런 제작진의 진심이 가족의 마음을 녹인 걸까. 이 피디는 “문제를 제기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촬영에) 응해주실까 걱정했는데, 두 어머니께서 마음만 온전히 담아달라고 부탁하셨다”고 말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보통 1년 넘게 촬영하는데 가족의 마음을 여는 데 긴 시간을 할애한다. 제작진도 가족도 진심으로 만나야 진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휴먼다큐 사랑> 4부 <성준이와 산소통>. 문화방송 제공
<휴먼다큐 사랑>은 어느덧 대표적인 가족 다큐멘터리가 됐다. 초창기 죽음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가족 이야기가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왔지만, 갈수록 슬픔을 단지 무겁게만 담아내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며 세상을 바꾸는 사랑의 힘을 얘기하게 됐다. 홍상훈 콘텐츠제작국 국장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가 사랑”이라며 “<휴먼다큐 사랑>이 12년간 이어져온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