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 방향) ‘발연기’ 캐릭터로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준, <언니는 살아있다>의 장서희, 배우 장수원. 방송 화면 갈무리 *기사 내용과 위 사진은 관련이 없습니다.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에스비에스)와 <아버지가 이상해>(한국방송2)에서는 각각 발연기 하는 아역 출신 민들레(장서희)와 아이돌 출신 안중희(이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지난해 <배우학교>(티브이엔)에 이어 최근 시작한 <내가 배우다>(케이스타)처럼 연기 초보를 불러 훈련시키는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한 지상파 드라마 피디는 “못하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는 순간 호감이 되는, 시대를 잘 만나 ‘발연기’ 배우들이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일 못하면 도태되는 경쟁 시대에 ‘발연기’ 배우들이 예외 직업군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논란은 인다. 직업은 연기자인데, 연기를 못한다. 그중에서도 한류 열풍을 탄 ‘발연기’ 배우들은 늘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회당 2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다. 많게는 1억원까지 간다. 최소 2000만원으로 치더라도 주 2회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한달에 1억6000만원을 가져간다. 제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작품의 완성도까지 떨어뜨리는 결과에 견줘 과연 합당한 금액일까. 드라마 관계자 몇몇한테 발연기 배우들의 적정 출연료를 물었다.
드라마 피디 ㄱ씨-회당 2000만~4000만원(상품성 90%+연기력 10%)
“드라마는 수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발연기 배우가 출연해 작품의 질은 떨어졌지만 해외 판매, 협찬, 간접광고 등 이 배우 때문에 드라마가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면 합당한 금액은 줘야 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 출연시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 뭐하나. 협찬 안 되고 해외에 안 팔려 적자 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 배우 하나로 번 돈이 얼마냐로 따지면 대접해줘야 마땅하다. 게다가 주인공 아닌가. 그러나 금액의 적정선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요즘 드라마 배우들의 출연료가 많게는 1억원까지 가는데, 최대 4000만원을 넘지 말아야 한다. 배우도 책임을 져야 한다. 드라마가 잘되고 수익도 났다면 러닝개런티로 돈을 더 주고, 실패하면 주지 않는 식으로 개런티 지급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
드라마 작가 ㄴ씨-돈 받고 출연시키고 싶다(연기력 100%)
“드라마는 작품성으로 말해야 한다. 배우의 기본인 연기가 안 되는 배우를 왜 출연시켜야 하나. 그들이 내 작품에서 발연기를 해대면서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힘들게 쓴 대본 망가뜨린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방송사도 돈 버는 드라마, 작품성으로 평가받는 드라마를 구분지어 캐스팅해야 한다. 배우가 연기를 못하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연기 연습을 하게 해야 한다. 발연기 배우들은 드라마 안 해도 어차피 광고로 돈 벌지 않나.”
연예기자 ㄷ씨-회당 1000만원(연기력 80%+상품성 20%)
“연기력으로 따지면 보조출연자 금액을 받아야 맞지만, 백번 양보해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해 1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연기 잘하는 조연배우들도 300만~700만원을 받는다. 그들보다 연기는 못하면서 한류 스타라는 이유로 주연 자리를 꿰차고 더 많은 돈을 받아 가는 건 불합리하다. 그러나 그가 캐스팅되어 벌어들인 돈으로 스태프 등이 땀 흘린 값을 제대로 받았다고 가정하고, 300만원 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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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