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7일 시작한 <한국방송2>(KBS2)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 1회에는 이유리가 나온다. 변호사 강봉구(성준)와 수습사원 심재복(고소영)한테 이혼 상담을 하러 왔다.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흐느껴 운다. 그는 닷새 뒤인 3월4일 시작한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한국방송2)에서는 반대로 그런 의뢰인들한테 똑부러지게 조언하는 변호사 변혜영으로 출연했다. 그가 주인공을 맡은 <아버지가 이상해> 방송을 앞두고 <완벽한 아내>에 특별출연(카메오)한 것이다. 변호사와 의뢰인으로, 두 드라마에서 상반된 배역으로 나온 이유리의 모습은 시청자들한테 큰 재미를 줬다. <완벽한 아내> 이건준 책임피디(시피)는 “이유리의 특별출연은 <아버지가 이상해> 홍보 차원은 아니었지만 의뢰인과 변호사라는 상반된 상황이 더해져, 결과적으로 두 드라마에서 모두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작을 앞두고 다른 드라마에 특별출연하는 이른바 ‘카메오 홍보’가 또 하나의 시청포인트가 되고 있다. 2년여 전부터 케이블을 중심으로 활발해졌다. 2015년 <신분을 숨겨라>(티브이엔) 마지막회에서는 후속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티브이엔)의 주인공 김현숙이 출연했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 마지막회에도 후속 드라마 <풍선껌>의 주인공 정려원이 나와 화제를 모았다. 극중 박두식의 소개팅 상대로 출연해 “풍선껌 줄까” 등의 대사로 드라마 홍보를 톡톡히 했다.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호사로 출연하는 이유리가 <완벽한 아내> 1회에서 의뢰인으로 특별출연해 재미를 줬다. 한국방송 제공
<아버지가 이상해> 변호사로 나온 모습. 한국방송 제공
특별출연은 대개 배우가 쉬는 동안 작품 홍보와 관련없이 피디나 배우와의 친분으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었다. 수년 전부터 ‘카메오 홍보’가 늘어난 데는 같은 방송사를 기준으로 프로그램 사이 장벽을 허문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15년 <호구의 사랑>(티브이엔) 1회에서 <미생>의 오 과장(이성민), 2회에서 <응답하라 1994> 조윤진(도희)이 특별출연하는 등 과거 인기 드라마의 대사와 상황을 선보이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한 케이블 드라마 피디는 “최근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이 잦아진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카메오 홍보’는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대놓고’ 홍보한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극 흐름에 녹아든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주연급 스타가 의외의 단역을 맡아 예상치 못했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도 드라마 속 또 다른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재미를 준다. 시청자들도 거부감 없이 반기는 분위기다. <완벽한 아내> 이건준 시피는 “방송을 앞두고 출연하는 카메오는 두 작품에 윈윈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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