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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취지는 좋으나 씁쓸…‘내집이 나타났다’ 누구를 위한 집짓기인가

등록 2017-02-15 13:21수정 2017-02-16 11:16

효율성 보단 보여주기 건축 모양새
사연자보단 양진석 건축가·스타 부각

70년 이상 가족들이 살던 터전을
“빨리 쓸어버려랴” “어떻게 자냐”

피디 “저비용 고효율 건축 등
가족에 맞는 집 지어주려 노력”
무엇을 위한 집짓기일까. <제이티비시>(JTBC)가 3일 시작해 2회 방송한 <내 집이 나타났다>(8부작)를 두고 취지는 좋지만 ‘보여주기에 급급한 집짓기’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 집이 나타났다>는 집이 필요한 이들한테 집을 지어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2005년 종영한 <문화방송>(MBC)의 <일밤-러브하우스>를 사실상 그대로 옮겨왔는데, 리모델링이 아닌 새집 지어주기가 콘셉트다. <러브하우스>에 출연했던 양진석 건축가도 나온다. 박영미 피디는 “가장 편안해야할 공간에서조차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사연자들에게 맞춤형 내 집을 신축해주면서 주거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건축 트렌드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받은 신청서와 관공서·사회복지기관에서 추천받은 약 1500채의 후보 가정을 검토해 6채를 선정했다.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집이 대부분이다. 공사 기간만 90일. 제작비 회당 5억원을 들여 8개월 동안 사전제작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집들은, 쥐가 나오거나 벽에 금이 가 있고 집 밖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어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런 가족에게 살 만한 새집을 선물하고, 기뻐하고 희망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감동 포인트다. “고생한 이들이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다.

1회에 나온 집.
1회에 나온 집.
1회 집의 신축 후 모습.
1회 집의 신축 후 모습.
그러나 <내 집이 나타났다>는 출연자들의 생활 환경이나 평소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크고 좋은 새집을 과시하듯 지어주는 듯한 모양새가 무책임하게 다가온다는 비판이 매회 나온다. 1회 가정의 경우 남편이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린다. 이들에게 저택과도 같은 집이 “일용직 일당으로 유지가 될까. 팔고 다른 집으로 이사갈 것 같다”(kang***) 같은 의문이 제기됐다. 집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아이들의 ‘놀이+공부’방을 만들어준 것을 두고 “그 공간을 조금 줄여 하숙 등 가족들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을 꾸렸으면 어땠을까”(시청자 김수진)라는 등 의견도 제시한다. 2회에서도 세 가족이 살기에는 큰 규모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그 건축비로 소박한 집을 여러 채 지어 더 많은 가정을 도와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는 문제 제기를 한다.

이런 문제가 불거진 건 “사람은 안 보이고 상품이 보이는, 피피엘 시대의 러브하우스”(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에 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로그램은 사연자 가족이 어떤 집을 원하는지보다 양진석 건축가의 ‘첨단 트렌드 적용 건축’을 소개하는 데 더 공을 들인다. 방송 뒤 모바일 앱에서 설계, 시공 등 참여업체 정보와 포트폴리오, 소품 정보 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2회에서는 채정안이 세탁기 사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사연자의 삶보다 매회 나오는 스타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긴 시간 할애해 보여준다.

사연자들이 살던 집을 대하는 진행자들의 태도도 시청자를 불편하게 한다. 1회 오래된 집에 들어간 진행자들은 “대박. 어떻게 여기서 자냐”, “어서 빨리 나가자”며 호들갑을 떤다. 전날까지 사람이 살던 곳이다. 1회는 가족 대대로 100년 가까이, 2회는 70여년을 살아온 집이다. 그 집과 함께 한 사연자들의 인생을 진지하게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 김선영 평론가는 “사연자들이 그 집과 함께한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집이 아닌 사람이 주인이 돼야 하고, 집과 함께 흘러온 사연자들의 인생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축 관련 홍보 앱
건축 관련 홍보 앱
이에 대해 박영미 피디는 “사연자들의 사연과 생활을 최대한 반영해 실제 거주해온 부지 면적에 맞는 최적의 집을 설계했고, 1회 돌계단 등 해당 집의 역사와 추억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실용성 부분에서는 “사연자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열효율이 월등히 높은 보일러를 사용하거나 냉방 에너지 15~30% 절감 효과가 있는 실링팬 등을 적용시키고 단열성이 뛰어난 단열재를 사용하는 등 유지관리비용이 적게 되는 친환경 자재들을 사용해 ‘저비용 고효율’ 집을 신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의 홍보성이 짙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앱은 시청자들에게 신축 정보를 주기 위한 건축가의 정보 창구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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