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지상파는 멜로와 멀어진다. 방영 중인 미스터리물 <피고인> <미씽나인>부터 방영을 앞둔 <귓속말>에 시트콤 <초인가족> 등 성격 다른 여러 드라마가 차례를 기다린다. 한국 드라마 장르의 다양화가 꽃피는 해가 될까. 미스터리가 바탕이 된 <피고인>(에스비에스 월화 밤 10시)과 <미씽나인>(문화방송 수목 밤 10시)이 스타트를 끊었다.
23일 시작한 <피고인>은 딸과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검사 박정우(지성)가, 잃어버린 4개월의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이야기다. 18일 시작한 <미씽나인>은 한 기획사 소속 배우와 관계자들이 무인도에 추락했고, 그중 코디네이터인 라봉희(백진희)만 살아 돌아오면서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헤친다. <피고인>은 14%대, <미씽나인>은 4~6%.(닐슨코리아 집계) 이번엔 특별히 장르물을 좋아하는 시청자 평가단에 첫방 소감을 물었다.
이들은 대체로 “장르물 애호가로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볼맛은 난다”고 만족해했다. 직장인 송미연(32)씨는 “<피고인>과 <미씽나인>은 모두 미스터리가 바탕이 됐는데, 하나는 수사가 가미된 정통물이고 하나는 코믹이 가미됐다. 장르물 안에서도 디테일한 차이를 둬 서로 다른 재미를 준다”고 했다. <피고인>에서 박정우는 아내와 딸의 생일 파티를 하고 잠들었는데 눈떠보니 교도소다. 4개월이 지났고, 자신은 살인범이 되어 있다. 교소도 생활과 그가 수사하던 재벌그룹 아들의 살인미수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이 섞여 보여진다. <미씽나인>은 무인도에서 지뢰를 밟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큰 게’ 마렵다고 하거나 상상으로 음식을 먹는 식의 코믹 요소를 집어넣어 “피식” 웃음을 유발한다. 드라마작가 지망생 김여남(34)씨는 “시트콤이 아니면 티브이에서 코믹을 섞은 스릴러는 없었다. <미씽나인>은 상대적으로 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며 “두 작품 모두 기존 장르물과 달리 어렵지 않아 장르드라마의 대중화 기여 의미도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전국의 셜록, 코난을 불러 모은 점에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전직 연예부 기자 한지명(30)씨는 “<피고인>도 <미씽나인>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주목하며, 시청자들이 추리하게 만드는 참여 드라마로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두 드라마가 끝나면 관련 기사의 덧글이나 시청자게시판에 온갖 추리가 난무한다. “섬에 누군가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나무가 넘어질 때 뒤에 그림자 보신 분?” “라봉희가 모두 죽이고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거 아닐까요?”(이상 <미씽나인>). “성규가 진짜 범인인데 감옥에서 감시하는 거 아님?”(피고인). 한씨는 “장르물은 시청자가 빠져드는 재미가 성공 열쇠다. 추리를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했다.
송미연씨는 “둘 다 1회에 모든 상황이 까발려지는 등 전개도 빠르다. 누가 범인인지 패를 드러내놓고 과정을 들여다보는 점이 흥미를 유발한다”고 했다 . 그러나 빠른 전개와 대중성을 의식한 탓인지 다소 억지스럽고 디테일이 아쉽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장르물은 소품 하나, 대사 한마디에도 복선이 깔리는 등 촘촘한 구성이 관건이다. 그러나 두 드라마는 악행을 저지르는 수법과 이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방식이 너무 허술하다. 송미연씨는 “<피고인>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쫓기는 차민호(엄기준)가 쌍둥이 형 차선호(엄기준)를 죽이고 형인 척 살아가는 설정이 너무 쉽다.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형 안경만 썼을 뿐인데 다들 속을 수 있나”라고 했다. 한지명씨도 “주검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형이 확정 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여남씨는 “<미씽나인>은 무인도에서 생존자가 한두명씩 나타나면서 여러 ‘떡밥’들이 등장하는데, 코믹과 스릴러가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대체로 좋지만, 감정 과잉이 드러난 대목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여남씨는 “엄기준이 죽은 형 앞에서 울면서 웃는 장면은 소름 돋았다”며 “하지만 <피고인> 지성과 엄기준, <미씽나인> 정경호 모두 조금 힘을 빼고 다른 배우들과 안정적으로 융합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래도 장르 애호가들은 모처럼 신났다. “장르물에 대한 방송사의 태도가 달라진 게 아니겠느냐”며 모두 한결같이 “장르물이 꽃피는 2017년을 기대한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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