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면 16부작부터 떠올리는 당신, 이제 생각의 틀을 깨자. 올해 드라마들은 아메바처럼 유연해진다. 16부작, 20부작의 기본 틀을 벗어나 4부작부터 9부작, 10부작 등 다양한 형태를 선보인다. 똑같은 패턴의 미니시리즈가 하락세를 걸으면서 드라마의 대안적인 형식으로 주목받는다.
1일 시작한 <한국사기>(한국방송1 일 밤 9시40분)는 10부작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팩추얼 드라마다. 매회 한 시대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꾸린다. 12일 시작한 <맨몸의 소방관>(한국방송2)은 4부작이고, 연말 방영을 목표로 대본 작업 중인 <킹덤>은 8부작이다. <킹덤>은 역병을 소재로 한 사극으로, <시그널> 김은희 작가와 영화 <터널> 김성훈 감독이 함께 만든다. 26일 시작하는 <세가지색 판타지>(문화방송 목 밤 11시)는 3부작 3편으로 이뤄진 9부작 드라마다. 1편 ‘우주의 별이’와 2편 ‘생동성 연애’, 3편 ‘반지의 여왕’이 연이어 방송된다. 6일 끝난 시트콤 <마음의 소리>(한국방송2)도 이례적으로 한회에 4편씩 5부작으로 방송됐다. <문화방송> 쪽은 <세가지색 판타지>를 ‘미니 미니드라마’라고 칭하며 “기존의 편성 틀을 깨고 참신하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에도 편성 파괴는 있었다. <한국방송>이 지상파 미니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8부작 사극 <한성별곡>을 선보였고, 2003년 5분짜리 미니드라마 <한뼘드라마>(문화방송)나 6개의 이야기를 연작으로 묶은 <떨리는 가슴>(문화방송) 등의 신선한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당시에는 <한성별곡>을 제외하면 <드라마스페셜>(한국방송2)이나 <베스트극장>(문화방송) 등 고정 단막프로그램 안에서 단막극의 연장선이었다. <한국방송> 드라마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에서 형식 파괴는 단기간에 시청자를 모으기 쉽지 않아 시청률이 낮고, 제작비를 모으는 데도 불리해 수익 면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워 적극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빨리 보고 소비하는 이른바 ‘스낵컬처’가 유행하고 ‘탈 티브이’ 등 시청패턴이 변하면서 10년 만에 형식 파괴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티브이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떨어졌고, 웹, 아이피티브이 등 드라마를 내보낼 수 있는 통로가 늘면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다. 이들 형식 파괴 드라마들은 과거와 달리 제작 당시부터 티브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마음의 소리>는 티브이가 아닌 웹을 기반으로 삼아 10편을 먼저 내보냈고, <세가지색 판타지>도 포털 사이트에서 먼저 공개한다. <킹덤>도 티브이를 고집하지 않고 넷플렉스와도 편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방송>의 한 드라마 피디는 “짧은 회차는 티브이에서는 여전히 수익을 기대할 수 없지만, 티브이 외에 웹 동시 전송, 해외 판매 등 통로가 많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적극적인 시도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2016년 한해 지상파 드라마는 30편이 안 됐지만, 웹 드라마(네이버 기준)는 80편이 넘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10부작이 주류인 만큼 해외판매 등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드라마 형태가 변하면서 소재도 다양해졌다. <킹덤>은 미스터리 사극이고, <세가지색 판타지>엔 저승사자 별이와 이승의 스타 우주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우주의 별이’)가 담긴다. 한 드라마 작가는 “회차를 늘리려고 억지 내용을 집어넣기도 하는데, 스릴러, 시트콤 등 내용에 따라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만 담아 빠른 진행이 가능해지면서 작품의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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