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일 방송하는 <감성과학 프로젝트-환생>(한국방송1, 밤 10시)은 20년 전 떠난 김광석을 ‘환생’시켰다. 음성복원 기술과 홀로그램, 컴퓨터그래픽 등 과학 기술과 대역의 특수 분장 등을 동원했다. 한국방송 제공
‘김광석이 살아 있다면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한국방송 방송문화연구소가 최근 전국 성인 1073명을 설문조사했더니 1위는 ‘세월호’(52.4%)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의 대답도 이어졌다. ‘김광석이 환생한다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의 지인들도 비슷한 말을 했단다. “세월호 현장에 가지 않았을까.” “광화문 광장에 가 있었을 것이다. 광석이가 ‘일어나’를 부르면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았겠나.”
매서운 바람을 촛불의 힘으로 버텨내는 2016년 대한민국, “제 노래가 삶의 힘이 됐으면 좋겠다”던 김광석은 지금 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방송1>(KBS1)이 촛불의 바람을 담아 위로가 필요한 대한민국에 김광석을 불러냈다. 28일과 29일 방영하는 <감성과학 프로젝트-환생>(밤 10시)에서 20년 전 떠난 김광석을 ‘환생’시켰다. 음성복원 기술과 유에이치디(UHD·초고선명 텔레비전) 홀로그램, 컴퓨터그래픽, 특수 분장 등 각종 과학 기술을 동원했다. 20주기를 맞아 홀로그램 콘서트 등 김광석 불러내기가 대중문화 전반에서 벌어졌지만, <환생>은 시대의 아픔을 노래로 보듬어온 ‘가객’으로서의 김광석을 조명한 점이 다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전인태 피디는 “우리가 노래방에서 소비하는 김광석이 아닌, 가객 김광석은 2016년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김광석을 매개로 시대의 아픔을 마주 보고 세대와 시공간을 초월한 감정연대를 꿈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는 그의 인생 스토리를 담은 음악다큐멘터리 드라마이고, 2부는 선후배 가수와 공연한다.
세상을 떠나 20살을 더 먹은, 52살이 된 김광석이 2016년 거리 곳곳을 거니는 모습은 가슴 벅차다. 1부에서 돌아온 김광석은 어린 시절을 보낸 서울 창신동과 젊은 꿈을 키웠던 대학로를 찾는다. 많은 이들이 그가 가길 바랐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깃든 경기도 안산 단원고 기억의 교실과 지하철 강남역 살인사건 현장,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구의역 등 우리 사회 현장에서 벌어졌던 비극의 현장과 마주한다. 아픈 현장을 찾은 김광석의 모습은, 닮은 사람이 특수 분장을 한 것인데도 마음을 뜨겁게 한다. ‘서른 즈음에’ ‘내가 너의 사랑이 될 수 있다면’ 등 기억의 교실 화면 위로 흐르는 김광석의 노래가 마음을 건드린다.
아픈 현장을 찾은 김광석은 노래로 마음을 위로한다. 평소 그를 존경했다는 가수 나윤권, 통기타 하나로 연대했던 장필순, 작곡가 김형석, 동물원과의 합주 무대는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박학기와의 공연은 20년 만에 이뤄진 약속이라는 점에서 촬영하던 박학기도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박학기는 “내 친구가 살아왔구나, 그 친구와 함께 부르고 싶었던 ‘서른 즈음에’를 같이 불렀구나라는 것에 대한 안도감, 기쁨, 충만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2부 콘서트 장면은 홀로그램을 주로 활용했고, 클로즈업된 얼굴은 대역이 재연한다. 김정수 한국방송 프로덕션1 국장은 “공연 전체를 초고화질 영상으로 담아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세련된 방식으로 구현했다”고 했다.
<환생>은 김광석이 직접 내레이션하고,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김광석의 말도 모두 그의 실제 목소리다. 한국방송 영상 아카이브를 집약해 김광석의 육성을 복원했다. 김광석이 무대에 올라 “반갑습니다. 통기타 치고 노래도 하는 김광석입니다. 이런 소극장 무대에 다시 서는 게 거의 20년 만이네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김광석이 살아생전 실제로 했던 말의 단어들을 조합해 문장으로 만든 것이다. 전 피디는 “한국방송에 남아 있는 자료를 토대로 원고를 만들었고, 자료에 없는 조사 등은 오디션으로 뽑은 대역의 목소리를 더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광석의 말투, 제스처도 최대한 살렸다.
<환생>은 지난해 11월 기획해 1년 동안 제작했다. 김광석을 시작으로 다시 보고 싶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그들을 다시 불러낼 계획도 갖고 있다. 전 피디는 <환생>의 첫 주인공으로 김광석을 선택한 것에 대해 “20년 전 청춘을 보낸 386세대가 꿈꿨던 세상이 지금 이 모습일까. 김광석이 20년 전 보냈던 청춘을 지금 보내는 사람은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그걸 이어주는 사람은 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김광석이 떠올랐다”며 “기회가 되면 꾸준히 <환생>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한 해 동안 지치고 힘든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마음의 선물”이라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