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오디컴퍼니 제공.
무대 위 너와 나 그리고? 아무도 없다! 6일 개막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와 11월 개막한 <구텐버그>는 출연자가 단 두명이다. 약 100분을 두명이 끌어가는 ‘2인극 뮤지컬’이다. 2013년 <쓰릴미>가 성공한 이후 <마마 돈 크라이> 등 2인극은 뮤지컬의 인기 포맷으로 자리잡았다. <구텐버그>는 2013년 이후 세번째 공연이고, 2010년 시작해 네번째 공연인 <스토리…>는 올해 2월 끝난 지 10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다시 개막했다. 장기 공연은 뮤지컬의 인기 척도다. 대형 뮤지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2인극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 캐릭터에 빠져든다 “이게 뮤지컬이야?” 처음 접한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다. 2인극은 무대가 단조롭다. <스토리…>는 책이 빼곡한 서재가 배경이고, <구텐버그>는 피아노 한대와 이름이 적힌 모자들이 탁자 위에 놓여 있다. 화려한 장면 전환이나 눈요깃거리도 없다. 뮤지컬 하면 대극장의 웅장함을 떠올리는 한국에서 “이게 될까” 제작사들도 고민했다. 김동연 연출은 “<구텐버그>는 라이선스 구입 뒤 7년 동안 무대에 올리지 않았다. 단조로운 무대 등이 뮤지컬 마니아들한테 통할까 우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쓰릴미>를 시작으로 2인극은 대체로 성공했다. 단조로운 무대는 오히려 배우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관객들이 드라마를 보듯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몰입하는 효과를 냈다. <구텐버그>에 출연하는 정문성은 “2인극은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려야 해 관객은 공연을 보면서 배역에 더 깊게 빠져든다. 그게 매력”이라고 했다. 대형 뮤지컬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다채로운 형식도 시도해볼 수 있다. 김동연 연출은 “뮤지컬이 처음인 이들이 부담없이 보기 좋은 입문작으로 제격”이라고 했다.
■ 검증된 배우들 겉치레를 걷어내고 연기력과 연출만으로 승부를 거는 2인극은 배우의 존재감이 없으면 무대의 매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제작사들은 배우 캐스팅에 특히 공을 들인다. 아무나 할 수 없다. 연기와 노래, 대처능력 등 다방면에서 뛰어나야 한다. <스토리…>를 연출하는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2인극에 출연하면 능력을 검증받은 것”이라고 했다. 실력도 인정받고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2인극은 스타 탄생의 산실이 됐다. 정상훈, 정동화, 류정한, 김우형 등 수많은 뮤지컬 스타들이 2인극을 거쳐갔다.
아무리 베테랑이라도 2시간 내내 무대를 휘어잡기란 쉽지 않다. 연극 <트루웨스트> <거미 여인의 키스>에서 2인극을 했던 정문성은 “퇴장이 없으니 체력적으로 힘들다. <트루웨스트> 때는 맥주까지 마셔 화장실 참는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뮤지컬 2인극은 노래와 춤까지 곁들여야 해 체력 소모가 더 크단다. <스토리…>로 처음 2인극에 출연하는 김다현은 “대사량이 많아 외우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정문성은 “섬세한 감정과 연기가 다른 작품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해야 하고, 매 순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기에 배우한테는 한 단계 더 올라서는 계기가 된다. <구텐버그>에 출연하는 정동화는 “2인극을 한 이후 무대 위에서 여유가 생겼다. 특히 ‘리액션’이 좋아졌다”고 했다. 체력 소모가 상당해 “꿀, 홍삼, 유산균 등 건강식품을 엄청 챙겨 먹는다”(정동화)고도 했다.
■ 눈 맞추며 팬심 공략 라운드로 된 <구텐버그> 객석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대부분 여성인 관객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미소짓고 있다. 2인극은 모두 무대가 객석과 가까운 작은 공연장에서 한다. 눈까지 맞춰가며 가까운 무대에서 2시간 내내 ‘내 배우’만 볼 수 있는 공연은 흔치 않다. 특히 여성 관객 비율이 높은 뮤지컬 특성상 2인극 배우는 대부분 남성이다. <키다리 아저씨> 등 혼성 2인극은 있지만, 여성만으로 이뤄진 2인극은 없다. 실제 남녀 관객 비율이 <구텐버그>는 3 대 7, <스토리…>는 2 대 8이다. 2인극이 인기를 끌면서 작품성보다 배우의 이름값에만 기댄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한쪽에서 나온다. 뮤지컬 관계자는 “여성 2인극 등 창작자들의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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