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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캐롤> <구텐버그>…유쾌한 시국 풍자 화제

등록 2016-12-02 08:30수정 2016-12-02 08:59

<오!캐롤> <구텐버그> <인터뷰> 등
시국풍자 대사하거나 촛불 등장
“모든 국민 원하는 목소리 낸 것”
“촛불 참가 못하는 답답함 풀어”

에스더: “허비, 얼마 안 있으면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달에 착륙시킨대요.”

허비: “오~ 잘됐네요. 아무 데나 똥 싸대고 말썽 피우는 우리 집 강아지 순실이를 우주선에 태워 날려버리고 싶어요.”

에스더: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데요?”

허비: “심심하니까 그네도 하나 달아주고 말이죠.”

응? 지금 허비가 뭐라고 했지? 지난 11월25일 뮤지컬 <오!캐롤> 공연장에 요즘 ‘핫한’ 그 이름이 등장했다. <오!캐롤>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주인이자 공연 엠시인 허비와 에스더가 “몇년 뒤에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달로 보낸다더라”는 기막힌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에서 ‘순실’ ‘그네’가 허를 찌르고 들어왔다. 원래 대사는 “정말 꿈같은 얘기”(허비)라고 주거니 받거니 마무리된다. <오!캐롤> 프로듀서이자 제작사 쇼미디어그룹의 박영석 대표는 “공연이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린 11월19일 토요일에 시작했는데, 배우들과 이런저런 애기를 하다가 사회를 반영하는 메시지를 줘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를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풍자는 허비 역을 맡은 서범석, 남경주, 서영주가 모두 한다.

<오!캐롤>. 쇼미디어그룹 제공
<오!캐롤>. 쇼미디어그룹 제공
티브이, 영화 등을 넘어 뮤지컬에서도 시국풍자 바람이 분다. 이승환은 물론, 가수 이적이 지난 26일 콘서트에서 고래 한마리가 헤엄치고, 한 사람 한 사람 바다 깊이 내려앉고, 이를 거대한 촛불이 받아주는 영상을 선보이는 등, 대중음악계에서는 잦아진 일이지만 뮤지컬에서는 이례적이다.

<오!캐롤>뿐만 아니라 지난 13일 시작한 <구텐버그>에서도 2막 시작 즈음에 ‘박근혜-최순실’을 풍자하는 대목이 나온다. “남들이 모르는 걸 아는 게 권력”이라며 더그가 관객들한테 버드가 숫총각이라는 비밀을 공유하는 내용이다. 좌절해서 앉아 있는 버드를 더그가 꼭두각시 조종하듯 움직이고 버드는 말한다. “자괴감이 듭니다. 내가 이러려고 숫총각을 했나.” 웃음을 가미한 내용이지만,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 등 부당한 현실을 툭 던지듯 꼬집는 작품에 절묘하게 스며든다.

<구텐버그>는 버드와 더그가 브로드웨이 뮤지컬 프로듀서들 앞에서 직접 만든 공연을 선보이는 2인극. 김동연 연출은 “부당한 권력을 꼬집는 등 작품의 메시지도 그렇고, 연습 도중 애드리브처럼 나온 이야기를 대사화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뮤지컬 <인터뷰>가 캐스팅보드 옆에 촛불 모양의 등을 붙이고, 뮤지컬 배우 32명이 지난 26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담은 곡 ‘나 여기 있어요’와 뮤지컬 <레미제라블> ‘민중의 노래’를 부르는 등 시국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구텐버그>. 쇼노트 제공.
<구텐버그>. 쇼노트 제공.
풍자는 공연의 본령이라지만, 주로 연극 얘기였고 엔터테인먼트 성향이 강한 뮤지컬은 한발 비켜나 있었다. 그랬던 뮤지컬이 시국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김동연 연출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수준을 넘어 모든 국민들이 원하는 사회 현상이다. 누구든 한명이라도 더 소리 질러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도 그런 소리를 낸 것”이라고 했다. 외국의 원작을 가져오는 라이선스 뮤지컬인데, <오!캐롤>은 음악과 배경만 가져왔고, <구텐버그>는 스토리와 음악을 가져왔지만 연출이나 각색의 허락을 받은 상태라 가능했다.

배우들은 토요일마다 공연하느라 촛불집회 현장에 못 간 아쉬움을 달랜다. <구텐버그>에 출연하는 정문성은 “함께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을 공연으로 동참해 푸는 기분”이라고 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오!캐롤>과 <구텐버그>는 풍자 대목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졌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많게는 14만원에 이르는 비싼 표를 사고 온 관객 중 한명이라도 불편해하는 시도는 잘 하지 않는다. 박영석 대표는 “컴플레인이 있었다면 고민했겠지만, 오히려 생각 이상으로 좋아해서 저희도 놀라고 있다”고 했다. “무대 힘을 빌려 사람들이 원하는 부분을 대변해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것 같다”고도 한다. 한 방향인 티브이와 달리 배우와 관객이 직접 소통하고 현장에서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의 전파력은 상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시도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동연 연출은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극에 잘 녹아들고 부담없이 볼 수 있게 만든다면 좋은 시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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