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더 재미있을 텐데 어떻게 하나.(웃음)” 김은숙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자 주인공 ‘길라임’을 가명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호탕하게 웃었다. 새 드라마가 더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태양의 후예>(한국방송2)로 상반기를 휩쓴 김 작가가 <쓸쓸하고 찬란하신(神)-도깨비>(이하 <도깨비>)로 하반기를 두드린다. 새달 2일부터 매주 금·토 저녁 8시에 방송한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김신(공유) 앞에 자신이 ‘도깨비 신부’라고 주장하는 귀신을 보는 19살 고3 소녀 지은탁(김고은)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장수였던 김신은 질투심 가득한 어린 왕한테 배신 당하고 가슴에 칼을 맞고 죽어 도깨비가 된다. 김 작가는 22일 제작발표회에서 “판타지를 하고 싶었고,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티브이엔>이 공개한 6분25초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아픈 사연을 지닌 김신의 쓸쓸함과 상대적으로 밝은 김고은의 풋풋한 분위기가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공유는 아련한 눈빛으로 다소 신비스럽게 등장하고, “아저씨 도깨비인 거 다 알아요.” “나 아저씨와 결혼할래요” 등 김고은은 19살 소녀의 당돌함을 잘 연기한다. 김고은은 “평범한 고3이고 싶지만 어려서부터 죽은 혼들이 보여 외톨이로 살아온 인물이다. 캐릭터가 확실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공유는 2012년 <빅> 이후 4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밀정> <부산행>까지 충무로 흥행 배우가 된 공유는 “촬영 일정이 빠듯한 드라마를 두려워한 적이 있다. 작가님과 2~3시간 만나 미팅한 뒤 작가님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깨비>가 기대작들의 잇단 저조로 난관에 빠진 <티브이엔>의 자존심을 세워줄지도 관심거리다. <안투라지>는 19일 시청률 0.6%(닐슨코리아 집계)에 그친 터다. 김 작가는 “‘대사발’이라는 지적을 항상 받는다. 이번에는 서사를 잘 짜겠다. 엔딩까지 힘빠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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