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라는 말에 놀란 유민상이 “왜 그래 진짜. 이거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다? 그럼 이게 맞는 거?”라며 송중근이 손팻말을 든다. 이렇게 적혀 있다. ‘박근혜 게이트’. 객석에서 환호성이 쏟아진다.
지난 13일 첫선을 보인 <개그콘서트>(한국방송2) ‘민상토론2’가 시작부터 화끈한 정치풍자로 화제를 모은다. 지난해 11월8일 폐지된 지 1년 만에 돌아왔는데, “최근 방송 중에서 최고의 사이다였다” 등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시청률은 전주 한자릿수에서 10.9%(닐슨코리아 집계)로 1.2% 상승했다. ‘민상토론’(지난해 4월5일~11월8일)은 사회자와 패널이 현안을 토론하는 콘셉트로 메르스 사태, 이완구 전 총리 불법정치자금 의혹 등 시국을 꼬집어 화제를 모았다.
‘민상토론2’를 시작으로 정치풍자 코너들이 잇따라 돌아오거나 신설되면서 개그프로그램에서 사라졌던 정치풍자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민상토론’보다 앞서 촌철살인의 풍자로 박수받았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의 ‘엘티이(LTE) 뉴스’도 23일 돌아온다. 지난해 1월30일 종영한 지 약 1년10개월 만이다. 17일 첫 녹화를 한다. 앵커로 나오는 강성범, 김일희가 세월호나 국무총리 인선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왜!”라고 언급하는 용감한 돌직구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주목받았다.
<웃찾사> ‘내 친구는 대통령’. 에스비에스 제공
올해 3월 폐지됐던 <웃찾사> ‘내 친구는 대통령’도 16일, 8개월 만에 다시 시작한다. 대통령의 오랜 친구가 친분을 앞세워 청와대에서 재워달라는 등 사적인 부탁을 일삼는 내용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시국을 예언했다며 “다시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웃찾사> 안철호 피디)고 한다. 이 외에도 <웃찾사>는 <썰전>(제이티비시)을 패러디한 새 꼭지 ‘살점’을 지난 10월12일 시작했고, <개콘>은 ‘1대1’에서 시국을 꼬집는 등 풍자 코너들이 늘고 있다.
안철호 피디는 정치풍자 코너를 잇따라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이런 시국에 아무 생각 없이 웃기만 하는 코미디만 하고 있으면 제작자로서 너무 낯뜨거울 것 같았다”고 했다. “(정치풍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기다린 것도 있다”고 했다. 이 정권 들어 정치풍자는 여러 외압설에 시달렸다. ‘민상토론’은 메르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를 꼬집은 이후 결방하기도 했고, ‘엘티이 뉴스’는 논란이 일 때마다 대통령이 책임회피 식으로 외국 순방에 나선다고 꼬집은 방영분이 재방송과 누리집, 유튜브, 유료 브이오디에서 삭제되면서 외압설이 일었다. 당시 한 개그맨은 <한겨레>에 “지금처럼 정치풍자가 어려운 시절은 없었다”며 “외압설이 아니라 외압이 맞다”고 말한 바 있다.
돌아온 정치풍자 꼭지들은 더 날카로워졌다. ‘민상토론2’는 “한명만 조사받으면 된다? 그게 누굽니까?” “설마?”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팔짱을 끼고 여유있게 검찰 수사를 받는 장면을 패러디하고, 조사 많이 했다며 파란색 상자를 뒤집어 종이 한장을 꺼내는 식으로 검찰의 ‘빈 상자 압수수색 코스프레’를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개그맨에게 피해가 갈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감지된다. 인터뷰도 꺼리는 분위기다. 개그프로그램을 오래 연출했던 한 지상파 피디는 “자기검열로 위축되지 말고, 이런 시도를 계속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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