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티브이엔 월화 밤 11시, 이하 <막영애>) 제작발표회는 분위기가 독특했다. 배우들이 누가 볼까, 대기실에 꽁꽁 숨어 있는 여느 제작발표회 현장과는 달랐다. 출연진은 행사 시작 전부터 복도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더니, 한 명씩 사진을 찍는 ‘포토타임’ 중에도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응원했다. 보기만 해도 끈끈하다. 스잘로 나오는 방글라데시 출신 배우 스잘은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했다.
끈끈한 가족애로 중무장한 <막영애>가 31일부터 20부작 시즌 15를 시작한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뚱뚱하고 못생긴’ 30대 노처녀 이영애(김현숙)의 일과 사랑의 고군분투를 그리다 보니, 30살이던 영애는 마흔 코앞의 39살이 됐다. 시즌 15는 마흔을 앞둔 여성의 고민에 집중한다. 한상재 피디는 “처음에는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주제로 시작했는데 이제 40대가 되는 과정을 그리게 됐다”며 “마흔 즈음에서 영애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과 달리 ‘혼밥’(혼자 먹는 밥)이 유행하는 등 혼자서도 잘 사는 삶을 예찬하는 요즘 분위기에 제작진도 고민이 깊어졌다. 한 피디는 “노처녀의 아이콘인 영애가 결혼한다면 노처녀의 정답이 결혼으로 귀결되는 셈이라 이에 대한 고민도 많다”며 “시즌 15에서 영애의 결혼 여부를 아직 결론내지 못했다”고 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이번 시즌 역시 연애는 ‘찐하게’ 한다. 사는 게 힘든 우리네 삶을 들여다본 <막영애>에서 유일한 판타지는 ‘뚱뚱하고 못생긴 노처녀’인 영애를 향한 남자들의 뜨거운 사랑이다. ‘영애는 알고 보면 팜파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 시즌 회사에 들어오는 꽃미남들과 연애를 했다. 이번 시즌에는 이승준 사장(이승준)과 새로 등장한 포장마차 주인 조동혁(조동혁)이 영애를 두고 사랑싸움을 한다. 한 피디는 “영애의 러브라인은 우리 드라마의 판타지”라고 했다.
영업 못한다고 사장한테 욕먹으면서도 참고 견뎌야 하는 40대 중반 가장(윤서현), 워킹맘(라미란) 등 조연들의 애환도 더욱 절절하게 그려질 듯하다. <막영애>는 주·조연 가리지 않고 모든 캐릭터들의 저마다의 삶을 녹아낸 것이 화제를 모았다. 윤서현은 “가족을 위해 회사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가장들의 애환이 좀 더 담길 것”이라고 했다.
<막영애>는 2006년 개국한 티브이엔의 이름을 알렸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초반에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6㎜ 카메라로 촬영해 사실감을 높였다. 김현숙은 살에 대해 고민하며 속옷만 입고 실제 뱃살을 드러내는 등 거침없는 열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영애 캐릭터를 소화하느라 살도 마음껏 빼지 못했다. 김현숙은 “내 인생이 그(이영애)의 인생인지 내 인생인지 모를 정도로 10년을 해왔다”며 “우리나라에서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오랫동안 주도적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는 게 전무후무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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