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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기후에 환경까지 ‘착한 예능’ 쏟아진다

등록 2016-10-25 09:08수정 2016-10-25 09:13

웃음에만 초점두던 과거와 달리
<슬램덩크> 기후변화 심각성 강조
<마리텔>은 지진대처법 정보 제공
<이경규가 간다>는 역사 접목 등
재미에 의미도 담는 예능 쏟아져
“복잡한 시대, 힐링방송 찾는 듯”
“기후변화에 관심 많다”는 홍진경의 얘기에 모두가 놀란다. 이름을 내건 예능 ‘홍진경쇼’를 만들고 싶다더니 글쎄 관심사가 기후변화란다. “아니 예능과 기후를 어떻게 연관지으려고?” 김숙의 난감해하는 반응에도 기후변화를 택하고 싶은 이유를 한참을 토해낸다. 결국 ‘기후와 예능’이 접목된 ‘홍진경쇼’가 <언니들의 슬램덩크>(한국방송2) 속 하나의 프로젝트로 제작됐다.

‘착한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세상만사 속시끄러우니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예능을 찾던 사람들이 이제 환경을 생각하고, 역사를 되짚는 예능에 관심을 기울인다. <라디오 스타>(문화방송)처럼 연예인의 사생활을 얘기하고, <맛있는 녀석들>(코미디 티브이)처럼 누가누가 잘 먹나를 겨루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는 한편으로, 사회와 삶의 방식을 예능과 접목하려는 시도 또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보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를 더한 예능들이 눈길을 끈다. 환경의 심각성을 강조한 <언니들의 슬램덩크>. 한국방송 재공
보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를 더한 예능들이 눈길을 끈다. 환경의 심각성을 강조한 <언니들의 슬램덩크>. 한국방송 재공
■ 기후·역사…예능, 고민하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에 내려진 오존주의보 발령 건수는 역대 최고인 234건.(한국환경공단 대기오염 공개 누리집 기준) 착한 예능도 환경부터 생각한다. ‘홍진경쇼’는 지구환경을 주제로 잡고, 직접 체험으로 일상생활 속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집 안, 공원 곳곳의 수치를 측정해 오염 정도를 알리는가 하면, 쓰레기 분리수거 선별작업에 참여해 재활용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리 곳곳에서 강연하는 <말하는대로>(제이티비시)는 한발 더 나아간다. ‘환경 호구’로 살기 싫으면 요구하라고 말한다. 1회에서 방송인 타일러는 “한국 출판사가 똑같은 책을 미국에서는 친환경 재생지로 만들고 몸에 해롭지 않은 잉크를 사용했는데 한국에서는 그러지 않았다”며 “(출판사에서) 어차피 (한국) 소비자는 관심 없다고 하더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책을 읽으면서 지식보다 독소를 더 많이 습득하고 있다.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강연자에 따라 환경만이 아니라 자존감, 여혐 현상 등 다양한 사회적 현안에 눈길을 돌린다.

역사를 되짚는 시도도 눈에 띈다. <무한도전>(문화방송)이 우토로 마을, 안창호 선생의 삶 등을 조명했던 것을 시작으로, <피디 이경규가 간다>(엠비시 에브리원)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선릉역 등 우리가 그냥 지나쳤던 주변의 역사 현장을 알렸다. 19일부터는 20년 전 했던 <일밤> ‘양심냉장고’를 재현한 2016년판 ‘양심을 찾아서-정지선 지키기’ 프로젝트를 재가동해 대한민국 운전자의 정지선 준수율을 체크했고, 반려견의 엄마를 찾아주기도 했다.

초창기에는 요리나 필라테스 등 연예인들의 개인 재능을 자주 다뤘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도 슬슬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김구라와 생존 전문가 우승엽이 지진 상황 시 대처법과 72시간 생존법 등을 알려줬고,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코너에선 비타민 잘 고르는 법을 소개하는 등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 제공으로까지 발을 뻗고 있다.

지진 대처법을 알려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문화방송 제공
지진 대처법을 알려주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문화방송 제공
■ ‘재미+의미’ 바라는 시청자 요구에 바탕 ‘착한 예능’의 등장 배경엔 시청자들의 기호 변화가 깔려 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피디는 “요즘 시청자들의 관심사가 뭘까를 고민하다가 지진과 의학정보를 담게 됐다”고 했다. <피디 이경규가 간다>의 송지웅 피디는 “복잡하고 살기 힘든 시대에 사람들이 미디어로 나름 위안을 찾고 힐링하는 방송을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무한도전>처럼 한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능이 늘면서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게 된 것도 ‘착한 아이템’들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착한 예능’은 <느낌표>로 대표되는 이전 시기 ‘공익 예능’과도 차별점을 보인다. ‘공익 예능’이 준법이나, 기부, 개별적인 도움 등 개개인 차원의 미시적 도덕성을 고양하는 데 중점을 둔 반면, ‘착한 예능’은 기후나 환경, 역사 등 한층 거시적인 사회적 쟁점을 포괄해 다루면서 전체 구조의 변화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 역사를 들여다봤던 <피디 이경규가 간다>. 엠비시에브리원 제공
우리 역사를 들여다봤던 <피디 이경규가 간다>. 엠비시에브리원 제공
물론, 예능에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송지웅 피디는 “역사를 예능에 접목하는 것에 처음에는 우려도 컸다”고 했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통하는 예능에서 의미를 중점적으로 담는 시도가 과연 통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다. “긴 시간 깊게 파고들지 못하는데다, 재미도 줘야 해 예능에서 하다 보면 수박 겉핥기가 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고 한다. 적절한 정보와 친숙한 진행자의 입담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박진경 피디는 “소재가 딱딱하더라도 그걸 잘 풀어낼 수 있는 화술이나 능력을 갖고 계신 분들이 진행하면 재미있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반응은 좋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이전 걸그룹 프로젝트 때와 견줘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보면서 반성중이다. 분리수거부터 열심히 해야겠다”(땡큐 16***) 등의 시청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송지웅 피디는 “마음껏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한편으로,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는 데 정보가 되는 예능들을 앞으로 방송사가 지향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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