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남자들, 사랑 앞에서 ‘흥 칫 뿡’…<질투> <쇼핑왕> ‘질투하는 남자’들이 뜬다

등록 2016-10-18 08:53수정 2016-10-18 14:18

‘우아한 질투’ 벗어던진 캐릭터들
“양다리라도 걸쳐달라” 매달리고
여주인공 한마디에 냉·온탕 오가

담벼락에 밀치고 강제키스?
‘박력’아닌 ‘폭력’으로 보는 시선
유치찬란 현실적 모습에 공감도
질투하는 남자들이 사랑받는 <질투의 화신>. 에스비에스 제공
질투하는 남자들이 사랑받는 <질투의 화신>. 에스비에스 제공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인 에우리피데스는 말했다. “질투는 여자의 가슴속에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것”이라고. 이 남자들을 보면, 그의 발언은 정정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요즘 안방극장을 질투로 활활 불태우고 있는 남자들이다. <질투의 화신>(에스비에스)에서 표나리(공효진)를 좋아하는 이화신(조정석)과, <쇼핑왕 루이>(문화방송)에서 고복실(남지현)을 좋아하는 루이(서인국)가 대표적인 ‘질투하는 남자’들이다.

먼저, 이 남자의 대사부터 보라. 3년간 자신을 짝사랑한 표나리가 싫어서 친한 친구한테 소개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뒤늦게 마음이 가서는 후회로 몸부림친다. 표나리가 고정원(고경표)과 있는 모습을 본 이화신은 이렇게 말한다. “차라리 양다리를 걸쳐라. 우리 둘 다 만나 보고 둘 중에 누가 더 좋은지 표나리가 선택하게 하자.” “난 그렇게라도 보고 싶어. 양다리를 걸쳐서라도 보고 살 거야.” “헤어지는 것보다 나아.” 질투에 눈이 멀어 양다리의 한짝에라도 걸쳐보겠다고 애원한다. 둘 다 안 만나고 평생 혼자 살겠다는 표나리가 한달 뒤 선을 보러 나가자 거기까지 쫓아가서는 ‘쪼잔하게’ 과거 발언까지 끄집어낸다. “평생 혼자 산다며, 남자는 안 만난다며!”

이화신에 견주면 루이의 질투는 귀엽다. 이불을 건네다가 소파에 넘어진 차중원(윤상현)과 고복실을 본 뒤 뾰로통해 소파에 털썩 누워서는 투정을 부리고, 차중원과 함께 출근하려는 고복실한테 자신도 그 차를 타고 가겠다며 떼를 쓴다. 여자 주인공의 한마디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차중원한테 잘하라는 고복실의 메시지에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냐”며 삐치더니, 이내 “보고 싶다”는 한마디에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주인한테 사랑받으려는 강아지처럼 온갖 애교에 투정에 구애를 한다. 질투하는 남자들은 끊임없이 마음을 확인하려 든다. <구르미 그린 달빛>(한국방송2)의 이영(박보검)도 좋아하는 마음을 홍라온(김유정)에게 쉼없이 드러내며 반응을 기대한다.

<쇼핑왕 루이>. 문화방송 제공
<쇼핑왕 루이>. 문화방송 제공
그동안 드라마에서 질투는 주로 여자의 몫이었다. 남자들은 질투를 해도 ‘우아’했다. 안 그런 척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질투는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 주인공의 각성을 이끌어 내는, 차갑고 무뚝뚝한 남자가 질투 이후에 급격하게 멋있어지기 시작하는 장치였다”고 했다. 요즘 드라마에선 남자가 질투를 하면서 더 지질하게 변한다. 무게 잡던 고정원마저 질투에 빠지니 지위고 뭐고 사라지지 않았던가.

남자들의 변화는 달라진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우아한 질투는 비현실적이었다. 그 자체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로망을 반영한 것인데, 남자에게 덧씌워져 있던 젠더적 의미에서의 남성성, 그 껍질이 벗겨진 것이다”라고 했다. 질투 끝에 나온 남자의 행동으로 묘사됐던 강제 키스나, 벽에 밀치기, 손목 잡고 끌기 등의 폭력적인 모습들이 여성혐오 현상과 맞물리면서 더는 멋진 모습으로 보이지 않게 된 것도 영향을 줬다. 김선영 평론가는 “그런 행동이 폭력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시청자들의 눈높이나 취향이 바뀌었다”며 “트렌드에 맞춰 기존의 뻔한 로맨틱코미디의 구도를 바꾸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실적인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요즘 드라마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실제 현실의 남자들은 이화신처럼 사랑 앞에 지질하다. 그런 사실적인 남자들의 ‘대놓고 하는’ 질투에 여자들은 오히려 환호한다. <질투의 화신>은 1회 7.3%(닐슨코리아 집계)에서 16회 11.7%로 이화신이 질투를 시작한 이후 상승세다. <쇼핑왕 루이>도 시청률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나도 저런 적극적인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는 반응이 꽤 많다. 김선영 평론가는 “조정석과 서인국, 두 배우의 디테일을 잘 살린 연기도 질투하는 남자들의 호감도를 높였다”고 했다. <질투의 화신> 박신우 피디는 드라마 방영 전 제작발표회에서 “누구에게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내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사랑스러움, 애잔함이 ‘질투’를 통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