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은
대중문화팀 기자
방송국을 출입하면서 유일한 낙은 개그맨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다는 거였다. 수요일마다 <개그콘서트> 녹화장에 갔고, 그곳엔 늘 그들이 있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촌동 공개홀은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제작진 틈에 앉아 개그맨들이 짜 온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코너 검사’를 지켜보고는 했다.
그들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1주일에 딱 하루, 단 5분을 웃기려고 그들은 168시간, 1만80분을 바쳤다. 5분간의 무대에 오르려고 피디와 작가들이 심사하는 코너 검사를 통과하려 밤잠을 설쳤다. 통과되지 못하면 또다시 새벽까지 남아 코너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나에게 채찍질이 되어 돌아왔다.
배우는 작가가 써준 대본대로 연기만 잘하면 되지만, 개그맨들은 1인다역을 해야 한다. 코너도 직접 짜고, 연기도 잘해야 하고 유행어 또한 만들어야 한다. 작가와 피디가 일부 도움을 주지만 대부분 개그맨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방송사에 얽매여 아이디어를 기계처럼 뽑아낸다. 무대 공연 위주인 외국의 코미디언들은 레퍼토리 한개로 1년을 버틴다. 해외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옹알스’는 “외국 개그맨들이 1주일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한국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감탄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력의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작가나 작곡가 등과 달리 저작권도 없다. <개콘>은 지난해 중국 위성채널인 <동방위성티브이>에서 리메이크되어 <생활대폭소>라는 제목으로 방송됐지만, 수익은 방송사가 모두 가져갔다. 개그맨들한테 돌아가는 이득은 한 푼도 없었다. 방송된 모든 코너의 권리는 방송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란다. <웃찾사>의 인기 코너 5개도 지난해 중국 <장쑤(강소) 위성티브이>의 개그프로 <다 같이 웃자>에서 리메이크됐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출연료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개그프로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은 등급에 따라 회당 60만~2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신인들은 몇년 전 35만원 정도였던 것이 현재 60만원 남짓으로 올랐다. 그래도 한달에 240만원. 그나마 한 회라도 빠지면 더 줄어든다. 한 개그맨은 “국가적으로 슬픈 일이 생기면 개그프로가 결방되기 때문에 한달 수입이 0일 때도 있다”고 했다. 2년 전 <한국방송>은 회당 7500만원(<개콘> 출연진 80명의 출연료)으로 회당 6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고 좋아했지만, 개그맨들의 노력을 인정하는 출연료 상승 등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 개그맨들이 하나둘씩 코미디를 떠나고 있다. 채널이 늘면서 몇년 전부터 예능 출연 기회가 많아졌다. 개그맨들은 방송사 개그프로 제작진의 관리를 받아왔다. 매일 출근을 했고, 타사 예능에 출연하려면 제작진한테 허락을 맡아야 하는 이상한 구조 속에 지내왔다. 제작진이 허락하지 않은 출연을 강행했다가 개그프로를 아예 떠난 이도 있다. “코미디만 하고 싶지만, 코미디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에 떠났다”고 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짤방’ 등이 유행하고,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치고 빠지는 짧은 코믹 영상이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스낵 컬처’의 대중화 또한 개그프로, 더 나아가 개그맨들의 존재를 위협한다. 하긴, “엠에스오피스를 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샀냐”고 말하는 국회의원이 <개콘>보다 더 웃긴 마당에 개그프로가 재미있을 리 있겠는가. 그럼에도 “사람들을 웃길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들은 침체기를 겪는 개그프로가 다시 활기찰 날을, 개그맨들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웃기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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