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터 코슬리크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전세계 난민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24일 <교육방송>(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다큐멘터리 <화염의 바다>(Fire at Sea)는 난민 문제를 다룬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세계 난민수는 6530만명(6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에 견줘 1분당 24명씩 늘고 있다. <화염의 바다>는 그런 실태를 조명하며 지난 2월 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로는 처음으로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을 받았다.
<가디언>은 “마음 아픈 다큐멘터리”라고 썼다. 그렇다고 억지 감정을 쥐어짜지는 않는다. <화염의 바다>는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람페두사를 배경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넘어오는 난민과 이들한테 손을 내미는 람페두사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다. 람페두사는 리비아 등 북부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려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 가장 먼저 발을 디디는 곳이다. 영화는 파도에 떠밀려오고, 구조되고,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난민들의 모습을 덤덤하게 담는다.
감독은 난민들의 모습 한편으로 람페두사에 사는 12살 소년 사무엘레의 일상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사무엘레는 새총 놀이를 하고 부둣가를 거닐거나 아버지의 작은 배를 탔다가 멀미에 시달린다. 할머니로부터 전쟁 시기 바다가 화염으로 가득했던 상황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카메라는 평온함 속에서도 삶이 야기하는 고투의 흔적을 새겨가는 사무엘레 가족의 일상과 표류하고 죽어가는 난민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교차시킨다. 난민의 유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유럽인의 삶과 내면을 함께 표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끝까지 사무엘레 가족의 삶은 난민들의 운명과 직접적으로 얽히지는 않는다. 난민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한 의사가 사무엘레 또한 진단하는 장면에서 두 개별적인 삶은 느슨하게 이어질 따름이다.
영상은 건조하지만 때로 지독하게 아름답다. 햇볕 찬란한 바다 위에 난민을 실은 배가 둥둥 떠 있는 장면은 운명의 가혹함과 대비되는 영상의 아름다움으로 관객의 마음에 강렬한 무늬를 새긴다.
구조된 이후 드러나는 난민들의 참극은 그 어떤 장면보다 거세게 마음을 뒤흔든다. 일부 난민들은 배 아래칸의 뜨거운 열기와 연료에서 나오는 유독성 가스 탓에 탈진한 채 마치 생선덩어리처럼 실려 구조선으로 옮겨진다. 영화 막바지 카메라는 간신히 살아남아 울먹이는 한 여인을 비추고는 60명이 숨진 채 발견된 난민선 내부 참극의 현장을 서서히 훑는다.
시리아 출신 난민인 카이르 알라 스와이드는 베를린영화제 당시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속 난민의 모습은 나의 경험이었다”며 “영화는 너무 끔찍하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난민이 바라는 것은 오직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잔프랑코 로시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람페두사는 어부의 섬이고, 어부들은 바다에서 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나는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로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바람이 한국인의 폐부를 찌를 수 있을까. 24일 낮 12시30분과 27일 오후 6시 ‘아트하우스 모모 2관’에서 상영한다. 감독의 요청으로 티브이에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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