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겁난다고 적당히 하라고 문자를 보내시더라고요.”
18일 끝난 드라마 <원티드>(에스비에스)를 쓴 한지완 작가는 범인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13회부터 누리꾼들의 ‘걱정’의 대상이 됐다. 정부와 기업의 잘못으로 벌어진 실제 사건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을까, 일부 시청자들은 가슴 졸이며 봤단다. “‘이게 왜 위험하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피해자들이 이 작품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은 없을까, 그게 제일 걱정됐습니다.” 평균시청률은 6.4%(닐슨코리아 집계)에 그쳤지만 화제성이 높았던 건, 드라마보다 더 픽션 같은 현실이 연상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지완 작가를 서면 인터뷰했다.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한지완 작가의 고민을 담은 작업실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드라마 소재로 삼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는 싸움을 오랫동안 해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계기가 됐다. 2013년 드라마를 기획하고 2014년 초고를 쓰던 당시만 해도 <원티드>는 “방송의 영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이야기”였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이 사회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리거나 후원하는 것 말고,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어요. 피해자가 있고 명백한 가해자가 있지만 책임을 지거나 용서를 비는 사람이 없다는 게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제일 오랫동안 고통받는 문제 중 하나를 다루고 싶다, 자칫하면 잊힐 수 있는 얘기를 상기시켰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를 다뤄보고자 했어요.” 그는 “내가 가족을 죽거나 병들게 했다고 자책하는 가족들한테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가해자의 잘못과 피해자의 아픔에 국한하던 기존 사회고발드라마와 달리, 방관자인 ‘우리’의 책임을 묻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지막회에서 정혜인(김아중)은 우리 가족만 생각하고 다른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지 않은 점을 사과한다. 작가의 자전적인 감정이 엿보인다. “그(세월호) 무렵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인터뷰집 <그의 슬픔과 기쁨>을 읽고, 독후감에 이렇게 썼어요. ‘나는 몰랐다. 몰랐다라는 말은 많은 경우 책임 회피와 변명을 위해 쓰인다. 나는 이 말을 부끄러움과 사죄의 심정으로 쓴다. 아는 사람은 아플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은 악할 수 있다. 나는 관심 갖지 않고 몰랐던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라고. 이게 <원티드>의 최종적인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는 “<원티드>를 보고 단 한 명이라도 잘못된 일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한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에, 가해자가 잘못을 인정하는 ‘사이다’ 결말을 쓰고도 애초 계획대로 가해자는 반성하지 않지만, 우리가 행동하기 시작하는 현실적인 결말을 내보냈다. “애초 16부 전체를 <정혜인의 원티드>로 채우는, 1시간짜리 쇼를 1시간짜리 드라마로 보여주는 시도를 하지 못한 건 아쉽다”고 한다.
<원티드>가 입봉작인 작가는 뒤늦게 참여한 미스터리 추리극 <선암여고 탐정단>(제이티비시)에서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다뤘다. “순수하게 이야기적인 재미로 범죄물을 좋아한다”며 “범죄물이라는 게 사회의 문제점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여러 답변에서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드라마로 돕고 싶다’는 생각이 엿보인다. 좋아하는 작가도 정성주 작가와, <추적자>(에스비에스) 등에서 정치인의 민낯을 까발린 박경수 작가다. 실제 성격도 정의롭냐고 물으니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하하” 웃었다.
30대인 작가는 대학 때까지 소설가를 꿈꿨고, 회사에 다니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들어가서는 4년간 영화 공부를 했다. 이후 드라마를 시작했다. 단막극 공모에 응모한 적도 없는데, 3년 진통 끝에 내놓은 <원티드>로 박경수, 김은희, 최란 등을 잇는 장르작가 유망주가 됐다. “다음 작품은 정해놓지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 식당 주인아저씨가 티브이에서 나오는 <터미네이터 2>를 정신없이 빠져서 보고 계시더라고요. ‘아, 내 작품을 누가 저렇게 봐준다면 영혼이라고 팔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재미있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당장은 “긴 시간을 믿고 기다려준 엄마와 생활비까지 주며 날 먹여 살린 친구” 등 소중한 사람들과 밀도 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원티드>가 끝난 그 주말, 여행을 떠났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원티드>에서 주연을 맡은 김아중. <에스비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