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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새 초통령은 나” 제작진도 놀란 소녀들의 끼

등록 2016-08-05 11:00수정 2016-08-08 17:11

EBS <보니하니> 불꽃 튄 오디션 현장
이수민 이을 ‘하니’ 뽑는데 1000명 몰려
추린 10명중 이달말 최종 선정

카메라 앞 실제 생방송처럼 진행
즉석 대본받고 즉흥연기도 술술
“하니 손동작, 표정까지 연구했죠”
지난 31일 열린 <보니하니>의 ‘하니’ 오디션 모습.
지난 31일 열린 <보니하니>의 ‘하니’ 오디션 모습.
“너무 떨려.” 오디션을 막 끝낸 천세은(16)이 엄마 품에 쏙 안긴다. 조금 전만 해도 씩씩하게 인터뷰도 잘하고 사진촬영 포즈도 잘 잡더니 “실은 아니었다”고, “너무 떨었는데 참았다”고 그제야 얼굴이 상기된다. 어떻게 참았을까. “저도 어렸을 때 ‘하니’를 친구 삼아 보며 자랐어요. 1대 하니가 떠난다고 했을 때 펑펑 울었어요. 내가 그랬듯 나도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하니 얘기가 나오자 다시 눈이 똘망똘망해진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쏟아지던 지난 7월31일 일요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교육방송>(EBS) 본사 로비에 세은처럼 ‘내가 뉴 하니’라고 외치는 아이 50명이 몰려들었다.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교육방송 월~금 오후 6시·이하 <보니하니>)의 진행자인 하니를 뽑는 오디션 현장이다. 현재 하니인 이수민이 8월26일을 끝으로 2년 만에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제작진은 새로운 하니를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한다. 한 명을 뽑는 데 1000명가량 지원했고, 이들 50명을 뽑았다. 2일 다시 10명을 추렸고, 8월말께 최종 한 명을 정한다. 2003년 시작해 지금껏 ‘보니’ 8명, ‘하니’ 9명이 탄생했지만, 공개 오디션은 처음이다. 이호 피디는 “이수민의 인기가 너무 높아 다음 하니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싶었다”며 “많아야 500명을 예상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초통령에서 스타 등용문…하니 되기는 까다로워 일부 어른들은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를 뽑는 데 뭘 이렇게까지’라고 갸웃하지만, 하니는 진행자 그 이상이다. ‘뭘 보니?’ ‘뭘 하니?’에서 유래된 보니와 하니는 콩트도 하고, 초등학생들의 전화를 받아 선물을 주는 돌림판 코너도 진행하면서 ‘초통령’(초등학생의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1대 보니 김태진과 하니 한별이 교체됐을 때는 어린이들이 밥도 안 먹고 학교도 가지 않으려고 한다는 부모의 연락이 방송사에 쇄도하기도 했다.

2014년 연출했던 문동현 피디는 “보니와 하니는 단순 진행자 역할이었는데 방송이 시작되니 주객이 바뀌었다. 아이들이 보니와 하니를 보려고 방송을 봤다”고 했다. 2014년 9월 하니를 맡은 이수민이 삼촌팬을 중심으로 어른들한테 인기를 얻으면서는 스타 등용문으로 여겨진다. 이번 오디션 지원자의 3분의 2가 소속사가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는데, 대부분 꿈은 연예인이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 18살 유효진은 “배우를 꿈꾼다”고 했고, 지난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 에이프릴의 진솔도 지원했다. 진솔의 소속사는 “또래 걸그룹 멤버들한테는 <보니하니> 이수민이 선망의 대상인 것 같더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나 ‘이수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수민의 경우 깜찍한 외모는 둘째치고 유재석이 인정한 ‘미친 진행력’이 화제를 모았다. ‘뉴 하니’한테 요구되는 것도 실력이 첫 번째다. 이호 피디는 “특히 월~금 생방송이라 진행력과 순발력, 연기력까지 다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여느 오디션과 달리 실제 <보니하니> 생방송처럼 이뤄졌다. ‘지미집’(스튜디오 전체를 담는 이동 카메라)까지 동원해 카메라 7~8대를 돌렸고, 조명에 음악까지 깔고 실제 시청자한테 전화를 받는 듯 돌림판 코너도 진행했다. 아이들은 순서를 기다리다가 입장 3분 전에 대본을 받고 즉석에서 암기한 뒤 즉흥 콩트도 해야 했다. 보통 3분 남짓인 오디션이 10분 넘게 진행됐다. 까다롭고 실전 같은 오디션에 심사를 보던 작가들조차 “나 같으면 못한다” “너무 떨리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오디션 번호표를 뽑는데도 재치가 필요하다.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일부러 마지막 번호를 택한 친구도 있다.
오디션 번호표를 뽑는데도 재치가 필요하다. 강한 인상을 남기려고 일부러 마지막 번호를 택한 친구도 있다.
■ 손동작까지 연구…스타를 향한 꿈은 진지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이호 피디는 “카메라 앞에서 떨지도 않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다”고 했다. 지원자 나이는 주로 14~16살. 가장 어린 초등 6학년부터 고교 3학년에 이르는 아이들의 꿈을 향한 노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1차 지원을 유튜브 영상으로 받았는데 대부분 직접 촬영하고 편집까지 해서 응모했다.

김포에서 혼자 지하철을 타고 온 김시은(16)은 “<보니하니>를 여러 번 보면서 이수민의 손동작과 표정,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공부했다”며 “이수민이 곤란할 때는 어떤 손동작을 하는지, 이 말을 할 때는 어디 카메라를 보는지까지 연구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시은은 <보니하니>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순간 오프닝송이 나오자 즉흥적으로 무대에 뛰어들어 공식 율동을 하는 등 프로 같은 모습으로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본 임선우(16)는 “임팩트를 주려고 일부러 마지막 오디션 번호를 뽑았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세종시에서 온 노수민(15)은 자기소개를 하면서 수화를 했고, 마술을 선보인 참가자도 있었다. 임선우의 어머니 최희(48)씨는 “아이들이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무작정 떼를 쓰는 게 아니라, 그럴수록 공부도 잘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등 알아서 잘하더라”고 했다. 이호 피디는 연예인을 좇는 요즘 아이들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대해 “어린이 프로그램을 11년간 해보니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과 실제 아이들은 다르더라”고 했다.

지원자 1000명 중에서 50명을 선발했고, 이들 중 다시 10명을 추렸다.
지원자 1000명 중에서 50명을 선발했고, 이들 중 다시 10명을 추렸다.

낮 1시부터 시작된 오디션은 저녁 9시가 돼서야 끝났다. 제작진은 “축제 같은 오디션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들도 “실제 돌림판을 돌리고 <보니하니>를 진행하는 것 같은 오디션이 너무 즐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결국 승패는 갈린다. 50명 중 누군가는 10명에 뽑혔고, 이들 중 누군가는 ‘제2의 이수민’이 된다. 제작진은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무조건 공정하게 선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 피디는 “이수민과 다른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외쳤다. “뉴 하니는 바로 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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