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왼쪽), 김서형(가운데)과 나나. 사진 티브이엔 제공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드라마 <굿와이프>에 대해 “티브이에서 페미니즘과 정치학을 바꿔 놓은 드라마”라고 평했다. 이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티브이엔>의 <굿와이프> 역시 한국에서는 드문 ‘여성이 중심에 선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주부로 살다가 15년 만에 신입 변호사로 입사한 뒤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해 내는 주인공 김혜경(전도연)과, 김혜경을 돕는 만능 조사원 김단(나나), 그리고 두 사람이 다니는 거대 로펌의 대표인 냉철한 서명희(김서형)까지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 인물이 모두 여성이다.
세 여성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킨다. 입체적 연기로 여성 주체적 드라마를 빚고 있는 세 배우 중 두 사람을 28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굿와이프>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김서형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배우들은 처음에는 미국 원작과 비교되지 않을까 부담이 있었던 듯 했다. 전도연은 “미드 원본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감정은 이질감이었다. 감정 표현이 절제된 캐릭터라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국 정서로 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대본이 잘 나왔다”고 말했다. 원작의 양성애자 역할을 맡은 나나는 “원작의 양성애자 설정 자체는 부담감이 없었다”며 “다만 캐릭터의 신선함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는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앙 다문 입술과 웃을 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표정이 다른 듯 닮은 두 배우는 이 드라마에서 예상 외의 ‘그림’을 뽑아내고 있다.
23일 6회까지 시청률은 5%. 순조롭게 출발한 데는 이들의 연기력이 단단히 한 몫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사이로 어색하지 않게 스며드는 나나는 물론이고, 경멸과 환멸, 순수함이 오가는 전도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남편의 보석 심리에서 증인석에 앉아 “사랑하고 증오한다”는 대사를 날리면서 속눈썹의 미세한 떨림만으로 극단을 오가는 감정을 표현해 냈다. 극중 친구인 서중원(윤계상)과 키스 뒤 다시 남편한테 달려가 키스한 장면 또한 화제가 됐다. 전도연은 “서중원과 키스 이후 남편에게 간 건 김혜경이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김혜경이 어떤 마음인지 (짐작해) 알고 나니 서글펐다”고 했다.
두 배우 다 대본의 힘을 강조했다. 전도연은 “한국 드라마로 잘 표현이 될 수 있을까 했는데 대본에 한국적 요소가 잘 섞여 있더라”며 “미드와 한국 드라마 다 사건을 통해 캐릭터가 성장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나나는 “솔직하고 감정에 충실한 캐릭터가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정효 피디는 “미국 원작의 에피소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원작 작가 중에 한국인 작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정서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후반부는 ‘누군가의 아내’로서가 아닌 인간 김혜경의 성장 스토리가 중점적으로 그려질 예정이다. 전도연은 “나도 궁금해진다”고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티브이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