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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2시간만에 금수저들끼리 견고한 동맹…놀랐다”

등록 2016-07-25 16:11수정 2016-07-25 21:44

<인생게임 상속자> 최삼호 피디 인터뷰
<인생게임 상속자>의 최삼호 피디.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인생게임 상속자>의 최삼호 피디.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절망적이라고 느끼는 우리 사회에 대한 풍자가 있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게임 안에 들어와 있으니 통쾌함을 느끼면서 공감한 게 아닐까요?” 24일 끝난 2부작 관찰 교양 프로그램 <인생게임 상속자>(에스비에스·이하 <상속자>)를 연출한 최삼호 피디는 24일 <한겨레>와의 전화에서 쏟아지는 관심을 이렇게 평가했다.

<상속자>는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수저계급론’을 게임에 접목시켜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추며 ‘의미+재미’를 모두 잡은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은다. 환경과 성격도 다른 9명이 한 공간에 모여 ‘운’으로 계급(상속자-집사-정규직-비정규직)을 나누고 가장 많은 코인을 모아 우승(상금 1000만원)하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분배, 재산은닉, 승자독식 사회 등 대한민국의 불평등 코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겁지 않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 피디는 “헬조선, 1 대 99 사회, 수저계급 등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어들이 가슴 아팠다. 교양 피디로서 이런 것을 건드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인생게임 상속자> 한 장면.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인생게임 상속자> 한 장면.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그러나 “이정도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청자 게시판과 관련 기사의 댓글 등에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결과를 두고 뜨거운 공방을 펼쳤다. ‘게임’이라는 틀이 신의 한수였다. 최 피디는 “‘게임’안에서 참가자들은 ‘게임’이기 때문에 우승하려고 금새 몰입했다. 출연자들이 스스로 몰입하면서 프로그램은 제작진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했다. 누구 한명이라도 욕심내면 공동 분배가 되지 않는 ‘제로섬 게임’에서 상속자가 절반 이상의 코인을 가져가버렸고 비정규직 4인은 한푼도 받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열정페이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췄다. 상속자가 더 많은 코인을 얻으려고 방값을 올리자 돈없는 비정규직은 거리로 나앉는 상황이 벌어졌고, 상속자가 재산을 은닉하려고 코인을 다른 이에게 댓가를 받고 잠시 맡겨두는 상황에서 현실의 조세피난처도 등장했다. “흙수저는 계속 흙수저로 가는 건가? 진짜 사회처럼?” 같은 적나라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최 피디는 “촬영 내내 프로그램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첫날 2시간 만에 ‘금수저’들이 견고한 동맹을 맺는 걸 보고 특히 놀랐다”고 했다.

<인생게임 상속자>의 한 장면.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인생게임 상속자>의 한 장면.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시청자들도 자신을 투영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고 악바리 소리까지 들으며 게임에 임했던 현실의 ‘흙주저’ 샤샤샤한테 감정 이입한 시청자가 많았다. 결국 우승은 현실의 준재벌 3세, 강남 베이글이 했다. 시청자들은 인터넷 댓글에서 “악바리같은 노력보다 인간관계와 정보가 그 사람의 지위와 실력을 만든다”거나 “현실의 흙수저 샤샤샤는 게임에서도 악바리처럼 일하고, 현실의 금수저는 게임에서도 느긋한 걸 보며 가슴이 아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이 애초 예상한 결말도 이런 것일까? 최 피디는 “결국 사람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공정한 쪽으로 조정하려고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예상치 않은 결말에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속자>는 게임 리얼리티라는 새 장르를 구축하며, 교양 프로그램의 저변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 피디는 “시대적인 이슈를 독특한 형식으로 소화했다는 것에 가치를 둔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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