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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은 왜 더이상 못나오나…대작 다큐 실종사건

등록 2016-07-07 16:36수정 2016-07-07 20:37

적자 겪는 지상파들 투자 줄여
해외시장만 바라보다 국내 시청자들 관심 밖으로
2009년작 <아마존의 눈물>은 시청률 21.5%를 기록하며 대작 다큐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9년작 <아마존의 눈물>은 시청률 21.5%를 기록하며 대작 다큐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2015년작 <위대한 한끼>의 한 장면. 많은 제작비를 들인 대작 다큐지만, 한국 시청자에게 너무 익숙한 소재로 대작 느낌을 주지 못한 채 첫회 시청률 4.8%에 그쳤다.
2015년작 <위대한 한끼>의 한 장면. 많은 제작비를 들인 대작 다큐지만, 한국 시청자에게 너무 익숙한 소재로 대작 느낌을 주지 못한 채 첫회 시청률 4.8%에 그쳤다.

티브이에서 대작 다큐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 모바일로 옮겨가는 플랫폼의 변화와 경기 침체로 지상파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자 가장 먼저 대작 다큐에 투자를 줄이면서다. 다큐팀은 자구책으로 해외와 공동 제작으로 제작비를 끌어오는 글로벌 전략을 펴지만, 그럴수록 한국 시청자들한테는 외면받는다. 한국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소재보다는 세계적으로 통할 보편적인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 제약 때문이다. 제작비를 위해 틀에 맞춰진 기획에 집중하다 보니 진짜 우리의 시각에 선 다큐 제작은 멀어지는 기묘한 역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다큐 관계자는 “대작 다큐는 만들고 싶은데, 방송사는 투자하지 않고, 해외와 합작하면 한국에서는 화제가 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라며 “현재 한국 대작 다큐는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 ‘화제성 실종’된 대작 다큐 대작 다큐 자체는 매년 꾸준히 만들어져왔다. 2007년 <차마고도>, 2008년 <북극의 눈물>, 2009년 <아마존의 눈물>, 2010년 <최후의 툰드라> <아프리카의 눈물> 등이 있었다면, 지난해는 <위대한 한끼> <천개의 얼굴 화장> <넥스트 휴먼> 등이 제작됐다. 현재도 <에이아이> <디엠제트> 등 3~4편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작 다큐는 대개 편당 2억~3억원, 총 1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에 견줘, 도통 화제가 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눈물>은 1부가 시청률 21.5%(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같은 날 방영한 모든 예능프로그램보다 앞섰지만, 지난해 <위대한 한끼>는 4.8%였다. 전체적으로 티브이 시청률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편차가 더 심하다. ‘시청 패턴의 변화’ 등에 더해 평이한 소재가 이유로 거론된다. 요리(<위대한 한끼>), 화장(<천개의 얼굴 화장>) 등 꼭 대작이 아닌 일반 다큐에서도 많이 본 듯한 소재의 작품이 많다. <위대한 한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밴프 월드 미디어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로키상)을 수상하는 등 제작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120년 된 식당이나 미식을 가르치는 학교를 찾는 등 한국 시청자들에겐 익숙한 내용을 주로 다뤄 ‘대작’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큐프라임> 등 이미 다양한 정규 다큐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뤘던 소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작 다큐로 호평받은 <남극의 눈물>의 한 장면.
대작 다큐로 호평받은 <남극의 눈물>의 한 장면.

■ 뒷방 신세 다큐, 공동제작 난무 이런 상황은 우선 다큐의 존재론적 고민과 맞닿아 있다. 지상파들은 매년 500억원 남짓의 적자를 보면서, 다큐에 산업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방송사도 당장 먹고살기 힘드니까 돈 안 되는 다큐는 뒷전이 됐다”(ㄷ관계자) 방송사가 투자하지 않으니 피디들이 알아서 제작비를 따와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대작 다큐를 만들고 싶으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펀딩을 받아와야 하는 곳도 있다. 사업적 수완이 없는 다큐 피디들이 어디서 돈을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ㄷ관계자)

그래서 이들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의 투자에 더 의지하거나, 해외 합작을 한다. <넥스트 휴먼>은 영국과 합작했고, <위대한 한끼>도 중국 합작이다. 제작비 20억원을 들여 현재 촬영하고 있는 <디엠지 다큐>는 영국 <디스커버리>가 10억원, 영국 <비비시>(BBC)가 2억원을 내고 <문화방송>이 일부를 댄다. 10억원이 들어간 <에이아이>도 영국과 공동제작한다. “공동제작이 많아지면서 해외 시각에 맞춘 소재를 선택하게 된다. 모험이나 도전을 할 수가 없다”(ㄴ관계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시청자들은 광활한 대자연이나 미지의 곳을 소개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하는 소재를 좋아하는데, 공동다큐에선 외국에서 통하는 미래, 인공지능 등 보편적이거나 아예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를 선호한다.”

<천 개의 얼굴, 화장>
<천 개의 얼굴, 화장>

■ ‘너도나도 글로벌’의 함정 ‘글로벌’만을 내세운 정부 지원의 편향성도 다큐의 소재를 더욱 협소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파진흥원은 <북극의 눈물> <차마고도> 등 안팎에서 호평받은 대작 다큐들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2013년께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제경쟁력을 중요하게 보는 ‘경쟁력 다큐’ 부문을 신설해 시작부터 세계에서 통할 다큐를 선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한 프로그램당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초반에는 미국, 영국 등 외국 심사위원들을 배치하고, 다큐 피디들이 이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글로벌 시장에 먹힌다, 먹히지 않는다가 결정 요인이 된 것이다.”(ㄴ 관계자)

2014년에는 외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서류가 있어야 지원할 수 있게 했고, 2015년부터는 외국과의 공동제작 계약서가 있거나 해외 선투자 또는 선배급이 결정돼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요건이 더 강화됐다. ㄱ 관계자는 “글로벌화가 준비된 작품만 지원을 하라는 소리다. 한국 시청자들을 우선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대자연의 파괴 문제를 정서적으로 들여다보는 식의 다큐를 만들고 싶어도 지원을 의식하면 신청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시각보다는 해외 합작기관 등이 선호하는 쪽으로 기획안을 짜게 된다. 그 결과 돈을 많이 들여 다큐를 만든다고 해도, 정작 우리 시청자는 외면하는 상황을 빚게 된다.”

<넥스트 휴먼>
<넥스트 휴먼>

■ 지원 기준 다양화해야 이런 문제를 풀려면, 대작 다큐에 대한 지원 기준을 ‘글로벌화’라는 획일적 기준에서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40%, 내부 시청자 60%로 분배해 지원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ㄹ관계자)거나 “다큐 의무편성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ㄷ 관계자)는 등의 주장이다. ㄷ관계자는 “다큐 피디가 모두 비즈니스맨이 되어 계약을 따오게끔 하는 지금 규정을 바꿔, 이전처럼 소재 제약 없이 대작 다큐에 도전하는 기풍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진정한 글로벌화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눈물> 등 ‘눈물 시리즈’와 <최후의 툰드라>도 한국 시청자에게 맞춰 만든 작품이 해외에 수출되는 등 성과를 낸 전례를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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