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군번 없는 여전사>(한국방송1)의 한 장면. 한국방송 제공
전쟁영화를 많이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역사는 현재다>라는 대담집에서 “지금 벌어지는 모든 일은 과거의 일과 관련되어 일어난다”고 했다. 분단의 아픔을 가져다 준 한국전쟁은 오늘의 어떤 지점과 연관되어 있을까. 방송사들이 흔히 6·25라 부르는 한국전쟁 발발 66돌을 맞아 현재와 과거를 잇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다큐멘터리 <군번 없는 여전사>(한국방송1, 25일 토 밤 8시10분)는 오늘날 여군의 눈으로 군번도, 계급도 없이 전장에 뛰어든 여학생들을 조명한다. 내년 임관을 앞둔 고려대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 배지성 후보생과 가천대 학군단 박혜린 후보생이 참혹한 전장 속 선배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참전 여군은 1700여명. 열여섯, 열입곱 꽃다운 나이에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여성들의 자원 입대 요청이 늘면서, 대구와 부산에서는 1950년 9월 ‘여자의용군’을 창설했다. 제주에서는 인천상륙작전 투입을 위해 한국 최초의 여성 해병대원 126명이 탄생했다. 제작진은 “당시 여자의용군 500명을 뽑는데 무려 2000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키보다 더 큰 총을 들고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다. 어떤 마음으로 전장에 뛰어들었고, 무엇을 지키려고 했을까. 미래의 여군들이 ‘선배’들을 만나 그 뜻을 헤아려 본다. 열여섯에 자원입대해 여러 전투에 참전했던 박이숙 할머니 등이 증언에 나섰다. 제작진은 “66년이라는 세월을 뛰어 넘는 소통과 공감을 전하며 한국전쟁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겠다”고 밝혔다.
암울한 현실에서도 운명은 찾아와 미래를 바꿨다. 다큐멘터리 <피아노>(한국방송1 25일 오후 5시10분)는 한국전쟁 당시 우연히 피아노를 접한 뒤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부산의 한 여고 흙바닥에 텐트를 치고 ‘전국 국민학교 아동음악 콩쿠르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피난 온 아이들은 서툰 솜씨로 피아노를 쾅쾅 두드리며 꿈을 키웠다. 전쟁통에 피어난 한줄기 희망이었다. 당시 콩쿠르에 참가했던 한동일(75), 신수정(74), 이경숙(72)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됐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해방 이후 내려와 이 집 저 집 피아노를 찾아 돌아다니며 피아노를 배운 한동일, 선교사가 준 피아노로 꿈을 키운 이경숙, 조성진의 스승으로도 유명한 신수정까지 전쟁에서 운명을 찾은 그들이 당시를 기억한다.
역사를 되짚으며 더 나은 오늘을 만들자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엠비시 다큐 스페셜>은 20일 방송한 ‘신병영 일기’를 24일 밤 1시10분 재방송한다. 열혈청춘들의 21개월 병영생활을 들여다본다. 어떤 군대여야 하고, 어떤 시간이 되어야 하는지 곱씹게 한다. 다큐멘터리 <잊혀진 전쟁,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것들>(아리랑 티브이, 24일 오후 5시)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듣는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도 짚어본다. 이엑스아이디(EXID), 테너 임웅균 등이 나오는 <고맙습니다 콘서트>(문화방송 24일 낮 12시20분), <맥아더>(교육방송 25일 밤 11시45분) <남과북>(교육방송 26일 밤 11시) 등의 영화도 준비돼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