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경규(가운데)가 데뷔 35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코미디 공연을 선보인다. 후배 이윤석(왼쪽)과 윤형빈이 돕는다. 7월2일 서울 홍대 ‘윤형빈 소극장’.
요즘 이 남자 너무 열심히 산다. 고정프로그램 외에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문화방송), <에스엔엘(SNL) 코리아>(티브이엔), <런닝맨>(에스비에스), <라디오 스타>(문화방송)까지 잘 나가지 않던 초대손님(게스트)으로도 바쁘게 얼굴을 내비친다. 7월2일에는 데뷔 35돌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코미디 공연도 선보인다. 7월1~3일 서울 홍대에서 열리는 ‘1회 홍대 코미디위크’에서 <응답하라 이경규>(2일 오후 3시 윤형빈 소극장)를 무대에 올린다. 스스로도 놀란다. “올해처럼 열심히 하는 건 내 생애 처음이에요. 내가 생각해도 정말 너무 열심히 해. 나도 깜짝 놀라.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하하하하하.” 최근 전화로 만난 이경규는 목소리마저 너무 밝다. 툴툴대던 이경규는 어디로 갔나.
변화의 움직임에는 개그맨으로서 웃음에 대한 아쉬움이 커보인다. 1981년 ‘1회 문화방송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이후 <일요일 일요일밤에>(문화방송) 등 주로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했다. 코미디프로그램은 1997년 <오늘은 좋은날>(문화방송) ‘별들에게 물어봐’가 마지막이다. “우린 주특기가 무대에서 웃기는 거잖아요. 그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걸 안했다는 게 아쉬워서. 무대에서 직접 만나 ‘희극배우들의 웃기는 모습은 이런 것이다’ 보여주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는 그를 움직이게 한 건, 후배 개그맨 윤형빈이다. 윤형빈은 서울 홍대에서 ‘윤형빈 소극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공연을 올리고 있다. 윤형빈은 “몇해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 매일 늦게까지 연습하시는 등 나보다 더 열심이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경규는 “무대 구성부터 대본까지 모든 것을 직접 짠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지금도 연습중이다”고 했다. 1991년 ‘몰래카메라’부터 최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까지 늘 기발한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았기에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15일 1차 티켓 판매가 예매 시작 1시간 만에 매진됐다. “그래서 은근 부담도 돼요. 표도 매진됐다고 하고. 아이고 걱정돼 죽겠네. 하하하하.” 그러나 “콩트부터 토크까지 다채롭게 준비했다. 있는 만큼 보여줄 것이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달려보자 인생!’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 근육질의 몸을 과시한 사진도 함께다. ‘늘 열정적으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던 평소 신조를 담은 것일까. “하하하.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진짜 대충대충 한 것 같아요. 정말 날로 먹는 것 같애. 반성하고 올해부터 진짜 열심히 하려고요. 그동안 영화 제작하고 시나리오 쓰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어요. 물론 시나리오 작업도 계속하겠지만,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나 여러가지 것들을 개발해서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그 시작이 ‘홍대 코미디 위크’다. “이 공연을 계기로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꾸준히 무대 공연을 선보일 것입니다.”데뷔 35년에도 스스로 부족하다고 말하고 초심으로 돌아갈 줄 아는 용기. 여러번의 위기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최고의 개그맨으로 ‘롱런’하는 비결이다.
‘홍대 코미디 위크’는 윤형빈이 주축이 되어 올해 처음 선보이는 소규모 코미디 축제다. 윤형빈 소극장, 상상마당, 디딤홀, 스텀프, 김대범 소극장, 임혁필 소극장 등 서울 홍대 인근 6개 공연장에서 열린다. 이경규의 <응답하라 이경규>, 이수근의 <웃음팔이 소년>, 김영철의 <조크 콘서트>, 논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옹알스쇼> 등 다양한 개그팀이 공연한다. 하지영의 토크콘서트도 선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홍대 코미디위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