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뮤지컬 표구하기 전쟁…‘신의 손’에 도전하다! 운빨 티케팅, 광클도 소용없었다!

등록 2016-06-16 18:29수정 2016-06-16 21:29

‘탁탁탁탁탁.’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려댔다. 거사를 앞둔 몸풀기랄까. 5, 4, 3, 2, 1, ‘예매하기’ 클릭!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아악 망했다! 뮤지컬 티케팅 전쟁에 처음 뛰어든 ‘초짜’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클릭만 빠르면 되는 줄 알고, 2시 예매창 열리기만 기다렸는데, 아뿔싸 인터파크는 로그인을 해야 했다. 로그인하고, 다음 단계 누르고, 날짜 정하고…. 그러는 동안 목표였던 1회 앞좌석은 모두 매진됐다. 날짜 바꾸고, 좌석 바꾸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이렇게 굼떠서야 ‘신의 손’은 어림도 없지.

지난 4월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1차 티케팅 작전은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스위니 토드> 제작사인 오디컴퍼니 쪽은 “예매창을 열자마자 5분도 안 되어 매진됐다”고 전했다. 조승우가 출연하는데다 10년 만의 재공연이라 일찌감치 접전이 예고됐다. 차이가 뭘까. 조승우는 뮤지컬 <헤드윅> 공연 당시 앞자리 관객들한테는 ‘신의 손’, 2층 객석을 향해서는 ‘곰 손’이라고 농을 쳤다. 주변에 도사린 ‘신의 손’들은 “티케팅도 정보와 연습, 운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귀띔했다. 6월9일 <스위니 토드> 2차 티케팅에 대비해 ‘신의 손’들의 도움을 받아 ‘곰 손’을 펴보기로 했다.

‘신의 손’들은 티케팅은 스피드라고 강조한다. 무조건 속도 빠른 피시방으로 달려가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가자마자 할 일은 일명 ‘서버 시계’를 띄우는 것이다. 직장인 ‘신의 손’ 윤아무개씨는 “서버마다 미세한 시간차가 있다. 옥션, 인터파크 등 내가 예매할 사이트의 시간에 맞춰야 발빠르게 예약할 수 있다”고 했다. 미세한 차가 ‘손’을 결정짓는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서버 시간을 검색하니 다양한 사이트가 등장했다. 예매할 사이트를 입력하면 서버 시간이 떴다. 대학생 ‘신의 손’ 김아무개씨는 “티케팅 시간이 보통 2시여서, 1시에 와서 시뮬레이션을 한다. 1시59분부터 새로고침을 누르다가 예매창이 열리면 정신없이 클릭한다”고 했다.

목표는 <스위니 토드>
무조건 속도 빠른 피시방으로…팝업창 풀고 보안프로 깔고 준비
예매창 열린 순간 ‘탁탁탁탁탁’…미친 듯 클릭에도 결론은 매진

‘신의 손’들이 조언한다
예행연습은 필수…긴 정보 미리 써놔 Ctrl V
경쟁률 낮은 자리 저격…무통장 입금이 정답

예매창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턴 ‘광클’ 전쟁이다. 회차, 좌석, 결제까지 잠깐이라도 버벅댔다가는 게임 끝이다. ‘곰 손’들은 처음부터 자리 욕심을 내면 안 된다. 일단 원하는 배우 출연 회차의 경쟁률 낮은 자리를 저격하는 게 좋다. 직장인 ‘신의 손’ 나아무개씨는 “‘신의 손’들이 잘 고르지 않는 1층 사이드나, 뒷자리, 2층 1열부터 시도해보라”고 귀띔했다. 좌석 경쟁률 낮추려면 ‘신의 손’들이 많은 팬카페 등의 동태를 살피는 것도 좋다. 나씨는 “‘며칠에 가려고 한다’는 날들을 제외한 날짜를 노려라”고 했다. 생년월일 등 해당 사이트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는 미리 파악해놓고, 긴 정보는 복사 뒤 ‘컨트롤+브이’를 해야 빠르다.

좌석 선택 뒤 결제창으로 넘어가는 찰나는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다. 이게 뭐라고, ‘신의 손’들은 심장이 쫄깃해진다고 했다. 누가 먼저 선택 뒤 결제하고 있으면, 다시 좌석을 선택해야 한다. 운 좋게 결제로 넘어가더라도 카드는 넣어두길. 결제 수단은 반드시 무통장 입금을 선택해야 빠르다. 직장인 ‘신의 손’ 함아무개씨는 “카드는 팝업창도 많이 뜨는데다, 몰리면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보안프로그램을 깔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해당 사이트의 다른 공연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결제까지 가는 도중 필요한 설치 파일들을 미리 깔아놓아야 ‘신의 손’이다.

‘신의 손’들은 여러 예매창을 띄워놓고 동시다발 티케팅도 한다. ‘곰 손’들은 지인 찬스를 활용하면 좋다. 컴퓨터 전공자? 아이티 전문가? 다 필요없다. 김씨는 “티켓팅 유경험자가 ‘짱’이다. 특히 아이돌 그룹 팬으로 티케팅을 여러번 경험해본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중고 사이트 등에서는 ‘티케팅 대리 알바’ 요청자도 나온다.

자, 이제 실전이다. ‘신의 손’의 노하우를 써먹어 보자. 6월9일 2차 티케팅에 맞춰 한 피시방을 찾았다. 심호흡 하고, 로그인 뒤 서버 시계 창을 띄웠다. 1시5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기계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팝업창 죄다 풀고, 보안 프로그램 깔고,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탁탁탁탁탁.’ 필요한 건 스피드. 운명은 손가락에 달렸다. 5, 4, 3, 2, 1 예매하기 클릭! “아, 이 말을 안 했네요. 아무리 그래도 ‘신의 손’은 70%가 운이에요.”(윤씨) 아악 망했다!

실패했더라도 실망은 말자. 여러 좌석을 쟁취한 ‘신의 손’들이 버리는 취소표들이 쏟아져 나오니. ‘이삭줍기’, ‘공원산책’(인터파크의 경우)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