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입시학원 강사 최진기씨가 잘못된 정보를 강의하고 있다. 프로그램 갈무리
방송에서 잘못된 정보를 강의해 논란이 된 사교육업체 ‘이투스’의 강사 최진기씨가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다. 최씨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며 사죄의 의미로 방송 하차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씨제이의 중년 대상 채널인 <오티브이엔>(OtvN)의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조선 시대 화가 오원 장승업과 관련한 강의를 했다. 그러나 ‘군마도’와 ‘파초’를 소개하면서 다른 그림을 예시로 든 것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 됐다. 최씨는 <김제동의 톡투유>(제이티비시)와 <썰전>(제이티비시)에도 출연하고 있다.
문제는 강의의 오류가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험생의 성적 향상이 궁극적 목표인 입시학원 강사들이 그 학문 분야의 대표자로 출연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학 등 명쾌하게 답이 있는 분야라면 모를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인문학까지 입시학원 강사들의 생각을 주입시키는 것에 우려가 제기된다. 유명세가 몸값으로 이어지면서, 방송사가 입시학원 강사의 몸값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다.
케이블과 종편은 2010년께부터 수험생의 입시까지도 예능에 접목해왔다. 입시학원 강사들을 전문가라면서 티브이에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티브이엔>은 2010년 <공부의 비법1>, 2012년 <공부의 비법2>, 2015년 11월에는 <성적욕망>까지 사교육 업체와 결탁한 사교육 홍보 방송을 연이어 선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진짜 공부비법>과 <이것이 진짜 공부다>는 ‘에듀플렉스’, <성적욕망>은 ‘스카이에듀’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면서 해당 업체 관련자나 과목별 강사들을 고정 출연시켰다. 문제가 된 최씨도 <공부의 비법> 시즌1, 시즌2를 시작으로 방송에 활발하게 출연했다. 사교육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이 프로그램들이 더이상 제작되지 않자, 입시학원 강사들이 이제는 ‘인문학 강의’ 전문가나, 토크쇼에서 삶의 조언을 해주는 멘토처럼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투스’에서 사회탐구 영역을 강의하는 최씨는 <…톡투유>에서 관객의 고민을 조언해주고 있다. ‘이투스’에서 한국사를 강의하는 설민석씨도 <어쩌다 어른>에서 한국사 특강을 했다.
방송사들이 입시학원 강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말발’이다. 같은 내용도 재미있게 얘기할 줄 알고, 50%만 알아도 100% 아는 것처럼 포장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어쩌다 어른>에서 최씨가 더 큰 비판을 받는 것도 그가 잘못된 그림을 갖고 장승업의 화풍을 정리하는 자신의 생각이 정답인 양 자신있게 강조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입시학원에서 사회탐구 스타 강사가 된 뒤, 경제 강의를 하고, 인문학 분야로 확장했다. 한 케이블 방송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재미있고 자신있게 말하는 이들이 필요한데, 입시학원에서 성공한 강사들은 이미 그런 능력으로 수험생한테 인기를 얻는 만큼 두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 예능도 아니고 교양에서 입시학원 강사를 전문가로 내세워 그들의 지식을 맹신하게 만드는 것은 문제가 크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는 입시학원 강사들이 학문적 교양에 정통한 사람인 것처럼 방송에서 포장되는 것의 위험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어쩌다 어른> 제작진은 13일 <한겨레>에 “최진기씨가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관련 서적 출간 및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이력이 있어 섭외했다”며 “앞으로 실수가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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