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순위제는 필요할까? 필요하지 않을까? 답 없는 부부싸움처럼 평행선을 달리던 음악 프로그램 순위제 공방이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뮤직뱅크>(한국방송2)가 불을 지폈다. 지난 5월27일 생방송에서 1위 트와이스와 2위 에이오에이(AOA)의 순위를 뒤바꿔 발표한 것이다. <뮤직뱅크> 쪽은 사흘 뒤 “집계 오류로 순위가 잘못 방송됐다”고 정정했지만, 이를 계기로 순위제 존폐 여부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 티브이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5개. <뮤직뱅크>, <인기가요>(에스비에스), <엠카운트다운>(엠넷), <더쇼>(에스비에스 엠티브이), <쇼챔피언>(엠비시뮤직)이다. <쇼음악중심>(문화방송)은 지난해 11월25일 방송부터 순위제를 폐지했다.
“폐지를”
음원·방송횟수 등
방송사마다
산출방식 제각각
…
“누가 신뢰하겠나?”
“팬덤이 결과 좌우”
공정성 시비 잦아 ■ 툭하면 오류…믿을 수 없다 순위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신뢰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툭하면 집계 오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쇼음악중심>은 2013년 4월 집계 오류로 1위 인피니트와 2위 케이윌의 순위를 바꿔 발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투표 과정을 둔 공정성 시비도 잦다. <더쇼>는 지난 5월24일 방송에서 세븐틴이 2위를 차지했는데, 팬들은 사전투표의 오류로 일부 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엠카운트다운>에서 사전투표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가 이뤄졌고, 비슷한 시기 <인기가요>에선 엑소의 투표 버튼이 7시간 동안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아이돌그룹 팬은 “공정성 시비가 붙으면 1위 후보 양쪽 모두 피해를 본다. 이런 오류가 자주 생기면 누가 순위제를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각 방송사의 산출 방식은 음원, 방송 횟수, 투표 등 포함 요소와 배합 비율이 제각각이다. <더쇼>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와 제휴해서 중국 투표까지 포함한다. 방송사들은 “세분화해 공정성을 기했다”지만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에서 특정 패턴의 유사 아이디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사재기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 팬은 “드라마 <딴따라>에도 순위를 어떻게 조작하는지가 나오지 않나. 이젠 순위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아이돌 팬은 “산정 방식도 어떤 노래가 좋은지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팬덤의 세기를 확인하는 투표”라고 말했다. 논란이 쌓이다 보니, 유명 발라드 가수들은 순위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하기도 한다. 순위제를 폐지한 <쇼음악중심> 쪽은 폐지 당시 “각종 음원차트를 통해 집계 순위가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상황에서 방송사에서 별도로 순위를 발표하는 의미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지를”
“순위제 없애보니
무대 순서 등
자의적 판단 개입”
…
“다양한 가수에게
기회 줄수 있는
객관적 지표 필요” ■ 다양한 기회 제공 지표 순위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방송사들도 순위제의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며 고민해왔다. <뮤직뱅크>와 <인기가요>도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되살린 바 있다. 폐지 당시는 “다양한 무대를 꾸미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순위제 폐지가 공정성을 저해했다는 입장이다. <뮤직뱅크> 관계자는 “순위제가 사라지고 핫5를 선정했지만 다섯 팀 중 누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느냐에 대해 제작진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위제가 거대 기획사 중심인 가요 시장에서 다양한 가수들한테 기회를 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지상파 예능 피디는 “음원이 활발해진 요즘은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그룹, 솔로별로 쉬지 않고 노래를 발표한다. 순위제가 없으면 그들을 중심으로 섭외가 된다”며 “순위가 있으면 50위에 오른 가수도 출연시킬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폐지보다는 달라진 음악 생태를 반영하고 순위에 공정성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뮤직뱅크> 쪽은 “이번 오류로 순위제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결과 집계를 크로스로 체크하며 좀더 신중을 기해 오류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음원·방송횟수 등
방송사마다
산출방식 제각각
…
“누가 신뢰하겠나?”
“팬덤이 결과 좌우”
공정성 시비 잦아 ■ 툭하면 오류…믿을 수 없다 순위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신뢰성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툭하면 집계 오류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쇼음악중심>은 2013년 4월 집계 오류로 1위 인피니트와 2위 케이윌의 순위를 바꿔 발표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투표 과정을 둔 공정성 시비도 잦다. <더쇼>는 지난 5월24일 방송에서 세븐틴이 2위를 차지했는데, 팬들은 사전투표의 오류로 일부 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엠카운트다운>에서 사전투표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가 이뤄졌고, 비슷한 시기 <인기가요>에선 엑소의 투표 버튼이 7시간 동안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아이돌그룹 팬은 “공정성 시비가 붙으면 1위 후보 양쪽 모두 피해를 본다. 이런 오류가 자주 생기면 누가 순위제를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각 방송사의 산출 방식은 음원, 방송 횟수, 투표 등 포함 요소와 배합 비율이 제각각이다. <더쇼>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와 제휴해서 중국 투표까지 포함한다. 방송사들은 “세분화해 공정성을 기했다”지만 지난해 9월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에서 특정 패턴의 유사 아이디가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사재기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한 팬은 “드라마 <딴따라>에도 순위를 어떻게 조작하는지가 나오지 않나. 이젠 순위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아이돌 팬은 “산정 방식도 어떤 노래가 좋은지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 팬덤의 세기를 확인하는 투표”라고 말했다. 논란이 쌓이다 보니, 유명 발라드 가수들은 순위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하기도 한다. 순위제를 폐지한 <쇼음악중심> 쪽은 폐지 당시 “각종 음원차트를 통해 집계 순위가 실시간으로 발표되는 상황에서 방송사에서 별도로 순위를 발표하는 의미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지를”
“순위제 없애보니
무대 순서 등
자의적 판단 개입”
…
“다양한 가수에게
기회 줄수 있는
객관적 지표 필요” ■ 다양한 기회 제공 지표 순위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방송사들도 순위제의 폐지와 부활을 반복하며 고민해왔다. <뮤직뱅크>와 <인기가요>도 순위제를 폐지했다가 되살린 바 있다. 폐지 당시는 “다양한 무대를 꾸미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순위제 폐지가 공정성을 저해했다는 입장이다. <뮤직뱅크> 관계자는 “순위제가 사라지고 핫5를 선정했지만 다섯 팀 중 누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느냐에 대해 제작진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위제가 거대 기획사 중심인 가요 시장에서 다양한 가수들한테 기회를 줄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지상파 예능 피디는 “음원이 활발해진 요즘은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그룹, 솔로별로 쉬지 않고 노래를 발표한다. 순위제가 없으면 그들을 중심으로 섭외가 된다”며 “순위가 있으면 50위에 오른 가수도 출연시킬 수 있는 지표가 된다”고 말했다. 폐지보다는 달라진 음악 생태를 반영하고 순위에 공정성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뮤직뱅크> 쪽은 “이번 오류로 순위제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결과 집계를 크로스로 체크하며 좀더 신중을 기해 오류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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