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각 방송사 제공
드라마 대사로 본 한국사회 민낯
동네변호사 조들호·그래 그런거야
워킹맘 육아대디 등 현실과 판박이
가습기 살균제는 에너지 드링크로
취업·육아휴직 어려움도 ‘폭풍공감’
“언젠가는 세상도 바뀐다는 희망”
대사처럼 드라마가 현실이 되기를
동네변호사 조들호·그래 그런거야
워킹맘 육아대디 등 현실과 판박이
가습기 살균제는 에너지 드링크로
취업·육아휴직 어려움도 ‘폭풍공감’
“언젠가는 세상도 바뀐다는 희망”
대사처럼 드라마가 현실이 되기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2년 전 세월호 참사를 다루면서 <그것이 알고 싶다>(에스비에스)의 진행자 김상중은 이렇게 울먹였다. 세월호만이 아니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지하철 구의역 사고까지 우리가,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벌어지는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사고 원인이라도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가족은 불법 집회자로 몰리고, 세월호 당시 대통령의 행적과 구조 실패를 묻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문화방송 기자는 징계를 받았다. 희망 없는 나라에 침묵하는 자가 늘고, 소리 높이는 자에게는 재갈을 물린다. 대한민국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현실의 답답함을 드라마가 대변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한국방송2), <그래 그런거야>(에스비에스), <워킹맘 육아대디>(문화방송), <대박>(에스비에스) 등 오늘을 투영한 작품들이 가려운 속을 긁어주며 화제를 모은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이 아프다. 드라마 속 대사들로 대한민국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 “살고 싶어? 너 때문에 튄 오줌, 핥어” 요즘 드라마 속 대사들은 ‘돈을 좇느라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가진 자들의 욕심과 ‘갑질’을 소름 돋게 까발린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 사고는 정규직을 줄이려고 하청을 줬고,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는 위험성을 알고도 버젓이 판매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처럼 카페인이 300밀리그램이나 들어 있는 에너지 드링크 ‘파워킹’을 자주 마신 여고생이 사망한다. 현실의 그들처럼 이들도 수년간 꿈쩍하지 않는다. “한강의 기적이 괜히 일어난 줄 알아? 우리 같은 대기업 덕에 대한민국이 이 정도 살게 된 거야!”(<조들호> 대화그룹 정금모 회장)라며 뻔뻔하다. 그들 옆에는 돈을 받고 파워킹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써준 대학교수, “대기업 상대로 로펌을 하다 보면 더러운 냄새도 참아야 한다. 그게 비즈니스”라는 거대 로펌 금산이 들러붙어 있다. 비리의 온상인 정 회장과 유착 관계인 검찰총장 내정자 신영일의 모습도 뉴스 속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조들호는 외친다. “돈만을 생각하는 안전 불감증 기업으로 인해 오늘도 졸음을 쫓으며 노동현장에 있어야 하는 억울한 서민들만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고. 그러나 뻔뻔한 권력자들에게 서민은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어차피 대중들은 금방 잊어버립니다. 만약에 잘못되더라도 교도소에 계실 수야 없지 않습니까. 병원에서 편하게 계셔야죠.”(신영일)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는 “교통사고로 한 놈 보내”(정 회장)도 될 만큼 서민의 목숨은 가볍다. “제발 살려달라”며 공사 하청 대금을 받으러 간 부도 직전의 하청업체 대표한테 정 회장은 말한다. “그렇게 살고 싶어? 그럼 너 때문에 튄 오줌, 핥어.” 회장의 다리를 부여잡고 구두를 핥는 윤기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침묵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 권력자들의 민낯보다 가슴을 때리는 건 이런 상황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서민의 서글픈 현실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정부 지원비를 횡령하려고 아이들한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제공한 유치원 원장을 고발하는 자리에서 저소득층의 맞벌이 엄마들은 침묵을 택한다. “유치원이 없어지면, 애를 맡길 곳이 없어요.” 2년 전 세월호의 진실은 침묵하는 이들로 여전히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 진실을 알지만, 아직 알지 못한다. 조들호는 말한다.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린 불과 몇년 전 침묵하면 모두 함께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습니다. 침묵은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드라마 속 어머니, 우리 모두를 향한 외침이다.
‘취포자’(취업포기자)에 ‘비정규직’ 등 희망 없는 대한민국에서 자포자기하는 현실을 찌르며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들도 늘었다. <그래 그런거야>에서 취포자인 세준은 “취직이 장원급제보다 힘든 세상에 게으름 피울 새가 어딨냐”는 엄마의 말에 이렇게 말한다. “취직, 너무 엄청나게 큰일이라 아예 포기한단 거예요. 취준생이 육십만이 넘었대요. 머리 터지게 공부에 매달리기도 싫고, 바늘구멍 통과할 자신 절대 없고요!” 비정규직 600만 시대의 설움도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워킹맘 육아대디>에서 임신한 비정규직한테 상사는 말한다. “정직원도 눈치 보여 못 쓰는 출산휴가를 쓰겠다고?”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도 그만두라는 압박을 가한다. “그게 억울하면 제대로 시험쳐서 입사하든가”라는 대사는 너무 적나라해서 아프다. <워킹맘 육아대디> 속 이미소는 둘째를 임신한 뒤 “사표 쓰라” “육아휴직 쓴 김에 집안에 들어앉으라”는 상사의 막말에 눈물을 훔친다. “애를 낳으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함께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넋두리는 세상 모든 워킹맘들의 마음 아닐까.
■ “언젠가는 세상도 변한다는 희망” 현실의 비극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의 바람은 분다. 너무 늦었지만, 옥시 대표는 5년 만에 고개를 숙였다. 구의역에는 억울하게 떠난 ‘노동자’를 위로하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속 결말은 한 발짝 더 나아간다. 판타지의 속성을 뿌리칠 수 없기에, 드라마의 희망은 현실보다 더 과장되기도 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거대 로펌 금산은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형 로펌이 아닌 법률 서비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로펌으로 변화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파렴치한 재벌 회장은 살인을 한 아들의 잘못을 밝히는 등 조금이나마 양심을 찾는다. 돈을 받고 결과를 조작했던 교수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며 양심선언을 한다. 현실에선 결코 벌어지지 않을 판타지의 나열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도 희망의 마지막 근거 하나만은 살려두고 싶은 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바람임은 분명할 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는 말한다. “언젠가는 사람도 세상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내가 동네변호사로 살아가는 이유”라고. 시청자들은 바란다. 현실이 부디 드라마 같기를.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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