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 사진 문화방송 제공
드라마 ‘뱀파이어…’ ‘운빨 로맨스’
촬영일정 조정 등 수월해지지만
소속사가 내용 좌지우지할수도
촬영일정 조정 등 수월해지지만
소속사가 내용 좌지우지할수도
류준열, 황정음, 이청아의 공통점은 뭘까? 모두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이들은 25일 시작하는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문화방송)에 함께 출연한다. 그런데 셋 모두 주인공이다. <운빨 로맨스>는 메인 주인공 두명과 서브 주인공 두명이 중심인데, 주인공 넷 중 셋이 씨제스 소속인 것이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이수혁만 소속사가 다르다.
드라마에서 같은 소속사 배우들이 남녀 주인공을 도맡는 ‘주인공 독식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인공 1명+조연 1명’이 같은 소속사인 경우는 관행처럼 지속돼 왔는데, 최근에는 한술 더 떠 남녀 주인공에 서브 주인공까지 같은 소속사에서 꿰차는 것이다. 방영 중인 케이블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오시엔)도 주인공 네명 중 세명이 ‘프레인 티피씨’ 소속이다. 뱀파이어 탐정으로 나오는 이준을 비롯해 오정세, 이세영이 그렇다.
소속사와 제작사, 방송사는 모두 “우연의 일치”라고 입을 모은다. <운빨 로맨스>김주리 기획피디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류준열, 황정음, 이청아 모두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를 찾다 보니 같은 소속사였을 뿐, 의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뱀파이어 탐정>이승훈 기획피디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정세는 예전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배우였고, 이준과 이세영도 역할과 가장 잘 맞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브 주인공까지 같은 소속사로 채워진, 집안 잔치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더라도 주인공 네명 중 세명이 같은 기획사라면 선의로 해석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블 방송사의 한 드라마 피디는 “요즘 드라마는 메인 주인공 2명과 서브 주인공 2명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조연, 단역이 아니라 이제는 주인공 역할까지 끼워팔기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를 앞세운 소속사가 드라마의 내용 등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지상파의 한 드라마 피디는 “배우가 대본 수정을 요구할 경우 들어주지 않으면 제작진과 갈등이 심화되어 태업을 하기도 하는데, 주인공이 모두 같은 소속사면 요구를 안 들어줄 수가 없게 된다”고 했다.
제작사는 캐스팅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채널이 늘고 웹드라마 등 플랫폼이 다양해진데다 중국 열풍 영향 등으로 일정이 맞는 배우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주리 기획피디는 “같은 기획사 배우들로 구성되면 촬영 스케쥴 조정 등이 수월해지는 등 드라마 제작 환경에 이점도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더 번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배우 소속사에서 중국 자본을 끌어와 드라마 제작까지 겸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는 매니지먼트, 제작사, 방송사가 서로 견제하고 긴장하면서 협업해야 하는데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소속사도 드라마 발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이런 식의 캐스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오시엔 케이블 드라마 <뱀파이어 탐정>. 사진 오시엔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