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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가족, 그리고 사랑…다시금 가슴이 먹먹해온다

등록 2016-04-28 21:20

MBC ‘휴먼다큐 사랑’ 새달 5부작

치매 아내 돌보는 노인부터
‘소아 조로증’ 11살 환자까지
삶의 소중한 가치 되돌아봐
“엄마, 난 시간이 천천히 가면 좋겠어.”

봄날 벚꽃처럼 환한 얼굴로 아이가 말했다. “왜?” “오랫동안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으니까.” “그래야지. 당연히 그럴 거야.” 먹먹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엄마는 웃었지만, 눈시울은 이미 붉어졌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 인생의 시곗바늘이 남들보다 8배는 빠른 원기한테는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원기는 다 자라기도 전에 늙어버리는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유일한 환자라고 한다. 생의 마지막을 17살 정도에 맞게 되는데, 올해 원기는 11살이 됐다. 104㎝ 키에 몸무게 14㎏. 부러질 듯 가는 팔과 다리에 피부는 노인의 살갗처럼 얇고 주름져 있다.

그러나 원기는 너무 즐겁고 밝다. 함께 막춤을 추고 동영상도 찍으며, 매일 웃으며 산다. 불행할 거란, 눈물로 세월을 보낼 거란, 세간의 선입견을 부끄럽게 만든다. 원기네 가족은 오늘 하루 건강하게 살고, 즐거운 시간과 기억을 만드는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

‘엄앵란과 신성일’(1부 2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엄앵란과 신성일’(1부 2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내 딸, 미향이’(3부 16일 밤 11시 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내 딸, 미향이’(3부 16일 밤 11시 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이런 원기네 모습은 5월2일 시작하는 <휴먼다큐 사랑>(문화방송)에서 소개된다. <휴먼다큐 사랑>은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전하는 다큐멘터리로, 2006년부터 매년 5월 찾아왔다. 올해는 원기네 가족을 담은 ‘시간을 달리는 소년’(4부 23일 밤 11시10분) 외에도 유방암 수술을 계기로 달라진 부부 ‘엄앵란과 신성일’(1부 2일 밤 11시10분), 치매를 앓는 아내를 돌보는 남편 ‘러브 미 텐더’(2부 9일 밤 11시10분), 탈북자 엄마가 입양 보낸 딸을 찾는 ‘내 딸, 미향이’(3부 16일 밤 11시 10분), 25년 만에 재회한 쌍둥이의 ‘사랑하는 엄마에게’(5부 30일 밤 11시10분)를 선보인다. 김진만 책임피디(시피)는 “‘사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콘셉트로 100여가지 사연 중에서 추렸다”고 했다. ‘엄앵란과 신성일’ 편은 나중에 추가됐다고 한다.

‘사랑하는 엄마에게’(5부 30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사랑하는 엄마에게’(5부 30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초창기 <휴먼다큐 사랑>은 암 환자가 죽기 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까지 담으며 충격을 줬다. 보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슬픔은 컸지만, 그게 때론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11년째인 올해는 슬픔을 밝게 담아낸 점이 눈에 띈다. 치매 노부부 이야기인 ‘러브 미 텐더’가 특히 그렇다. 예전 같으면 노부부의 가혹한 현실을 강조했겠지만, 올해는 누구보다 남편을 사랑하고 아내를 아끼는 부부가 마지막 소원이라는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미소 속에 눈물을 삼키게 한다. 조성현 피디는 “이 방송이 나가면 전국의 남편들이 아내한테 많이 혼날 것”이라며 웃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년 원기’에서는 카메라 앞에서는 짝사랑하는 소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춘기 소년 원기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러브 미 텐더’(2부 9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러브 미 텐더’(2부 9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시간을 달리는 소년’(4부 23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시간을 달리는 소년’(4부 23일 밤 11시10분). 사진 문화방송 제공

다큐는 지난 11년 동안 약 40가지의 소재를 다뤘다. 회를 거듭했지만 촬영과 편집은 여전히 쉽지 않다. 대부분 편당 5~8개월 정도 촬영하는데, 마음을 여는 기간이 필요하고 진심을 담아내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김 시피는 “촬영하다가 엎어지는 경우도 많고 알아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화제가 될 것 같아도 방송이 나간 뒤 당사자들이 불편해할 부분은 편집한다고 했다. 조 피디는 “편집하면서 많이 우는데, 그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올해는 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으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카메라 등 장비도 바꿨단다. 김 시피는 “가족과 사랑의 가치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이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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